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경희의 유산]㉑ 자연과 우주 그리고 경희
경희의 유산㉑ 『자연사박물관』
# ‘경희의 유산’ 2차 연재를 시작하며-경희기록관은 2026년 가을 학기부터 1년간 ‘경희의 유산’ 2차 연재를 이어간다. 이번 연재에서는 캠퍼스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건축물, 장소를 중심으로, 경희인의 삶과 추억, 지금도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역사의 흔적을 소개한다.
▲조류 표본을 관람하는 학생들(1960년대 초반) (사진=경희기록관 제공)
1978년 6월 13일, 한 건물의 개관식이 있었다. 조영식 총장을 비롯한 교내 주요 인사는 물론이고 당시 대통령의 장녀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 장경순 보건사회부 장관, 스노베 주한 일본대사 등이 참석할 정도로 큰 행사였다. 이 행사는 경희대 자연사박물관의 개관식이었다.
자연사박물관은 서울캠퍼스 후문의 중정(中庭), 흔히 말하는 ‘동의마당’의 동쪽 면에 자리하고 있다. 1층부터 6층에 이르는 총 460평 규모의 전시실에서는 암석과 화석, 포유류, 조류, 곤충, 수생생물, 식물의 순서로 지구 생태환경을 살펴볼 수 있다. 수장고에는 전시에 선보이지 않은 표본 약 10만 점이 보존되고 있다. 1971년 우리나라에서 멸종된 마지막 텃새 황새 수컷을 비롯해 크낙새와 종어 등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희귀 표본도 보유하고 있다.
자연사박물관의 역사는 사실 1978년 이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보유한 표본들 대부분이 오래전부터 관련 분야 교수와 연구자들에 의해 수집된 것들이며, 대학 축제 등의 행사때 전시실을 꾸며 일반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얼핏 보면 전시 기능만 두드러져 보이지만, 자연사박물관은 대학 기관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연구, 교육 활동을 진행한다. 표본 수집‧제작‧박제, 해외 및 국내 기관들과의 교류, 후마니타스칼리지 연계 수업, 지역 주민과 학생 대상 견학 프로그램 등이 연중 이어진다. 타 대학과의 연합 연구도 활발하다. 최근 충남대, 제주대와 함께 대학 캠퍼스에 서식하는 식물을 조사 연구했는데, 그 결과를 정리해 2026년 10월 12일부터 “세 도시의 캠퍼스, 초록을 읽다”라는 전시회를 개최한다.
자연사박물관의 주된 활동은 지구 생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우리 대학은 더 높은 차원에서 그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다. 전시실을 오르내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벽화가 그 증거다.
1~2층 계단 벽화에는 우주의 탄생으로부터 지구의 역사, 생명의 발생과정을 묘사했다. 3∼4층에서는 인간이 출현한 이후 자연환경에 맞서 문명을 발전시켜 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5~6층 계단 벽화다. 이곳에서는 인류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인간중심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이상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경희의 이상을 담았다. 경희의 교시 ‘문화세계의 창조’ 이념을 우주, 지구, 인류문명의 차원에서 해석하도록 구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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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박물관과 ‘경희의 역사’ 모자이크 (사진=경희기록관 제공)
이제 건물 밖으로 나가 외벽을 보자. 자연사박물관을 마주하고 서면 오른쪽에 ‘경희의 역사’라는 제목의 벽이 보인다. 1953년부터 2050년까지 경희 역사 연표가 위에서 아래로 새겨져 있고, 해당 연표에는 그 시대 경희가 이룬 주요 성취들, 이를테면 본관 완공, 대학주보 창간, 제2차 세계대학총장회 개최, 평화의 전당 건설 등이 색깔 타일로 모자이크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왜 교내의 수많은 건물 중에서 자연사박물관 외벽에 ‘경희의 역사’를 새긴 것일까? 어디에도 그 이유를 밝혀놓지 않았으니, 이제부터는 추측의 영역임을 미리 알려둔다. 필자의 생각에는 우주, 지구(=자연), 경희를 연결지어 해석하는 경희의 철학이 그 바탕에 있는 것 같다. 경희는 우주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서로 의존하고 영향을 미친다는 철학에 기초하여 세계를 이해한다.
즉, 자연사박물관이 다루는 지구 생태의 변화와 발전은 우주 서사의 일부이며, 인류문명 역시 그 메커니즘 안에서 작동한다. 경희의 역사 또한 우주 서사의 한 부분으로 작동하고 있기에, 그 의미는 우주적 차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이처럼 경희의 역사를 우주의 탄생으로부터 지구 생태의 변화 가운데 자리매김하게 되면, 결국 경희의 역사를 표현할 최적의 공간은 우주와 자연을 품은 자연사박물관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자연 혹은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체감하며 살아간다. 인류의 미래가 우주와 자연 그리고 21세기 문명의 항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1978년에 이미 우주와 자연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자연사박물관을 설립한 우리 대학의 통찰에 새삼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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