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그냥 교양수업 아닌가요?” 희미해진 후마의 의미, 학생 불만은 ‘평가’와 ‘강의’ 방식에 집중
창간 71주년 특별기획
후마니타스 15년을 묻다
# 2011년 출범한 후마니타스칼리지(후마)는 “한국을 대표하는 교양교육 모델을 만들었다”는 찬사를 받으며 구성원의 자부심으로 자리잡았다. 우리신문은 15년이 흐른 지금, 교양교육의 전범(典範:본보기가 될 만한 모범)으로 불리던 후마가 설립 당시의 철학과 역할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지 되짚고자 한다. 이번 1회차에선 후마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는다. 이를 위해 대량메일 시스템을 통해 재학생 168명의 답변을 수집했으며, 후마 교과목을 수강한 39명을 대상으로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15년 지난 후마
학생 시각은
후마니타스칼리지는 2011년 국내 최초로 단과대 형태로 설립된 독립 교양기구다. 서울캠 교양학부, 국제캠 교양학부, 학부대학 세 곳에 의해 분산 관리되던 학부 교양교육을 후마를 통해 일관성 있게 하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또한 실용 학문의 시류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지성인으로서 갖춰야 할 본연의 모습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뜻도 있었다.
2010년 1월부터 4월까지 총 7차례에 걸쳐 공개포럼을 진행하는 등 노력 끝에 완성한 후마는 그해 9월 17일 출범식에 이어 2011년부터 우리학교에 도입됐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것이 변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인간의 가치 탐색’ 2개뿐이던 중핵교과는 6개로 늘었으며, 학생은 물론 교수진까지 구성원 변화도 크다.
우리신문은 설립 당시의 후마 철학을 살펴보고, 초기 설정한 교육 방향성이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왔는지를 되돌아보기로 했다. 다만 교육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기에 15년 전의 방향성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후마에 산적한 여러 문제를 공론장에 올리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논의할 것이다. 우선 학생들은 현재의 후마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들어봤다.

▲도입 두 번째 해였던 2012년엔 QS아시아 대학평가 인문학 분야에서 18위로 올랐을 만큼 후마는 인정받았고, 경희를 대표하는 간판이었다. 다만 지금도 그렇다고 확언하기는 어렵다. 학교를 대표하는 브랜드 상징이라기엔 “후마를 잘 모른다”는 학생이 많았다. (사진=박류빈 기자)
“그냥 교양수업 아닌가요?”
후마 정체성 소실
후마를 통한 교양교육 혁신은 국내에선 새로운 시도였기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도입 두 번째 해였던 2012년엔 QS아시아 대학평가 인문학 분야에서 18위로 올랐을 만큼 후마는 인정받았고, 경희를 대표하는 간판이었다. 다만 지금도 그렇다고 확언하기는 어렵다. 학교를 대표하는 브랜드 상징이라기엔 “후마를 잘 모른다”는 학생이 많았다.
간혹 후마가 역사적, 교육적으로 갖고 있는 의미를 가볍게라도 알고 있는 학생은 있었다.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언급해주셔서 알고 있었다”는 이나영(유전생명공학 2024) 씨나 “새내기배움터에서 후마니타스칼리지위원회 설명을 듣고 알았다”는 양혜인(문화엔터테인먼트학 2024) 씨가 그랬다. 하지만 후마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이라도 생소해하는 반응이 다수였다.
수강신청을 준비하며 후마를 처음 알게 됐다는 새내기 유재준(원자력공학 2026) 씨는 “처음엔 그냥 ‘특이한 이름이다’하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이한 이름을 붙일 정도로 교양교육에 신경쓰고 있겠다 느껴 다른 대학과 다를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면서도 “학교로부터 설명을 들어서 얻은 정보는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장세린(디지털콘텐츠학 2026) 씨 역시 “강의명과 강의계획서만 보고 예측했을 뿐이지 그 외 정보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설명 부족은 재학 기간 내내 후마에 대한 낮은 이해도로 이어졌다. 재학생 정은비(국어국문학 2022) 씨는 “모든 대학이 전공과 교양으로 나뉘어 있으니 우리학교에도 당연히 교양 교과목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냥 교양을 부르는 이름이 후마니타스칼리지라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지원(중국어학 2024) 씨는 “입학했을 때나 수업 시간에 이런 배경에 대한 설명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출범 당시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것과 달리, 현재는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부터 체감되는 인지도와 이해도 자체가 현저히 낮아진 실정이다.
이는 곧 후마의 교육 철학과 목표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단지 ‘의무’적인 것으로만 생각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게 된 결과로 이어졌다. 39명이 응답한 우리신문의 후마에 대한 1학년 재학생 인식조사에 따르면 후마의 수업에 대한 인식으로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교과과정‘이라 답한 응답이 37%로 가장 많았다. 129명이 응답한 2학년 이상 재학생 인식조사에서도 후마에 대해 ’해야 해서 듣는 수업’이라 느꼈다는 응답이 64.1%로 가장 많았다.
