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특별기획] 같은 후마, 다른 결정… 양캠 조정 체계는 어디에 ‘캠퍼스별 특성에 맞게 거버넌스 분리’ 주장도
창간 71주년 특별기획
후마니타스 15년을 묻다 2부
⑤ 교수·과목별 편차
⑥ 교육과정 개편
⑦ 평가방식
⑧ 거버넌스
# 2011년 출범한 후마니타스칼리지(후마)는 “한국을 대표하는 교양교육 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구성원의 자부심으로 자리잡았다. 우리신문은 15년이 흐른 지금, 교양교육의 전범으로 불리던 후마가 설립 당시의 철학과 역할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지 되짚고자 한다. 이번 2부 4회차에선 양캠 후마를 잇는 ‘거버넌스’에 관해 다룬다.

후마는 양캠 공통으로 하나의 교육체계 아래 놓여있지만 평가방식과 교과 운영에서는 캠퍼스별 차이가 나타난다. 교양과목 절대평가 도입 논의에서도 서울캠은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국제캠은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며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더불어 필수교과 ‘빅뱅에서 문명까지(빅문)’는 서울캠에서 공통 교재와 팀티칭을 중심으로 운영된 반면, 국제캠에서는 교수마다 자율 커리큘럼을 선택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지난 회차에서는 이 같은 차이를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두 캠퍼스가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릴 때 이를 논의하고 조정하는 구조를 추적했다. 취재 결과 양캠 간 소통 자체가 단절된 것은 아니었다. 교과별 협의와 캠퍼스 내부 회의는 현재도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양캠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정기적으로 논의하고 이견을 조정하는 공식 체계는 뚜렷하지 않았다.
교과별 소통 이어지지만
양캠 정기 협의 구조는 없어
현재 양캠 전체를 조정하는 공식적인 정기 협의체는 없는 상태다. 서울캠 정복철(정치학) 학장은 “공식적인 체계가 없다”며 “필요할 때 전화하거나 직접 만나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양캠 간 회의 역시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교과 단위의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캠 정화영(컴퓨터공학) SW분과 PD교수는 “국제캠 담당 교수와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전화와 메신저 등으로 논의한다”고 말했다. 국제캠 여승주(언어학) 대학영어 PD교수는 “국제캠 PD들은 매달 한 차례 정기회의를 연다”며 “양캠의 논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서울캠 PD와 별도로 협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가방식처럼 의견 차이가 큰 사안은 학장과 부학장 간 논의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보 교류가 줄면서 앞선 절대평가 전환 논의에서는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 국제캠 이은정(비교문학) 교수는 절대평가를 실제로 시행할 교수들이 제도의 취지에 공감하고 준비할 과정이 필요했지만, 당시에는 “사전 인식, 준비 작업, 공유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교수들 사이에서는 “서울캠 후마에서 논의됐던 걸 왜 우리한테 이렇게 명령식으로 하달하냐”는 반응도 있었다고 전했다.
