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청년극우 연속기획④]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확산·고착화되는 ‘극우 정서’
‘내 안의 극우’ ④ - 극우 정서의 확산•고착 경로
# 앞선 3회차에서는 청년들이 극우적 정서를 가지게 된 구조와 교육, 사회 환경의 요인을 살폈다. 이번 4회차에서는 이러한 극우적 정서가 어떤 경로를 통해 확산되고 굳어지는지에 초점을 둔다. 오늘날 청년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극우적 정서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키고 확산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미디어학과 이종혁(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알고리즘에 의해 한번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되면 점점 더 극단적으로 추천이 이어지는 경향이 생긴다”고 말했다. (사진=이환희 기자)
의도하지 않아도 접해
알고리즘이 만든 노출
우리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X(트위터)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며 수많은 콘텐츠에 노출된다. 관심 분야의 콘텐츠를 접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능동적으로 찾아보지 않은 콘텐츠를 접하게 되기도 한다.
엄정민(중국어학 2024) 씨는 “평소 유튜브로는 정치나 시사 이슈를 잘 찾아보지 않는 편인데도 유튜브를 열자마자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한 특정 정치 유튜버의 영상이 뜬 것을 본 적 있다”고 말했다. 어떠한 주제에 대해 직접적인 검색을 통하지 않아도 의도와 무관하게 자연스럽게 접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들 알고 있는 ‘알고리즘’에 의한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문제는 알고리즘의 특성에 있다. 미디어학과 이종혁(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유튜브나 틱톡과 같은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이 특정 콘텐츠를 좋다고 판단해서 밀어주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오래 보고 많이 반응하는 콘텐츠를 밀어 준다”며 “고각성 감정을 유발하는 콘텐츠에 사람들의 체류 시간이 가장 길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자신의 기존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찾고 소비하는 경향이 있는데, 알고리즘이 이 경향을 기술적으로 강화한다”며 “한번 자극적인 영상에 노출되면 점점 더 극단적인 쪽으로 추천이 이어지는 경향이 생겨나는 것”이라 설명했다.
숏폼·밈 형식 콘텐츠
극우 정서의 확산 경로
이러한 콘텐츠들은 숏폼·밈의 형식으로 유통·확산되고 있다. 2024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진행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숏폼 이용자에게 온라인 동영상 시청 중 숏폼이 차지하는 비중을 물은 결과 ‘50% 이상’으로 답한 응답자는 23%로 숏폼 이용자 4명 중 1명 꼴이었다.
일반적으로 숏폼 콘텐츠는 1분 내외로 구성돼 직관적이며, 빠른 소비와 높은 확산성을 가지지만 짧은 시간 안에 각인시키기 위해 자극적으로 제작되는 경향이 있다.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최영준(사회정책학) 교수는 “숏폼의 특징이 어떤 증거나 설명이 충분히 담겨있다기보다, 짧은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는 점에서 위험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엄 씨는 “예를 들어 ‘MZ와 틀딱의 사고 차이’라는 주제와 같이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거나, 타국 대통령을 조롱 섞인 패러디로 이미지화한 유튜브 숏츠와 같이 숏폼에서 주로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많이 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진욱(미디어학 2020) 씨는 “사람들이 진지한 글은 소비를 잘 안 한다고 생각한다”며 “유튜브 숏츠와 같은 숏폼 콘텐츠는 약간의 불화나 과장을 가미해 소위 어그로를 끌어서 사람들이 어떻게든 콘텐츠를 보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극단적인 콘텐츠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의 미디어는 조회수와 체류 시간이 곧 수익으로 이어지는 관심경제 위에서 돌아가고 있어, 콘텐츠 생산자 입장에서는 분노와 혐오 같은 극단 정서를 자극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상업 전략이 된다”며 “극우 콘텐츠의 확산은 이념 동기만으로 설명할 수 없고, 이런 관심경제 중심의 과잉 상업화가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숏폼, 밈의 문제도 이 맥락에서 봐야 하는데, 혐오 표현이 유머나 풍자의 외피를 쓰면 수용자는 그것을 어떠한 주장이 아닌 그저 재미있는 콘텐츠로 인식하게 된다”며 “이러한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하는 가벼운 참여가 사실상 혐오 담론의 확산 인프라로 기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익명성·의견 쏠림 현상
극우 정서 고착화시켜
익명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이러한 정서를 더욱 고착화한다. 엄 씨는 “에브리타임과 같은 커뮤니티에서 게시판을 보다 보면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선언이나, 세대와 성별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갈등을 유발하는 게시글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청소년기부터 이러한 커뮤니티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중고등학교 시절은 굉장히 닫혀 있는 시기이고 학원, 학교로 반복되는 학업의 굴레에서 자신의 욕구를 온라인 상에서 표출하는 시기”라며 “그런 커뮤니티에서 어떤 주제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가기보다는 어떤 글에 비슷한 내용의 댓글이 쭉 달리는 등의 의견 쏠림 현상을 보고 그것을 자신의 생각에 내재화 하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익명성’을 극우 정서 심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름이 드러나지 않으니 평소라면 하지 않을 과격한 발언을 쉽게 하게 된다”며 “이 과격한 발언들이 커뮤니티 안에서 별거 아닌 것, 심지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탈억제, 탈개인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으로서의 판단과 책임 감각이 약해지고, 집단의 정서에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는 것”이라 말했다.
이 교수는 미디어 환경 개선 방법에 대해 “제도적 차원에서는 플랫폼에 대한 알고리즘 투명성 의무화와 혐오 콘텐츠에 대한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대폭 확대해 가짜뉴스 구별 수준을 넘어,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 내가 보는 콘텐츠가 왜 추천된 것인지를 이해하는 알고리즘 리터러시까지 확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도연 기자 khudy94@khu.ac.kr
이환희 기자 hwanhee515@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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