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질문에서 시작된 공부, 철학으로 이어진 선택, ‘성향은 어떻게 판단되나’… 박사 과정 최종 과제
공부하는 사람들② 철학 전공
# 학부 4학년을 마친 학생들은 취업과 대학원 진학의 갈래 앞에 선다. 이중 대학원 진학은 ‘연구자의 삶’을 택하는 것이다. 이들이 한 명의 연구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앎’은 개인의 성취인 동시에 사회 공공재가 된다. 이번 학기 대학주보는 ‘공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두 번째 주인공은 우리학교 철학과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서양 분석철학 전공 박수영(박사 7기) 씨다.

▲서양 분석철학 전공 박수영(박사 7기) 씨는 “철학은 겉으로 보기에 현실과 동떨어진 작업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들을 명확히 하는 작업은 우리의 생각을 더 분명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사진=김가빈 기자)
사학과 학부생
철학에 매료되다
박수영 씨에게 철학은 처음부터 계획된 진로는 아니었다. 우리학교 사학과로 입학한 그는 학부 2학년 때 수강한 ‘논리학’ 수업을 계기로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다전공을 신청하며 본격적인 철학 공부를 시작했다.
철학에 매료된 이유는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개념들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비롯됐다. 박 씨는 “‘자유’는 매우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데, 정작 자유가 무엇인지 설명하기란 매우 어렵다”며 “철학은 이러한 개념들에 대한 이해를 도와 지적 흥미를 충족시켜 줬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를 다루는 사상사가 가장 재미있었다”며 “배움을 이어가다 보니 역사적 탐구보다는 철학적 접근 방식을 더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의 학문 여정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 나선 도전의 연속이었다. 사학과 학부생이었던 박 씨는 철학을 석사 과정으로 선택했고, 박사 과정에서는 동양철학에서 서양 분석철학으로 또 한 번 세부 전공을 바꿨다. 박 씨는 “옛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문제와 그에 대한 답변을 분석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현재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동양철학적 물음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석사과정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를 이어가면서 현재 직접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답변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현재의 문제들에 대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질문들을 마주하고 싶어진 것이다. 여러 고민을 하던 중, 박 씨는 현재 지도교수인 최성호 교수를 만나면서 서양 분석철학으로 전공을 바꾸게 됐다.
철학, 추상적인 학문 아냐
개념 명확히 하는 작업
철학은 종종 추상적인 학문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박 씨는 “철학은 가장 기초적인 개념이나 전제에 대해 질문을 하는 학문”이라며 개념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우리의 생각을 더 분명하게 만들고 실제 판단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철학 연구는 문헌 분석과 논증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기존 학자들의 논의를 검토하고, 그 논증의 타당성을 따져보는 과정이 핵심이다. 박 씨는 “전제와 결론으로 이루어지는 논증을 제시하고, 다른 학자들이 제시한 논증을 검토하면서 비판점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철학 작업은 현실과도 연결된다. 박 씨는 “법적 판단에서 ‘동의’와 같은 개념을 이해하려면 그 개념 자체에 대한 철학적 분석이 필요하다”며 “철학이 실제 판단과 제도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리학은 특히 우리 삶과 밀접한 분야”라며“최근 빅테크 기업에서도 AI 윤리학과 관련해 철학자들이 AI의 도덕적 지위 여부나 AI가 개입한 결과에 대한 책임과 같은 논의를 다루고 있다고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삶의 중심이 된 공부
‘함께 하는 공부’도 중요해
지식의 축적은 분명 쉽지 않은 여정이다. 여러 문헌을 읽으며 사고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하고, 하나의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게 발전시키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박 씨에게도 ‘공부’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는 “대학원 진학은 더 본격적이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공부해 보기로 선택한 것”이라며 “흥미를 느끼는 활동을 삶의 중심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학원에서의 공부는 학부 시절과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기보다는, 기존의 학습을 더욱 심화시키는 과정에 가깝다. 박 씨는 “선행 연구를 폭넓게 검토하고, 아이디어를 정교하게 발전시키며, 완성도 높은 글을 작성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세부 전공에 따라 다양한 언어의 문헌을 다뤄야 한다는 점 역시 대학원 공부의 특징으로 꼽았다.
박 씨는 ‘함께하는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공부는 함께할 때 훨씬 더 즐겁다”며 “연구실에서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구는 개인의 작업인 동시에, 다른 학자들과의 비판적 대화 속에서 발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배움의 즐거움과 괴로움
학문 지속하는 것이 목표
현재 박 씨는 ‘성향(disposition) 개념 분석’을 주제로 박사 졸업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어떤 대상이 특정한 성향을 갖는다고 말할 때 그 의미가 무엇인지, 그런 판단이 어떤 근거에 의해 이루어지는지를 분석하는 연구다. 특히 확률적 정보나 설명적 고려가 성향 귀속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박사 학위 취득 이후에는 박사후연구원 과정에 지원해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유학을 통해 연구를 확장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연구원이나 대학에서 연구와 강의를 병행하며 학문을 지속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그 과정에는 성취와 즐거움뿐 아니라 끊임없는 고민과 괴로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멈추지 않는 이들에게, 배움은 여전히 현재를 이해하고 스스로를 확장해 나가는 가장 유효한 방식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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