국제캠 후마 학장이 올해 1월부터 공석인 점은 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정복철 학장은 “한쪽 캠퍼스에서 책임 있는 협의 상대가 부재하면 양캠 간 회의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제캠 후마 김성(물리학) 교수 또한 “과거에는 학장과 부학장 간 교류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고 조정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 역시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출범 초기엔 양캠 공동 운영
교수진 협력·대학장 역할 컸다
후마 출범 초기에는 양캠의 공동 논의가 지금보다 활발했다. 우선 양캠 후마 교수진의 협력 의지가 컸다. 새로운 교과와 교재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했던 상황에서 공동 워크숍의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국제캠 이영식 전 학장은 “당시 서울과 국제의 설립위원들이 수시로 만나 교재와 교육과정을 함께 만들었다”며 “양캠 교수들이 이동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강남과 양재 등 중간 지점에서 회의를 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두고 “서울·국제가 이질감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양캠 후마를 지휘하는 대학장의 역할도 있었다. 초대 도정일 대학장은 후마 설립위원회 참여부터 초창기 후마 운영을 주도하며 양캠을 하나로 묶는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장과 양캠 학장이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회의체를 꾸리는 식이었다. 김진해 부학장은 대학장을 ‘부총장급’이라고 표현하며 “당시 문서와 행정 업무는 캠퍼스 학장이 맡고, 대학장은 설립 초기 주요 결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회고했다. 글쓰기 중핵교과를 가르치는 서울캠 고인환(국어국문학) 교수도 “대학장 아래 양캠 학장이 있었고 교과별 교수들도 함께 회의했다”며 초창기에는 공동 운영의 성격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5년 1월 초대 도정일 대학장이 사임한 이후 11년이 넘는 기간동안 대학장 선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 교수는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 없는데 제대로 운영이 되겠느냐”며 “현재는 양캠을 통합적으로 바라볼 책임 주체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교육과정이 정착되면서 공동 워크숍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영식 전 학장은 “중핵교과처럼 공통 교육내용을 만들어야 하는 교과는 양캠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했지만 모든 교과가 같은 수준의 통합 운영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교육과정이 정착되자 공동워크숍도 자연스럽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인사 현안서 갈라진 양캠 판단
공동 운영 동력까지 흔들
후마 교수진은 양캠 차이가 단순한 운영 차이를 넘어 내부 갈등으로 번진 요인으로 교원 인사 문제를 꼽았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교원 신분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건 2015년부터였다. 당시 우리신문은 후마가 비전임교원 일부를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으로 전환해달라고 대학본부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2017년부터 신분안정화계획이 시행되면서 문제는 양캠이 실제 전환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의 문제로 옮겨갔다.
서울캠 이기라(사회학) 교수는 “당시 유정완 서울캠 전 학장이 객원교수의 신분안정 필요성을 적극 제기했고, 대학본부와의 논의 끝에 별도의 교원 지위를 신설하는 대신 기존 비정년전임교원 제도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분안정화계획이 실제 시행되는 과정에서는 양캠의 대응이 달랐다. 이 교수에 따르면 당초 예상보다 이르게 비정년전임교원 TO가 배정되면서 서울캠은 먼저 전환 절차를 시작했지만 국제캠은 같은 시기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 이후 국제캠에도 제한된 TO가 배정되면서 전환 여부와 절차를 둘러싼 내부 반발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고인환 교수 역시 당시 상황을 두고 “그쪽 학장의 생각이 다르고 이쪽 학장의 생각이 달랐다”며 신분안정화 문제를 둘러싼 양캠 수장의 판단 차이를 짚었다.

▲ 2017년 2학기 국제캠 후마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채용 면접이 열린 멀티미디어관 513호 앞에서 중핵교과 교수회의 대표위원들이 채용 중단을 요구하며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대학주보 DB)
이 교수는 일부 교수들이 비정년전임 전환을 거부하자는 회의체를 구성한 가운데 다른 교수들은 실제 전환에 지원하면서 갈등이 커졌고, 면접 과정에서는 피켓 시위까지 벌어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두고 “심각한 갈등이 생겼기 때문에 거기서 동력이 확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이후 함께 논의하고 움직이는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당시 국제캠 후마 학장이었던 국제캠 김성수(우주과학) 교무처장은 “객원교수의 비정년전임 전환 자체에는 크게 반대는 없었다”면서도 “당시 객원교원을 모두 전환하기에는 재정 부담이 커 일부만 선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우리신문은 양캠의 신분안정 계획이 “통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018년 6월 서울캠 후마 이영준 학장은 “국제캠과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고, 국제캠은 중핵교과 객원교수만 우선 비정년전임교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다른 교과와의 형평성에 맞는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김성수 당시 국제캠 후마 학장도 “중핵교과 교수들만 신분전환을 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다른 교과의 신분안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큰 현안엔 공동기구 가동
