[뉴스] [청년극우 연속기획②] ‘혐오·차별이 정치 밖으로 번질 때’, 극우 정서의 작동 방식
‘내 안의 극우’ ② 극우 정서의 작동 방식
# 연속기획 1회 차 발행 이후, 우리신문은 ‘극우’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 독자들에게 많은 질의를 받았다. ‘극우’라는 용어는 흔히 ‘극단적’인 보수 성향을 가진 특정 정당과 정치 세력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개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2회 차에선 민주주의를 기준으로 극우를 정의하고, 극우 정서가 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지 살펴본다. 나아가 일상 언어와 정서에서 나타나는 극우적 태도에는 무엇이 있는지 짚어본다. 이를 통해 극우를 사회적으로 경계해야 할 구조적 현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정치에 국한되지 않는 ‘극우’
판단 기준은 민주주의
‘극우’라는 용어는 비단 정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기획에서 우리신문이 다루고자 하는 ‘극우’의 핵심 기준은 ‘민주주의’다. 임형진(한국정치학) 교수는 “민주주의는 참여와 토론, 합의를 중시하는 체제”라며 “극우는 이러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부정하고, 자신들이 제시한 결론만을 유일한 정답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우리신문은 ‘청년세대의 ‘극우적 언어·행동’ 인식 조사’를 지난달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실시했다. 설문조사에서 ‘극우’라는 용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을 파악한 결과, ‘특정 정당·정치 세력’에 답한 응답자가 22.0%로 가장 높았고, ‘혐오·차별적 표현’이 20.0%로 그 뒤를 이었다. ‘극우’라는 용어는 비단 정치적 개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특정한 정서·태도를 표현하는 말로 폭넓게 인식되고 있다.
단편적 감정이
극우적 사고로 번지는 과정
응답자 182명 중 65.3%(매우 그렇다·그렇다)는 일상 언어와 온라인 문화, 청년 세대의 정서 속에서 혐오, 차별적 언어 사용이 가시적으로 늘어났다는 데에 동의했다. 임 교수는 “어떤 사상이든 사회를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면 당연히 다룰 필요가 있다”며 “현재 한국 사회에서 그 조건을 충족하는 것은 극우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극우적 언어·행동은 현실의 차별이나 폭력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문항에 ‘매우 그렇다’에 답한 응답자가 32.0%로 가장 높았다.중요한 것은 단편적인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감정이 어떻게 확장되고 굳어지는 가다.
임 교수는 “조별과제를 하면서 외국인 학생이 소극적으로 참여해 불편함을 느끼는 것 자체를 극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 경험을 근거로 ‘어느 나라 사람들은 원래 그렇다’고 일반화해 결론을 지어놓고, 혐오나 배척으로 나아간다면 이는 극우적 정서의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극우의 문제는 감정 자체라기보다는 감정이 고정된 판단과 배척의 논리로 굳어지는 데 있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며 다양한 상황을 겪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여러 감정을 느낀다. 누구나 불편함 또는 거리감의 정서를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이 특정 집단 전체를 향한 일반화와 낙인으로 이어질 때 극우적 정서로 발전할 위험이 생긴다는 것이다.
김윤철(한국정치) 교수는 “경쟁사회 속 타자를 위험 요소로 보다 보니 배척하게 된다”며 “합의가 되지 않다 보니 갈등만 존재하는 불안정한 사회가 되고, 그 과정에서 타자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배척하게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굉장히 폭력적인 양상들이 나타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극우가 위험한 것은 함께 공존하고 공유하는 민주공화제 가치들이 무너지는 것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있어서 다른 생각을 가질 순 있지만 배척하고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같이 공존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므로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가 분석한 극우 집단의 최종 목표는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파괴해 자신들이 제시하는 세계관을 완성시키고자 나서는 것’이다. 그는 “민주주의적 절차와 과정을 준수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면 극우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즉, ‘민주주의 파괴’라는 기준으로 볼 때 ‘극우’ 정서는 명백히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극우 정서가 가지는
실질적 영향력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극좌와 극우를 동일선상에서 대칭적으로 다루는 접근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요한 기준은 ‘지금 우리 사회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임 교수는 극좌 노선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뚜렷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임 교수는 “혁명 노선이나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바탕으로 한 극좌적 주장은 현재로서는 시대착오적인 이념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물론 극좌가 가진 위험성을 경계할 필요는 있지만, 오늘날에는 사회적 현상으로서 분석하기보다 학술적 연구의 영역에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에선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쉽게 ‘낙인’을 찍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나와 다른 정치적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극우’라는 딱지를 쉽게 붙이는 경향이 있다고 느낀다’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에 답한 응답자가 34.6%로 가장 높았다.
김 교수는 “보수는 현재 체제를 잘 지키기 위해 인권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를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반면 극우는 폭력적인 형태를 띠며, 특정 세력을 몰아내면서 결국 민주공화제적인 질서를 수용치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도연 기자 khudy94@khu.ac.kr
이환희 기자 hwanhee515@khu.ac.kr
하시언 기자 hse0622@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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