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후마, 지원 없이는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후마 설립자인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우리신문과의 대담에서 “학문과 인간을 위한 후마 정신을 기억하되, 변신을 통해 후마의 생명력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마 설립자가 말하길 후마는 처음부터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갱신돼야 할 학문적 실험이었다. 그러나 지금 현장에서 후마의 개선과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장벽은 다름 아닌 예산이다.
후마는 기본적인 강사료나 수업 시 필요한 비용을 제외한 자율 예산을 배분받지 못한다. 일반 단과대학은 소속 학부생 수를 기준으로 자율 예산이 편성되지만, 후마는 소속 학부생이 없다는 이유로 그 기준에서 원천 배제되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 생기면 본부에 개별적으로 신청할 수는 있지만, 결과는 대부분 반려다. 학생 독서모임 지원, 방학 프로그램, 교수 간 공동 연구 등 설립 초기 후마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졌다. 이는 후마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여러 경험과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후마의 취지이나, 현재로서는 예산 부족으로 인해 강의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예산 부족은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닌 후마의 정체성을 지탱하던 활동 기반 전체의 붕괴로 이어졌다.
교육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예산뿐만 아니라, 수업 자체를 위한 예산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2회차 기사를 준비하며 만난 후마 소속 교수들은 하나같이 코로나 이후로 예산 부족 문제가 더욱 심화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기 대학 전반적으로 삭감됐던 예산이 학과와 단과대학에서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반면, 후마의 예산은 여전히 삭감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예산 축소는 교수 충원 중단으로도 이어졌다. 국캠 후마 소속 한 교수의 말에 따르면 2019년 이후 후마에는 신규 교수가 단 한 명도 채용되지 않았다. 교수들이 떠나는 빈 자리가 채워지지 않으면 남은 이들에게 강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교수들이 함께 모여 수업의 방향을 논하고 교재를 다듬던 워크숍과 세미나 역시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해를 거듭하며 축소됐다. 과거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증언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수업의 질이 유지되길 기대하는 것은 교수들 개인적 헌신에 교육을 통째로 떠맡기는 일과 다르지 않다.
교수 충원, 워크숍 축소, 다앙햔 프로그램의 소멸. 겉으로는 각기 다른 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뿌리는 하나다. 안정적으로 사용가능한 예산이 후마에 없다는 것이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현 상황을 외면하기만 한다면 후마는 점차 껍데기만 남은 기구가 될 것이다. 수업 자체는 유지되고 학점도 부여되겠지만, 정작 그 안을 채워야 할 교육 철학과 인간의 가치 함양은 자원 없이는 지속될 수 없다. 설립 초기 후마와 오늘날 실제 현장의 후마 사이 거리는 더욱 벌어지고, 학생들이 후마를 ‘단순 교양수업’이라 인식하는 현실은 고착될 것이다.
후마가 스스로를 혁신하려 해도 그 혁신을 뒷받침할 자율 예산의 보장 없이는 어떤 변화도 원활히 진행될 수 없다. 대학 본부가 후마에 안정적 자율 예산을 배정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자율 예산을 배정 받는 일반 단과대학이라고 해서 예산이 풍족한 것은 아니다. 어느 학과, 어느 단과대학이든 예산 부족은 고질적 문제다. 그러나 자율적으로 활용 가능한 안정적인 예산의 유무는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안정된 예산이 있어야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혁신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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