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대학, 노조활동에 방해금지가처분 신청... 노조, "집회 연기에도 이어진 가처분은 '노동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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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서울캠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종민 경희학원지부장이 방해금지가처분 신청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민영 기자)
우리학교가 전국대학노조와 그 산하 경희학원지부·산학협력단지회를 상대로 방해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전국대학노조 경희학원지부는 ‘경희대학교 사상 초유의 노동탄압’이라며 지난 14일 서울캠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해금지가처분 신청 철회, 총장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산학협력단의 임금교섭 갈등에서 시작됐다. 전국대학노조와 산학협력단은 지난 5월부터 2025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해 다섯 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다. 전국대학노조는 대학직원과의 임금격차 해소, 처우 개선 등을 요구안으로 제시했지만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전국대학노조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한 노동쟁의 조정에서도 입장 차를 줄이지 못하며 노조는 적법한 쟁의권을 확보했다.
전국대학노조 경희학원지부는 지난달 16일 산학협력단에 공문을 보내 9월 21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노동교육과 투쟁결의대회를 진행하겠다고 알리고 참석 조합원의 근태 협조를 요청했다. 노동교육은 서울캠 호텔관광대학 별관 203호에서, 투쟁결의대회는 본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다.
노조가 집회를 예고한 지난달 21일은 미래문명원이 주관하는 국제행사인 ‘제45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 ‘Peace BAR Festival(PBF)’이 예정된 날이었다. 특히 21일에는 기자간담회,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 평화음악회 등 주요 프로그램이 열릴 예정이었다. 이에 학교는 예정된 노조의 노동교육 및 투쟁결의대회와 이후 추가 쟁의행위 과정에서 소음, 시설 이용 방해 등이 발생해 대학의 명예와 구성원의 안전, 재산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지난달 18일 법원에 방해금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노조는 계획했던 노동교육과 결의대회를 행사 당일인 21일 자진 연기했다. 경희학원지부 김종민 지부장은 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교가 노조 행사와 PBF가 같은 날 진행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 학교 행사에 협조하는 차원으로 지난달 20일 저녁 내부 논의 끝에 연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날인 21일 아침 사측에 자진 연기 사실을 공문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산학협력단 홍인기 단장 역시 연기 통보를 받은 시점이 21일 아침임을 확인했다. 홍 단장은 “21일 이전에는 노조의 행사 연기에 대해 들은 바 없었다”며 “지난달 18일 노조의 요청에 따라 열린 20일 면담 당시 노조가 실내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근태 협조를 요청했으나, PBF 행사의 중요성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근태 협조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우리학교가 법원에 제출한 가처분 신청서에 따르면, 최초 금지를 요청한 장소는 서울캠 청운관·본관(대학원)·평화의 전당 건물 50m 이내다. 금지 대상 행위로는 ▲화기,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를 이용하여 시위하는 행위 ▲소리를 지르거나, 부부젤라(응원나팔)을 불거나, 장송곡을 트는 등의 소음을 이용하여 시위를 하는 행위 ▲위 건물에 대한 출입을 막거나, 폐쇄하거나, 이용을 방해하거나 점거하는 방법으로 시위하는 행위 ▲위 건물을 손괴하거나 효용을 해하는 등의 행위 ▲채권자의 근로자에 대하여 폭언, 폭행 기타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채권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 ▲시위 참여를 강요하거나,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근로자들의 근로 제공을 방해하는 행위가 포함됐다.
아울러 채무자(전국대학노조·전국대학노조 경희학원지부·전국대학노조 경희학원지부 산학협력단지회) 소속 조합원이나 제3자를 통해 해당 행위를 하게 하는 것도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이번 신청은 채무자로 지정된 노조 조직의 행위를 대상으로 하며, 학생 집회 등은 대상이 아니다.
노조는 행사를 자진 연기했고 실제 방해 행위도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학교가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며 학교에 ▲방해금지가처분 신청 즉각 철회 ▲노동조합 탄압 중단 ▲이번 사태에 대한 총장의 공식 사과와 책임있는 조치 ▲산학협력단 임금교섭의 성실한 해결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법적 압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PBF는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노조는 어떠한 방해 행위를 할 의사도, 실질적으로 한 바도 없다”며 “그럼에도 대학은 노동조합 간부 3명을 상대로 5천만 원의 채권액을 내는 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규탄했다. 산학협력단지회 박민휘 사무국장 역시 “우리가 원한 것은 충돌이 아니라 대화지만 돌아온 것은 5천만원이 적힌 방해금지가처분이었다”며 “이번 가처분은 경희학원지부 산학협력단지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희학원 모든 노동자의 목소리를 막으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지난달 30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심문에서도 신청 범위와 구체성에 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노조 측에 따르면 재판부는 금지 대상 행위의 구체성과 특정성, 장래의 가능성을 이유로 한 포괄적 금지 요구 등을 지적하고 우리학교에 신청 취하 검토를 권고했다. 이는 노조 측이 전한 심문 내용으로, 법원의 최종 판단은 아니다.
실제로 가처분 신청 범위는 지난달 21일 당일 행사에 한정되지 않았다. 학교는 지난 14일 법원에 추가 제출한 준비 서면에서 특정 기념행사 당일의 운영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교육·연구·행정업무와 학생·교직원의 정상적인 시설 이용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세윤 인사처장은 “그 이후에 이어질 투쟁과 집회에 대해서도 대학 본연의 기능을 고려해 자제해달라는 의미”라며 “산학협력단의 쟁의 상황이 언제 종결될지 모르는 상황이니 별도의 기간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이번 가처분 신청이 노조 활동 자체를 막으려는 것이 아닌, 대학 본연의 고유 기능인 교육·연구·행정과 정상적인 시설이용 등을 교섭 과정에서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 처장은 “대학은 다양한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견개진이 존중되는 공간이지만, 그 과정에서 교원들의 교육·연구와 학생들의 학습권, 직원들의 행정업무라는 대학의 본질적 목적이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관(대학원)과 청운관 일대가 강의와 학업이 이뤄지는 주요 공간”이라며 “노조의 정당한 의사표현은 존중하되, 다른 구성원들의 권리를 함께 존중하고 상호 간 양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 단장 역시 “산학협력단과 산학협력단지회 노조 사이의 사안은 타 구성원의 피해로 확산되지 않게 당사자 간의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제1차 심문기일이 진행된 이후 학교는 지난 14일 법원에 추가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이후 2차 심문 또는 판결 여부 등에 관해서는 현재 확정된 바 없다. 오 처장은 향후 대응에 대해 “아직 계획된 것은 없다”며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처분신청 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학내 구성원 각자의 권리와 역할을 존중하고, 서로 상호 간 양해를 구하는 방향으로 앞으로의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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