평가·강의방식 가장 아쉬워
참여형, 토론형 수업 원해
후마에 관한 아쉬운 점으론 평가방식과 강의방식에 대한 지적이 두드러졌다. 2학년 이상 재학생 인식조사에 따르면 평가 방식을 두고 긍정적인 응답(21.3%)보다 부정적인 응답(37.1%)이 더 많았다. 후마와 같이 토론·글쓰기·성찰·실천을 지향하는 수업에 상대평가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56.2%)이 그 반대(23.6%)보다 두 배 이상 많기도 했다.
특히 절대평가를 원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선 대학생으로서 성적보다 중요한 인문학적 가치를 지향하고 싶은 마음이 드러났다. 과거 보도를 살펴보면, 2010년 12월 후마 대학생위원회 위원장은 “상대평가보단 절대평가 제도를 건의하겠다”고 대학주보와 인터뷰했다. 이후로도 총학 차원에서의 공론화 등 논의는 많았지만 대부분의 과목이 상대평가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절대평가를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답한 강민서(응용영어통번역학 2024) 씨는 “상대평가는 제한된 비율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있어 학습 의욕을 꺾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역시 절대평가를 선호하는 김아현(일본어학 2023) 씨는 “장단점이 있지만 상대평가는 내가 아무리 잘하더라도 모두가 경쟁자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후마는 절대평가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는 진채윤(프랑스어학 2024) 씨는 “교양은 경쟁보다 각자가 얼마나 생각하고 표현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드러냈다. 김희주(국어국문학 2022) 씨는 “절대평가가 후마 이념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며 “인문학, 철학 등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지혜와 순수 학문에 대한 열망을 키울 수 있는 방향이 후마의 본래 취지에 맞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학년 이상 재학생 인식조사에서 후마 수업에서 평가 때문에 협업보다 경쟁을 더 의식하게 된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없다는 응답(24.7%)보다 있다는 응답(64.1%)이 더 많았다.
학생들은 ‘교수는 말하고 학생은 듣는’ 경우가 많은 강의 방식과 교수·과목별 편차가 크다는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밝혔다. 2학년 이상 재학생들 중 후마 수업의 문제점으로 교수·과목별 편차가 크다고 답한 응답자가 65.2%로 가장 많았으며, 1학년 재학생들의 경우 후마에 대해 우려되는 점으로 교수나 강의에 따라 편차가 클 것 같다는 점을 꼽은 응답자가 63%로 가장 많기도 했다. 이슬비(시각디자인학 2024) 씨는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필수교양, 그중 특히 성찰과표현이나 주제연구와 같은 글쓰기 수업에서 과목별로 차이가 심한 것 같다“며 ”수업 방식의 차이가 평가에 영향을 주기도 하기에 이런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배구부 주장 염시원(스포츠지도학 2023) 씨에게 교양은 잠시 훈련장에서 떠나 다른 학과 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토론형 수업을 선호한다”는 염 씨는 “다양한 학과가 모이는 만큼 토론하고 대화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지만 대부분 강의식 수업인 게 아쉽다”고 말했다.
입학 후 처음 들은 교양 ‘인가탐’에서 질 높은 주제의 토론을 경험하고 “지적 쾌락을 느꼈다”는 김한솔(국어국문학 2023) 씨는 “한 학기가 끝날 때쯤 돌아보니 정말로 ‘인간의 가치’를 탐색한 것 같은 성취감이 들었다”며 “일방향적인 강의보단 조금 힘들더라도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는 참여형, 토론형 수업이 더 좋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경험을 소개했다. 김 씨의 경험은 후마 초창기 ‘교육의 6대 원칙’ 중 ‘단순한 지식 암기가 아닌 자신의 사고를 기르는 지평융합의 원칙’에 부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재미부터 취업까지
다양한 AI 교과목 필요
학생들이 후마에 바라고 요구하는 것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과거 보도를 검토한 결과, 출범 첫해였던 2011년엔 ‘인가탐, 우사세의 지나치게 많은 학업 내용’,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적은 수강신청’ 등이 있었다. 2014년 우리신문의 만족도조사에선 이공계 학생들이 후마 수업내용의 ‘진로와의 상관정도’를 지적했다. 2019년 중핵교과 ‘우리가 사는 세계’와 ‘시민교육’이 ‘세계와 시민’으로 통폐합되는 과정에선 ‘후마 구조대’ 학생들의 피켓 시위도 벌어졌다.
오늘날의 학생들 역시 각자가 바라는 후마의 청사진이 있었다. 양혜인 씨는 “실제 취업에 도움이 되는 수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김다인(Hospitality경영학 2025) 씨는 “수업 내용이 더 재밌어지고 교과목 주제가 다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채민(문화엔터테인먼트학 2024) 씨는 “‘빅뱅에서 문명까지’는 학과별 편차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분반을 나누는 새로운 기준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또한 새내기들은 대부분 “중고등학교에서 겪지 못한 현장 체험형 수업이 궁금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2학년 이상 재학생 설문조사의 관련 응답에서는 60.7%가 ‘현재 후마 교육이 인공지능 시대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최근 교양 강의에서 AI 사용 과제를 받았다는 강민서 씨는 “점점 변하고 있다고 느낀다”면서도 “프롬프트 작성, 창의적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AI 강의들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서인(중국어학 2022) 씨는 “후마 교육과정은 인간만의 사고 추론 과정을 발전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AI와 다른 새로운 사상을 마련하기 위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도연 기자 khudy94@khu.ac.kr
이환희 기자 hwanhee515@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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