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던 학생들이 이제는 경희의 이름 아래 서 있었다. (사진=이은서 기자)
“국제대학 입장합니다.”
울려 퍼진 호명과 함께 단대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수를 선두로 학장과 학생회장, 그리고 신입생들이 두 줄로 정렬해 발걸음을 맞췄다. 박수가 이어졌고 행렬 속 신입생들은 긴장과 설렘이 뒤섞인 표정으로 평화의 전당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지난 27일 서울캠에서 열린 2026학년도 입학식은 단과대학별 퍼레이드로 시작됐다. 각 단과대학은 교시탑 앞에 집결해 중앙로를 지나 평화의 전당으로 이동했다. 행진이 시작되기 전까지 어색하게 서 있던 학생들도 걸음을 맞추는 순간 자연스럽게 하나의 대열이 됐다. 본관 앞에서는 동아리 환영 공연이 이어지며 캠퍼스 전체가 새 학번을 맞이하는 분위기를 더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던 학생들이 이제는 경희의 이름 아래 서 있었다.
레드카펫을 건너는 짧은 시간은 수험생 시절을 지나온 시간을 되짚는 순간이기도 했다.
권지민(자율전공학 2026) 씨는 “밤늦게까지 공부했던 기억이 행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랐다”며 “그 시간을 지나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벅차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대학 생활이 기대되고 스스로 선택한 길을 책임 있게 걸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안채현(유전생명공학 2026) 씨도 캠퍼스를 둘러보며 “수험생 시절 휴대전화 배경화면으로 해뒀던 학교 건물을 실제로 보니 감동이고 설렌다”고 말했다.
평화의 전당에 도착한 행렬은 레드카펫을 따라 순서대로 입장했다. 짧은 이동이었지만 대학을 향해 달려온 시간과 경희의 이름 아래 서는 시간을 가르는 경계처럼 느껴졌다.
이 퍼레이드는 2013년부터 정착된 우리 대학만의 입학식 프로그램이다. 경희기록관에 따르면 1950년대에는 입학식을 치를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아 가장 넓은 공간이었던 노천극장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1979년 국제캠이 설립된 뒤 1980년 첫 신입생들이 공학관 앞에서 입학식을 거행했으며 이후 서울캠과 국제캠은 각각 노천극장과 중앙도서관 로비, 사색의 광장 등에서 입학식을 열어왔다. 1997년에는 잠실실내체육관을 대여해 서울-국제 합동 입학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서울-국제 공동 입학식과 식전 퍼레이드가 현재의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은 2013년부터다. 이후 입학식은 평화의 전당에서 이어지고 있다. 과거엔 공간 제약 속에서 치러졌던 입학식이 이제는 퍼레이드를 통해 경희인으로서 출발을 상징하는 의식으로 자리했다.

▲입학식은 축하의 자리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사진=이은서 기자)
평화의 전당 내부로 들어선 신입생들은 단과대학별 배정 좌석에 착석했다. 하층과 중층, 상층을 채운 모습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같은 학번으로 모였음을 보여줬다. 오후 2시부터 진행된 본 행사에서 김진상 총장은 신입생과 가족들에게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김 총장은 “대학은 지금까지 경험한 경계를 넘어 질적 깊이와 넓이를 확장하는 공간”이라며 배움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77년간 무에서 유를 창조해 온 대학의 역사를 언급하며 “신입생 여러분의 미래와 경희의 미래를 일치시키고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개척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김 총장은 “‘완벽함’이란 완벽을 지향하는 태도에 있다”고 말하며 단순한 지적 능력을 넘어 공감과 통찰, 그리고 회복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것을 당부했다. 이어 “앞으로의 시대에는 기술적 능력뿐 아니라 인간적인 공감과 미래를 내다보는 힘이 중요하다”고 덧붙이며 좌절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기를 것을 강조했다.
한편 가족들은 행사장 내부가 아닌 크라운관에서 실황 중계를 통해 입학식을 지켜봤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자녀의 모습을 찾는 시선이 이어졌고 단과대학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도경(정보디스플레이학 2026) 씨의 부모는 “지방에서 올라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만큼 걱정도 있었지만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무엇보다 자랑스럽고 대견했다”며 “오늘 보니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태현(지리학 2026) 씨의 학부모 역시 “3년 동안 한 곳만 바라보며 묵묵히 달려와 준 것이 고맙다”며 자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학교 슬로건인 ‘그대 살아 숨쉬는 한 경희의 이름으로 전진하라’는 문구는 이날의 의미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전진은 거창한 선언이라기보다 앞으로의 시간을 스스로 책임지고 채워가야 한다는 다짐에 가깝다. 입학식은 축하의 자리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2013년부터 이어진 퍼레이드 전통은 또 한 번의 학번을 맞이했다. 교시탑에서 시작된 행진은 평화의 전당에서 하나의 장면으로 완성됐고 2026학번은 그 역사 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의 발걸음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각자의 시간을 통과해 도착한 자리였다. 서로 다른 꿈과 사연을 안고 모인 이들은 이제 ‘경희’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공동체를 이룬다. 긴 수험의 시간을 지나 맞이한 이 출발선에서 신입생은 또 다른 배움과 도전의 시간을 향해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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