평시 조정은 보직자에 의존
2017년 ‘후마니타스칼리지 재도약 특별TF’는 양캠 공동기구 운영에 실효성을 보인 대표 사례였다. TF에서 평가방식 전환과 교육방식·교과목 개편 등을 논의했고, 이를 토대로 ‘후마 교양교육 혁신 방안’이 마련됐다. 이듬해 실행위원회에는 양캠 부총장과 교무처장, 후마 학장, PD 교수진 등이 참여했다. 재도약 과정은 후마가 큰 현안에서 논의가 필요할 때 양캠 공동기구를 구성하고 실제 제도 개편까지 이끌 수 있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조정 기능은 상설 구조로 이어지지 않았고, 현안이 끝난 뒤 양캠 협의는 다시 학장과 PD 등 기존 보직자의 소통에 의존했다. 최근에는 교육과정 개편같은 큰 현안에서까지 캠퍼스별로 별도 논의하는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서울캠은 다음 교육과정 개편 TF를 통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서울캠 김진해(국어국문학) 부학장은 양캠 PD 전체가 처음부터 한 회의에 참여하면 인원이 많아 심도 있는 논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캠에서 먼저 TF를 꾸린 뒤 국제캠 부학장에게 연락했으며, 국제캠에서도 별도의 TF를 구성해 논의한 후 양캠이 함께 만나 공통분모와 이견을 확인하는 방식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협의가 실제 공동 조정으로 이어지도록 뒷받침할 상설 구조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김 부학장은 취재 당시 국제캠 TF가 아직 구성되지 않은 상황을 두고 “이제 그러면 또 나중에 가서 갈등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후마 설립부터 지난 2022년까지 후마 소속이었던 자유전공학부 배재형(수학) 학부장도 설립 당시와 비교해 양캠의 ‘유기적 협업’이 약화되고 교육·행정 운영이 개별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은정 교수 역시 “양 캠퍼스가 어떤 걸 준비해야 하는지, 교양교육 단위와 성적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 같은 논의가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승주 교수는 “현안이 생겼을 때만 만나는 방식보다 평시에 만나는 정기적인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견 엇갈려도
공동 결정 범위부터 정해야
이런 과정에서 양캠 공동 논의구조 마련을 위해 11년간 공석으로 비워둔 대학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리신문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학칙 제78조에 따라 대학장 직위는 공식 직제로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본부를 통해 후임 대학장이 장기간 선임되지 않은 배경과 현재 양캠의 이견을 조정하는 공식 주체를 물었으나, 총장실은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만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교수진의 협력 의지를 강조하는 시각도 있다. 이은정 교수는 “양캠 학장과 교양교육 관련 조직 등이 참여하는 공식적인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해 부학장은 “대학장이 있느냐 없느냐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대학장을 세운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캠 학장 간의 실질적인 소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후마 거버넌스 체계를 캠퍼스별 특성에 맞게 분리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양캠 후마는 후마 출범부터 이어진 평가방식 전환에 대한 입장차를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다. 2024년 절대평가 전환 논의가 서울캠 총학생회 주도로 이뤄졌을 때도 서울캠은 우선 시행을, 국제캠은 충분한 준비와 단계적 접근이라는 평행선을 달렸다. 현 구조의 한계를 구성원들이 체감하게 된 셈이다.
서울캠 정복철 학장은 “왜 하나여야 하느냐”며 제도적으로는 같이 가되 캠퍼스 특성에 맞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봤다. 정화영 교수 역시 후마가 하나의 기관인 만큼 제도적 문제는 함께 갈 수밖에 없지만, 교과 내용은 캠퍼스 특성에 맞게 운영할 수 있다고 봤다. 김성 교수도 캠퍼스별 자율 운영 가능성을 인정했다. 다만 그 범위 역시 양캠의 협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고 봤다. 김 교수는 “캠퍼스별로 독립적으로 운영하더라도 그 자체를 양캠이 먼저 합의해야 한다”며 자율 운영의 범위 역시 공동 논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재 결과, 양캠 후마의 관계가 ‘단절’된 것은 아니었다. 교과별 소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현안이 생기면 양캠 교수와 보직자가 만나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을 함께 결정하고, 무엇을 각자 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양캠 후마가 지속적인 갈등을 겪어왔음을 확인했다.
후마 통합에 필요한 전제 조건은 공동 운영의 범위와 캠퍼스별 자율성을 함께 정할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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