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특별기획] AI가 만든 결과물, 학생 실력은 어디에 “과제 결과물은 좋은데,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
AI가 들어온 교실
➀ 총론
# 생성형 AI는 대학의 과제와 시험, 수업 방식을 바꾸고 있다. 학생이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이 달라지자 이를 평가하는 방법도 변하고 있다. 수업 안에서 질문하고 공부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우리신문은 기획 연재 〈AI가 들어온 교실〉을 통해 ①글쓰기·논증 ②계산·코딩·문제 해결 ③예술·창작 ④실험·현장에서 AI가 바꾼 모습을 살펴본다. 아울러 AI를 수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와 학내 가이드라인, 교수·학생의 대응을 함께 살피며 AI 시대 대학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심층적으로 짚는다.

▲ 생성형 AI가 과제 수행 과정에 활용되면서 학생의 결과물만으로 실제 이해도와 학습 과정을 평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사진=서라수 기자)
과제에 들어온 AI
결과물과 이해 사이 간극
생성형 AI는 대학생의 과제 수행 과정 전반에 걸쳐 깊숙히 자리 잡고 있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가 발간한 『AI 인덱스 2026』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15개국 대학생 1만 1,706명을 대상으로 한 국제 조사에 참여한 한국 대학생 가운데 84%는 대학 학업을 지원받기 위해 생성형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우리신문이 만난 학생들은 개념 이해와 자료 조사, 아이디어 구상, 글쓰기와 편집 등에 AI를 활용했다. 강지안(조리&푸드디자인학 2024) 씨는 자료 검색과 아이디어 정리, 개요 작성에 AI를 활용한다. 강 씨는 “AI를 사용하기 전보다 과제를 어떻게 수행할지 방향성이 확실히 잡힌다”면서도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나 평소 사용하지 않는 너무 정교한 문장 표현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혜민(응용통번역학 2023) 씨는 평소 글을 다 쓴 뒤 AI를 활용한다. 문장의 흐름과 표현을 점검하고 장단점을 묻는다. AI가 제시한 문장을 그대로 쓰지는 않는다. 박 씨는 “AI가 써준 글은 매끄럽지만 사실관계가 부정확하거나 지나치게 수려한 단어를 사용할 때가 있다”며 “거의 항상 사실관계를 다시 살펴보고 문장을 고친다”고 말했다.
교수 입장에서는 결과물만으로 학생의 노력과 이해 정도를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AI를 활용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어국문학과 정기인(현대문학) 교수는 “2024학년도 학생들이 제출했던 4~5개 레포트가 첫 문장이 완전히 똑같았던 경험 때문에 한동안 보고서 과제를 중단했다”며 “이번 학기에는 다시 보고서를 내되 대면 첨삭을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결과물만으로 부족해진 평가
시험과 평가 방식도 변한다
최근 교수들은 과제와 평가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사학 민유기(역사학) 교수는 “AI를 활용한 과제들의 완성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학생 간 변별이 어려워졌다”며 이에 “과제 배점을 줄이고 지필 중간·기말시험 비중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시험에서도 AI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연세대에서 약 600명이 듣는 수업 ‘자연어 처리(NLP)와 챗GPT’의 비대면 중간시험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다수 적발됐다. 적발된 학생들의 시험 점수는 0점 처리됐다. 같은 기간 서울대는 ‘통계학실험’이라는 교양 과목의 대면 중간시험에서 AI 사용이 적발되어 재시험이 결정됐으며, 고려대 또한 공과대학의 한 전공수업에서 반복 응시 및 AI 부정행위 정황 등이 발견돼 재시험을 결정했다. AI 사용을 잡아내는 문제를 넘어 학생의 실제 역량을 무엇으로 확인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가 된 것이다.
우리학교는 지난 1월 교수학습개발원에서 배포한 ‘AI 활용 교육 가이드라인’을 통해 평가 시에 최종 결과물만 평가하기보다 프롬프트와 아이디어 발전 과정, 결과물 검증과 수정 과정 등 학습 과정을 함께 살피도록 권고하고 있다.
AI는 과제·시험 수행 시에만 사용되지 않는다. 학생이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질문하는 과정에도 사용되고 있다. 박 씨는 “연구가 많이 축적된 분야의 경우 교수에게 묻기 전에 AI를 활용하기도 한다”며 “특히 수업 후 교수에게 질문할 기회가 부족할 때 AI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 논문은 대부분 직접 읽지만 외국어 논문의 경우 필요한 문맥을 중심으로 읽고 AI를 보조적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교수자들은 AI를 수업에서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고 있다. 우리학교 가이드라인은 교과목 목적에 따라 AI 활용 수준을 금지형·제한허용형·적극통합형으로 정하도록 한다. AI 사용 자체를 일괄적으로 허용하거나 금지하기보다 수업 목표에 따라 활용 범위를 정하도록 한 것이다.
교실의 변화
기준을 만드는 논의로
대학은 이런 흐름에 맞춰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중이다. 우리학교 역시 지난 1월 ‘AI 활용 교육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서울 주요 9개 대학(▲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을 살펴본 결과, 학교 차원의 ‘AI활용 가이드라인’은 존재한다. 가이드라인은 대체로 AI를 학습과 연구의 보조 도구로 규정한다. AI가 만든 결과물의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으며, 출처 표기와 사실 검증이 필요하다는 원칙도 담겼다.
하지만 대학 차원의 공통 가이드라인은 허용 범위와 평가 방식을 담당 교원이 수업별로 정하도록 한다. 수업 목적에 따라 문장 다듬기, 번역, 자료 요약과 같은 활용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과제의 목적과 전공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 경상국립대 사회학과 학생들은 지난 4월 ‘논술 과제에서 AI 활용을 금지해야 한다’를 주제로 찬반 토론을 했다. (사진= 경상국립대학교 사회학과 제공)
AI가 교실에 이미 들어온 상황에서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나선 사례도 나오고 있다. 우리신문이 만난 경상국립대 사회학과 학생들은 지난 4월 ‘논술 과제에서 AI 활용을 금지해야 한다’를 주제로 찬반 토론을 열고 학과 환경에 맞춘 AI 사용법을 논의했다.
토론 이후에는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과제 유형별 AI 활용 세부 기준을 마련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사회학과에서 자주 제출하는 요약, 독후감, 연구계획서 등 과제를 중심으로 원칙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채현(경상국립대사회학 2024) 학생회장은 “수업은 열심히 안 들은 것 같은데 글은 잘 썼고, 수업은 열심히 들었는데 글이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며 “평가자인 교수님들이 곤란해 하는 모습이 학생들에게 보였다”고 설명했다. 토론 참여자 이현진(경상국립대사회학 2024) 씨는 “과제물은 잘 썼지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자기 생각이 진짜 있는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경상국립대 사회학과 학생들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AI를 그냥 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토론과 TF를 거치면서 AI 활용 자체에 대한 이해가 많이 올라갔다”고 입을 모았다. AI는 이미 교실에 들어왔고, 이제 중요한 것은 이를 단순히 허용하거나 금지하는 데 있지 않다.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직접 해야 하며, 그 기준을 누구와 함께 만들어갈 것인지 묻는 일이 남았다. 김 학생회장은 “이 과정이 당연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우리신문은 다음 회차에서 글쓰기와 논증을 시작으로 계산과 코딩, 예술과 창작, 실험과 현장·전문 판단에서 이 질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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