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연속기획] 공동체를 놓친 교육, 배제의 정서 키워 엘리트 집단의 능력주의 맹신이 극우화 부추겨
‘내 안의 극우’ ③ - 사회적 원인
#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극우 정서는 하루아침에 탄생한 게 아니다. 이번 3회 차에선 ‘정치 성향’이 아닌 ‘일종의 정서’로서 극우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다룬다. 특히 ‘교육’의 관점으로 초중등 공교육 시스템이 놓친 공동체 가치와 함께 대학 교육 문제점, 나아가 엘리트 집단이 어떻게 극우주의를 활용하고 있는지 전문가들의 분석을 들어봤다.
▲한국 사회에선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을 받으며 경쟁에 뛰어든다. 성인이 되고 대학에 들어와서도 학점과 취업 등으로 인해 끊임없는 경쟁을 하게 된다.
학창 시절 내내 무한 경쟁
공동체 가치 놓친 공교육 시스템
지난 회차에서 이해한 대로 ‘극우’라는 용어는 정치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특정한 정서·태도를 표현하는 말로 인식된다. 특히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경쟁사회 속 타자를 위험 요소로 여기고 배척하는 태도’가 대표적이었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초등학교 진학 이후부터 무한 경쟁 속에 살며 20대를 맞이했다. 그렇게 타자는 신뢰의 대상이기 전에 내가 꺾어야 할 경쟁 상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국 교육 현황 보고서에는 학업 성취도는 OECD 평균 이상이지만, 사교육 의존도가 매우 높고 선발 방식 또한 매우 경쟁적이라는 분석이 담겼다. 김윤철(한국정치) 교수는 “학생들이 어릴 때 학원만 바쁘게 다녔지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가치를 습득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교육 심화뿐 아니라 공교육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임형진(한국정치학) 교수는 공교육이 ‘공동의 가치’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모든 교육과정을 통해서 공교육의 핵심은 공동의 가치를 존중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기본이지만 실패했다”고 분석하며 “공교육의 실태가 극우적 청년 세대를 양성한 주범”이라고 덧붙였다.
문화비평가 이택광(영문학) 교수는 “교육 시스템 자체가 극우적”이라며 “능력주의적 시스템으로 사람을 판단하면서 그와 무관한 열린 사회와 민주주의를 언급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배우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전체 시스템을 민주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학은 또 다른 경쟁의 연속
극우 등장은 대학 교육 실패를 상징
성인이 되고 대학에 와서도 경쟁은 계속된다. 전공 수업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교양 과목에서까지 ‘점수 따기’에 급급해진다.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 시장 경쟁이 학생들을 기다린다. 김 교수는 “대학이 옳고 그름을 따지는 토론과 숙고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데 대학 평가 순위를 올리려는 또 다른 경쟁의 연속”이라며 “교수들도 학생들을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는 고등학생처럼 대하고 학문적 다양성이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한편으로는 대학을 ‘제2의 탄생을 하는 곳’이자 ‘공부를 하면서 시민으로 다시 거듭나는 기회’로 바라봤다. 김 교수는 “기초학문 분야를 없애면서 물질적인 가치를 중시하다 보니 학생들도 영향을 받는다”며 “한 명의 학자이자 교육자로서 상당히 무력감과 회의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극우주의가 등장한 것은 한국의 근대 교육, 특히 대학 교육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고등교육이 실패했기 때문에 이런 극우주의적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은 민주 사회와 자유로운 개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를 지향하는데,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건 고등교육이 실패했다는 뜻”이라며 “우리가 하고 있는 여러 가지 교육의 의미와 교육 철학을 다시 되새겨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타적인 민족주의의 극단화
“엘리트 집단의 책임 크다”
김 교수는 “한국의 배타적인 민족주의가 타자에 대한 혐오와 극우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다문화와 개방주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집단이 극우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청년 극우화가 독특한 점은 보통 중하위 소득 계층에서 일어나는 극우화 현상이 고소득 계층에서 더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임형진 교수는 “우리 사회의 엘리트 집단이 능력주의를 과시하고 과신하는 성향 때문에 극우화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헌(사회정책학) 교수 역시 “극우로 분석되는 사람들이 고소득층이라는 건 특이한 현상”이라며 “기득권 집단이 안정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경제·정치적으로 혼란해지면서 자신의 것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또 “상황이 급해지니 자기 주장을 하는 것을 천하게 생각했던 기득권층이 그것을 표현하면서 이상하게 극우를 이용하고 있다”며 “혼란 속에서 국적·성별·경제적 수준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을 포퓰리즘으로 몰고 있는 엘리트 집단이 있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극우화 현상에서 엘리트 집단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경쟁 때문에 생기는 불안과 박탈감으로 인해 청년 극우화가 진행된다는 건 청년들을 무시하는 논리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요즘 청년들이 살기 어려우니까 외국인 혐오, 성별 혐오가 나타나게 됐다는 것은 오히려 그런 갈등을 부추기려는 것 같다”며 “이미 성인이고 사회의 지성인인 20대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혐오하는 것으로 표출할 만큼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도연 기자 khudy94@khu.ac.kr
이환희 기자 hwanhee515@khu.ac.kr
하시언 기자 hse0622@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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