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사람들① 고고학 전공
#학부 4학년을 마친 학생들은 취업과 대학원 진학의 갈래 앞에 선다. 이중 대학원 진학은 ‘연구자의 삶’을 택하는 것이다. 이들이 한 명의 연구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앎’은 개인의 성취인 동시에 사회적 공공재가 된다. 이번 학기 대학주보는 ‘공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우리학교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사학과 고고학 전공 고아라(박사 2기), 이진형(박사 1기)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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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 박사가 전하는 오해① “고생물학(고생물을 대상으로 함)과 고고학(인간을 대상으로 함)은 다릅니다. 우리 고고학자들은 공룡을 발굴하지 않습니다. 인류의 탄생이래 함께한 가축, 야생동물이면 모를까요!” (사진=이지수 기자)
학부와는 다른 대학원 공부
지식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고아라 씨에게 고고학은 늘 ‘다름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과거 사람들은 지금의 우리와 어떻게 달랐을까”,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살았을까”하는 질문이 늘 흥미로웠다. 특히 고 씨는 ‘떠돌아다니는 사람들’과 ‘유목하는 삶’에 큰 관심이 있었다. 그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때마침 사학과 강인욱(고고학) 교수가 고 씨가 있던 김해로 강연을 왔고, 그때의 인연을 계기로 우리학교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진형 씨는 학부 1학년 때 고고학회에 들어가며 지도교수였던 강 교수를 처음 만났다. 원래부터 고고학에 관심이 있었던 이 씨는 강 교수를 따라 몽골 현지 유적 조사 등에 참여하며 연구자의 꿈을 구체적으로 키워갔다. 그러던 중 “진형이는 드론을 해보자”는 강 교수의 제안이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이 씨는 “아직 많은 사람이 시도하지 않은 연구 분야를 개척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의 제안이 석사 연구 주제로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학부 시절부터 ‘전공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품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경험도, 각오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들에게 펼쳐진 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 학부 수업이 선행 연구가 만들어낸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었다면, 대학원에서의 공부는 그 지식이 정말 타당한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과정이었다. 석사 과정에서 연구 주제를 세 번이나 바꿨다는 고 씨는 “지식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큰 혼란과 괴리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지식이 늘면 늘수록, 오히려 무엇 하나 쉽게 ‘안다’고 단언하기 어려워진다. 이들 또한 대학원에서의 공부는 ‘무엇을 아느냐’보다 ‘어떻게 공부하느냐’를 배워가는 시간에 가깝다고 했다. 고 씨는 “석사와 박사 과정을 거치며 이제야 제대로 공부하는 법을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며 “본인의 전공이 있을 텐데, 그 조그만 부분을 깊이 파고들다 보면 결국 부분을 통해서 전체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주거·장학 해결이
공부할 결심으로 이어져
두 사람은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위해서는 ‘경제적 여건’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실제 고아라 씨는 주거 문제, 이진형 씨는 장학 문제가 해결되면서 공부를 이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서울 상경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고 씨는 다행히 경기도 지역의 행복주택에 입주하며 주거 문제를 해결했다. 고 씨는 “공부에 대한 욕심이 아무리 커도 당장 생활이 불안하면 연구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소속 연구소가 인문계에서는 드물게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생활비를 보전 받으며 연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적 현지조사 방법론으로 ‘드론 원격탐사’를 택한 이 씨는 석사 졸업 이후 유학을 진지하게 고려했다. 영미권과 유럽 학계에서 해당 연구가 더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학비와 생활비, 이동 경비 등 현실적인 부담이 컸다. 그러던 중 사학과의 4단계 BK21 지원 사업과 소속 연구소의 글로벌인문사회과학연구소 지원사업, 그리고 교내 장학 제도인 경희학부우수졸업생장학 등을 알게 됐다. 이 씨는 “안정적으로 연구 지원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우리학교 박사 과정 진학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계기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금 독립 연구자로 나아가는 길 위에 서 있다. 그 길은 길고 지난하며, 끝에 도달할 수 있을 지조차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연구를 이어가게 하는 힘은 역시 ‘과정에서 얻는 작은 성취와 즐거움’이다. 이 씨는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길이 연구를 통해 조금씩 형태를 갖추고 결과물로 완성될 때 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며 “순수하고 의미 있는 즐거움을 찾는다면 연구만한 것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씨 역시 “지식이 조금씩 쌓여간다는 감각을 느낄 때 큰 뿌듯함이 있다”며 “하기 싫은 일들 가운데서는 연구가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고고학 박사가 전하는 오해② “발굴 현장에서 황금 유물이나 값비싼 유물이 나오면 돈을 벌 수 있지 않느냐는 오해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유물은 기본적으로 국가에 귀속되므로, 우리 연구자들에게 유물은 어디까지나 연구의 대상일 뿐입니다.” (사진=이지수 기자)
‘연구자로서의 공부’
신중히 고려하길
두 사람은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학부생에게 ‘연구자로서의 공부’를 신중히 생각해 보라는 조언을 남겼다. 고 씨는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것은 더 이상 학생의 입장에서 배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연구 주제를 세우고 새로운 해석을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단순히 공부가 재미있어 보여서 선택하면 생각보다 훨씬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사학·고고학 분야에서는 사소한 질문이 많은 사람이 대학원에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유물을 보면서 왜 여기에 구멍이 하나 더 있는지, 왜 비슷한 유물인데도 형태나 수량이 달라지는지 등의 질문들이 연구의 출발점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언가를 깊이 이해하고 익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꺼내 쓸 수 있는 전문가로 성장하기까지 뇌는 오랜 시간 고통스럽게 씨름해야 한다. 때로는 몸으로 부딪히고 굴러가며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모두 유라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고고학 연구로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고아라 씨는 암각화를 통해 고대 사회의 생계 방식과 교류 관계를 분석하는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이진형 씨는 드론을 활용한 유적 원격탐사와 공간 분석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각자의 연구 분야를 확장하며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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