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 유산⑮ 『건강의 여신상』
# 작년 9월부터 경희기록관은 우리신문과 함께 ‘경희 유산을 찾아서’를 연재한다. 서울, 국제, 광릉 캠퍼스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유산과 자연 유산은 물론 경희기록관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 대학의 역사적 기록물, 경희만의 고유한 정신 유산들을 중심으로, 그들에 관한 역사적 사실,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 숨겨진 흥미로운 에피소드 등을 글과 사진으로 소개한다. 1차로 여름까지 연재를 진행하고, 1년간의 연재 결과를 바탕으로 내용과 형식을 보완해 2차 연재를 진행할 계획이다.
6월 12일은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개원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2006년 ‘동서신의학병원’으로 문을 열어, 2010년 11월에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1991년 4월 건설의 첫 삽을 떴지만, 설립 과정에 수많은 고난에 직면해야 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1997년 우리나라를 덮친 외환 위기와 그로 인한 IMF 구제금융 상황이었다. 건물 골조 공사만 마친 상태로 수년간 고덕동 들판에 덩그러니 서 있던 병원은 2004년 하반기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후속 공사가 재개됐고, 2006년 6월 마침내 개원의 날을 맞이했다.
경희의료원은 강동병원보다 35년 앞선 1971년 10월 문을 열었다. 두 의료기관은 공통된 목표가 있다. 바로 ‘질병 없는 인류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 꿈을 상징하는 것이 의료원 정문 앞 잔디광장에 서 있는 ‘건강의 여신상’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건강, 위생, 예방’을 상징하는 여신 ‘히게이아(Hygieia)’를 형상화했는데, 서울캠퍼스 중앙도서관 홀에 있는 분수대 조각상을 제작한 석주(石洲) 윤영자 선생의 작품이다.
히게이아가 ‘위생(hygiene)’이라는 단어의 어원이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히게이아는 그리스 신화에서 ‘의술의 신’을 상징하는 아스클레피오스(Asklepios)의 딸이다. 아버지가 병을 고치는 치료가 중심이라면, 딸은 병에 걸리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심이다. 그래서 히게이아는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공동체의 건강을 위해 힘쓰는 의료의 역할을 상징하기도 한다.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질병 치료와 건강 회복을 넘어 인류 전체가 질병의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것, 그것이 경희 의료가 지향하는 ‘질병 없는 인류 사회’의 모습이라면, ‘건강의 여신상’은 그 꿈을 향한 경희 의료인의 의지와 도전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설립자 조영식 박사로부터 새로 지을 병원의 조각상 제작을 의뢰받고, 작가가 이미지 구상에 실제로 참고한 대상은 정작 히게이아가 아니었다고 한다. 모델이 된 것은 승리의 여신 니케를 조각한 헬레니즘 시대의 대표적 조각상 ‘사모트라케의 니케’였다. 바람에 날려 다리에 휘감긴 치맛자락이나 섬세한 두 날개의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니케 여신상이 연상되기도 한다. 의료원이 개원하기 3년 전인 1968년 완성된 이 조각상은 처음에는 병원 입구에 마련된 경비실 건물 위에 설치돼 있었다. 그러다가 2011년 경희의료원 개원 40주년을 맞아 잔디광장을 재정비하면서 경비실이 철거되고, 건강의 여신상도 지금의 위치에 이전 설치됐다.
▲ ‘건강의 여신상’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건강, 위생, 예방’을 상징하는 여신 ‘히게이아(Hygieia)’를 형상화했는데, 서울캠퍼스 중앙도서관 홀에 있는 분수대 조각상을 제작한 석주(石洲) 윤영자 선생의 작품이다. (사진=경희기록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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