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특별기획] 교수들이 본 후마의 과제 ‘지원 회복’과 ‘양캠 소통’
창간 71주년 특별기획
후마니타스 15년을 묻다
① 학생들이 바라보는 후마
② 교수들이 바라보는 후마
③ 조인원 이사장 대담
# 2011년 출범한 후마니타스칼리지(후마)는 “한국을 대표하는 교양교육 모델을 만들었다”는 찬사를 받으며 구성원의 자부심으로 자리잡았다. 우리신문은 15년이 흐른 지금, 교양교육의 모범으로 불리던 후마가 설립 당시의 철학과 역할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지 되짚어보고자 한다. 이번 2회차에선 교수가 바라보는 후마에 대한 생각을 들어본다. 이를 위해 대량메일 시스템을 통해 후마 소속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학교 교수 154명의 답변을 수집했으며, 교원 14명을 대상으로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신문은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대량메일 시스템을 통해 후마에 대한 교수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1회차 기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수의 학생이 후마의 목표와 취지를 잘 알고 공감하기보다 단순 교양 수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번 2회차 기사를 준비하며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교수 다수가 후마 교육이 학생들에게 관성적인 필수과목으로 전락했다는 것에 동의했다. 출범 초기 대학 본부의 많은 지원 속에서 한국 대학 교양 교육을 혁신하겠다고 나섰던 동력이 현재는 상당 부분 약화됐다는 것이다. 154명이 응답한 우리신문의 후마에 대한 교수 인식조사에 따르면 현재 시점에서 제도와 운영 전반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82.5%에 달했다.
소속 학부생 없어 예산에도 제한
다양한 프로그램·새로운 교수자 지원 어려워
후마에는 타 단과대와 달리 학생 수를 기준으로 배분되는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율 예산이 없다. 기본적인 강사료 등 인건비와 수업 운영 비용에 대한 예산만 편성되고 있다. 그 외 교육과 관련한 별도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예산이 필요하면 본부에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후마 교수들은 이러한 예산 신청이 수용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제캠 후마 김성(물리학) 교수는 “보통 각 단과대는 1년치 예산을 자율 예산으로 배정받기 때문에 사전에 계획을 세워 우선 순위에 따라 예산을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후마는 그렇게 확보된 예산이 없고 중간중간 필요한 부분을 신청해야 한다”며 “신청하더라도 수용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후마는 출범 직후와 비교해 현재 지원되는 예산도 줄어 교원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캠 후마 고인환(국문) 교수는 “후마 초기엔 본부에서도 ‘한국 대학 교양 교육을 혁신하자’는 지향점을 가지고 교수진 채용을 많이 하고 강력한 재정적·정책적 지원이 이뤄졌다”며 “지금은 이같은 지원이 부족하고, 교수진도 새로 충원되지 않아 정체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캠 후마 김진해 부학장은 “코로나 이후로 학교 전체적으로 예산이 줄었던 것이 전공 학과에서는 복원을 조금씩 하고 있지만, 후마는 아직 그대로”라고 전했다.
양 캠퍼스 잇는 ‘컨트롤타워’ 부재
“소통 가능하지만 쉽지 않다”
후마 자체적으로는 양 캠퍼스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서울과 국제 양캠을 통합적으로 이끌던 설립 초기 대학장 직은 도정일 초대 대학장 이후 10년 가까이 공석이다. 사실상 양캠 후마 간 공식적·정기적 협의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후마 설립 당시부터 지난 2022년까지 후마 소속이었던 자유전공학부 배재형(수학) 학부장은 후마 소속 당시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으로 설립 당시 의도했던 양 캠퍼스 간의 ‘유기적 협업’이 약화되고, 교육 및 행정 운영이 개별화된 점을 꼽았다.
배 학부장은 “대학장 산하에 있는 총괄 기구인 교양교육위원회, 운영위원회, 인사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돼야 양 캠퍼스가 하나의 철학과 방향을 공유할 수 있다”며 “그런데 이 기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며 각 캠퍼스 학장 산하의 소위원회들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제캠 후마 이은정(비교문학) 교수는 “도정일 대학장님께서 퇴직하신 후로 다음 대학장님이 없으셨고, 양 캠퍼스가 어떤 걸 준비해야 하는지, 교양 교육 단위와 성적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와 같은 논의가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절대평가’
무조건 도입 vs 시간 필요
이같은 소통의 부재가 가장 가시화된 사례가 절대평가 논의다. 양캠 협의체 부재와 함께 평가 방식에 대한 논의는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캠은 전체교수회의를 통해 후마 강좌에 대한 절대평가 전환을 의결한 바 있지만 국캠은 학점인플레의 촉진 등을 우려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서울캠 측의 절대평가 전환 논의 과정이 국제캠에는 통보처럼 전달됐다는 게 국제캠 교수들의 인식이다. 이은정 교수는 “절대평가 전환을 서울캠에서 주도하는데,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평가하는 교수가 준비돼야 한다”면서 “절대평가와 관련해 공유 받은 게 없다 보니 ‘서울캠에서 논의됐던 걸 왜 우리한테 명령식으로 하달하지’와 같은 오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교양 운영 방향성, 다양한 목소리
큰 틀 통일하되 세부적 차이 있어야
양 캠퍼스의 교양 과목 운영 방식에 관한 시각도 나뉜다. 교수 대상 인식조사에서 양 캠퍼스 후마 운영에 관해 ‘동일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응답(30.53%)과 ‘동일하게 운영하되 일부 차이는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32.63%), 그리고 ‘캠퍼스 특성에 맞게 차별화해야 한다’는 응답(29.47%)이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서울캠 후마 정화영(컴퓨터공학) 교수는 “후마는 하나의 기관이기에 제도적인 문제는 같이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내용에 있어서는 캠퍼스별 특성이 다르다 보니 이에 맞게 운영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 교수는 필수로 듣는 과목을 통일하되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필수 교과를 지정하기보다 배분 영역에 포함시키고, 배분 5개 영역 중 각각 한 과목씩은 반드시 수강하게 하는 식으로 강제성과 자기 선택을 융합하는 건 어떨까 싶다”고 설명했다.
기술이 인간을 압도하는 시대
후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인식조사에서 생성형AI 시대에 교양교육이 가장 우선적으로 길러야 할 역량을 묻는 질문에는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는 능력’을 고른 응답자가 52.63%로 가장 많았다. 직접 만나본 교수들 역시 사고와 논의 중심 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후마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배재형 학부장은 “후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인간다운 고유성’을 길러내는 것”이라며 “학생들에게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생성된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기술 발전이 초래할 윤리적·사회적 문제를 깊이 있게 성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공 교수들의 생각 역시 유사했다. 정치외교학과 윤성이(정치) 교수는 “전문 지식은 AI가 다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의 강화가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컴퓨터공학과 이승규(공학) 교수 역시 “AI의 시대라고 해서 AI 프로그램의 기술을 후마에서 가르치는 것은 후마가 그저 교양 교육 대행사로 빠지는 길”이라며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 인공지능의 미래 사회 적용 방식 등 전공에서 가르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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