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연속기획] 짧아진 주기…청년 소비문화도 달라졌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 적시 소비 확산
<문화 트렌드 연속 기획> ⑨ 적시 소비 트렌드
# 청년ㆍ학생의 문화 트렌드 아홉 번째 기획으로, 우리신문은 최근 빠르게 등장하고 사라지는 유행 속에서 변화하고 있는 청년 세대의 소비 문화를 살펴봤다. SNS와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새로운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유행을 접하고 경험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특정 상품이나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위는 경험과 공유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우리신문은 학생들을 만나 변화하는 유행 속 청년 세대의 소비 문화와 의미를 들어봤다.

▲ 지난 겨울 크게 유행해 대기줄 행렬을 만들기도 했던 ‘두바이쫀득쿠키’의 인기가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사진=서라수 기자)
짧아진 유행 주기
SNS 확산 속도로 바뀌는 소비 흐름
최근 SNS를 통해 특정 음식이나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탕후루와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는 SNS에서 화제가 되며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인 관심을 얻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유행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 다른 콘텐츠가 등장하면 관심은 금세 이동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2014년 출시된 ‘허니버터칩’은 제품 냄새를 담은 봉지가 판매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으며 장기간 인기를 이어간 대표적인 사례다. 2015년에는 523억 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했고 2024년까지 누적 3억 6,000만 봉지가 판매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반면 최근 유행은 확산 속도만큼이나 식는 속도도 빠르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두쫀쿠 판매량은 2025년 11월 1일부터 12월 1일까지 약 11만 2,000건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2026년 1월 약 두 달 만에 8만 8,000건 수준으로 줄었다. ‘두쫀쿠 오픈런’ 경험이 있다는 이진이(미디어학 2020) 씨는 “한창 유행했을 때보다 사먹는 빈도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억하는 SNS 유행 음식의 시작은 ‘허니버터칩’인데 그때보다 요즘은 유행이 훨씬 빠르게 생겼다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중백(사회학) 교수는 “방송이나 신문처럼 매체가 제한됐던 과거와 달리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하고 확산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콘텐츠의 양과 선택지가 늘어나며 새로운 유행이 기존의 유행을 빠르게 대체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유행 주기를 단축시킨 것이다.
‘지금 아니면 놓친다’는 소비 심리
청년 세대의 ‘적시 소비’ 확산
이처럼 빠르게 등장하고 사라지는 유행 속에서 청년 세대의 소비 방식 역시 변하고 있다. 특정 상품을 오래 소비하는 게 아닌 ‘지금 이 순간의 유행을 경험하는 것’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적시 소비’ 경향을 보인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Z세대트렌드 2026」에 따르면 2025년 제철 관련 언급량은 7만 1,423건으로 2022년 4만 2,096건보다 약 1.6배 증가했다. 특정 시기에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의 향유가 청년층 사이에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 리더십 경영학부 김의신(경영학)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콘텐츠 확산 속도에 따라 ‘지금 경험하지 않으면 놓칠 것 같다’는 심리가 형성돼 유행에 더 빠르게 참여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적시 소비는 특정 기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소매점인 팝업스토어나 한정판 제품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팝업스토어 기획 및 운영 전문 기업 스위트스팟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오픈한 팝업스토어는 총 3,077개에 달했고, 7일 이하 단기 팝업 비중은 전년도 대비 11.93% 증가했다. 잠시 운영되는 팝업스토어 역시 더 짧은 기간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진이 씨는 “인기가 많은 가나디 팝업스토어는 방문하기 위해 티켓팅을 했다”며 “미리 예약을 못 한 친구는 결국 팝업 기간 내 입장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강주희(의상학 2024) 씨는 “‘지금 아니면 경험할 수 없다’는 희소성 때문에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며 “특히 한정판 굿즈는 시간이 지나면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충동구매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두쫀쿠’ 인기가 떨어지기 무섭게 새로운 유행 음식인 ‘버터떡’이 진열되고 있다. (사진=서라수 기자)
소비를 넘어 ‘경험과 연결’의 문화로
유행 콘텐츠가 만드는 새로운 문화
이러한 경험은 타인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교류하는 핵심 매개체로 자리 잡았다. 김정연(사회학 2024) 씨는 “유행을 많이 경험할수록 사회에서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비해 사회가 개인화되며 청년들이 속할 수 있는 견고한 공동체가 많이 줄었는데 특정 유행에 대해 한마디 얹는 행위만으로도 즉각적으로 형성되는 무리에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행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자신의 정체성에 맞게 선별적으로 소비하는 층도 있다. 이관우(수학 2021) 씨는 “트렌드에 참여할 때 내 취향과 맞춰 가보는 경험 자체에 즐거움이 있다”며 “약 40개의 스타벅스 시즌별 텀블러를 모아 매일 다르게 사용했었는데 유행이 끝나도 내게 지속적인 흥미를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소비한다”고 했다.
유행 소비는 때로 조급함과 소외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강 씨는 “친구에게 ‘나만 모른다’는 소외감에 더 조급하게 소비하게 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결국 특정 상품 자체에 대한 열망이 아닌 사회적 연결감에 대한 열망이 해소되는 순간에 소비를 멈추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행 소비가 소속감 및 불안감과 직결되는 이유는 관계 형성 방식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김중백 교수는 “과거에는 친구나 학교 같은 관계에서 소속감을 느꼈다면, 지금은 특정 콘텐츠 경험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방식의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김의신 교수는 “앞으로 청년 세대의 소비는 제품 자체의 기능 뿐만 아니라 경험, 이야기, 사회적 공유 가능성이 결합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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