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경희의 유산] ③새천년 기념탑-네오르네상스 문-‘학문으로 여는 평화로운 세계’의 문
연재-경희의 유산 ③새천년 기념탑-네오르네상스 문
# 9월부터 경희기록관은 우리신문과 함께 ‘경희 유산을 찾아서’를 연재한다. 서울, 국제, 광릉 캠퍼스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유산과 자연 유산은 물론 경희기록관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 대학의 역사적 기록물, 경희만의 고유한 정신 유산들을 중심으로, 그들에 관한 역사적 사실,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 숨겨진 흥미로운 에피소드 등을 글과 사진으로 소개한다. 1차로 내년 여름까지 연재를 진행하고, 1년간의 연재 결과를 바탕으로 내용과 형식을 보완해 2차 연재를 진행할 계획이다.
건축에서 ‘문’이란 하나의 공간적 영역을 이루는 경계와 그 영역에 이르기 위한 통로가 만나는 지점이다. 문은 독립적인 구조물이라기보다 담이나 벽 같은 경계 요소와 공존할 때 그 기능을 다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 대학 국제캠퍼스 정문은 여러모로 독특하다.
우선 디자인이 남다르다. 폭 62미터, 최고 높이 22.5미터, 철근 콘크리트 구조에 화강석으로 마감된 문은 모두 16개의 돌기둥으로 돼 있고, 곳곳에 배치된 조형물들이 건축미를 돋보이게 한다. 설립자 조영식 박사의 아이디어와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김동찬 교수의 설계로 완성된 이 문에는 다양한 상징이 곳곳에 숨어있다.
▲ 2001년 9월 준공된 새천년기념탑-네오르네상스 문 전경 (사진=경희기록관 제공)
▲ 정문 조각상에는 다양한
상징이 숨어있다. (사진=경희기록관 제공)
정문 중앙부 상단에 있는 7명의 남녀 군상은 진취성과 선도성, 탐구와 평화를 상징하고, 홀로 앉은 남성상이 들고 있는 석판과 천칭은 학문의 수호와 정의를 상징한다. 여성상은 나무와 심장을 들고 있는데, 이는 생명과 양심을 뜻한다. 태양계를 돌고 있는 정문 양 끝의 4인 남녀 군상은 학문 탐구, 세상을 이끌어 가는 진취적 기상을 상징한다. 문을 이루는 기둥의 측면에는 20명의 사람이 부조로 조각돼 있는데, 평화를 상징하는 여신상을 중심으로, 남녀 군상들은 각각 협동과 어울림, 학문의 성취와 기쁨을 뜻한다. 아치형의 좌우 익랑(翼廊) 천장을 올려다보면 목련이 보인다. 이 목련은 꽃봉오리부터 만개한 모습까지 다섯 단계로 표현돼 있는데, 발전하는 경희인을 상징한다.
이름도 독특하다. 정식 명칭은 ‘새천년 기념탑-네오르네상스 문.’ 캠퍼스 출입문인 동시에 탑이다. 정문 중앙 이맛돌을 올려다보면, ‘NEO RENAISSANC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네오르네상스’는 교육자이면서 평화운동가였던 설립자가 주창한 실천 운동의 명칭이다. 그는 20세기 인류 문명이 낳은 과학기술 지상주의, 인간 부재라는 실존적 한계를 지적하면서, 중세 말 정신문명의 한계점에서 인본주의자들이 ‘인간성을 되찾자’라고 외치며 르네상스 운동에 나섰던 것처럼, 오늘 인류가 또다시 직면한 물질문명의 폐해를 극복하고, 새로운 문명 전환을 이뤄내기 위해 제2의 르네상스 운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를 통해 ‘정신적으로 아름답고, 물질적으로 풍요하며, 인간적으로 보람 있는’ 지구공동사회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것이 네오르네상스 운동이다.
새천년 초입, 2001년 9월 28일 개최된 정문 준공식에서 설립자는 “이제 새로운 천년을 맞아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함과 동시에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인류 화합과 평화의 바탕 위에 진리를 탐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새천년 기념탑-네오르네상스 문’을 통해 세상의 새롭고 깊은 학문과 사상이 우리를 향해 들어오고, ‘학문을 통한 평화’라는 경희의 이상이 세계를 향해, 인류를 향해 끊임없이 뻗어나가길 바라는 염원이 국제캠퍼스 정문에 아로새겨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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