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특별기획] ‘깜깜이 예산’·‘줄어드는 전임’, 해결할 숙제 국고 사업 수주 동력 약화·매년 축소되는 전임교원
[관련기사]
창간 71주년 특별기획
후마니타스 15년을 묻다 2부
⑤ 교수·과목별 편차
⑥ 교육과정 개편
⑦ 평가방식
⑧ 거버넌스
⑨ 재정·인력
# 2011년 출범한 후마니타스칼리지(후마)는 “한국을 대표하는 교양교육 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구성원의 자부심으로 자리잡았다. 우리신문은 15년이 흐른 지금, 교양교육의 전범으로 불리던 후마가 설립 당시의 철학과 역할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지 되짚고자 한다. 2부 5회차에선 후마의 교육을 뒷받침하는 재정·인력 문제를 다룬다.

후마 특별기획과 관련해 취재하는 동안 후마 교수진은 대체로 ‘후마에 대한 지원 부족’을 언급했다. 실제로 지난 5월, 154명이 응답한 우리신문의 후마에 대한 교수 인식조사에 따르면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하는 사안으로 ‘교원·강좌·예산 등 운영 여건’이라는 응답이 1위(29.5%)를 차지했다. (관련기사: 교수들이 본 후마의 과제 ‘지원 회복’과 ‘양캠 소통’/대학주보 1761호/2026.05.25.)
후마의 예산 구조와 교원 현황을 확인한 결과, 교수들이 말하는 재원·인력 부족은 실제로 후마 교육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정해진 몫 없이 건별로 신청해야 하는 예산 구조와 해마다 줄어드는 전임교원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불확실한 지원 여건 속에서 새로운 교육을 기획하고 이끌어 갈 후마 내부의 동력도 함께 약해졌다.
자율예산 없는 후마
교육활동 뒷받침해 온 국고지원
후마는 일반 단과대학과 달리 소속 학부생이 없기 때문에 학생 수에 따라 배정받은 돈을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자율예산’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대신 후마 예산안은 매 학년도 본부 차원에서 편성되고 있다. 기획조정처 예산팀은 “후마는 자율예산이 아니므로 정해진 금액이 있는 건 아니고, 사업별 예산요구를 접수받아 재정상황에 따라 중요도 등을 고려해 배정한다”고 밝혔다.
교원·교직원 인건비와 강사료는 해당 예산에 포함되지 않고 본부가 별도로 지급한다. 국제캠 후마 행정실 정구승 실장은 “자율예산과 예산이 쓰이는 항목은 거의 비슷한데 형식만 다를 뿐”이라며 “편성된 예산안 외에 특별한 사업이 있거나 필요하면 본부에 별도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강좌 개설 수 또는 대략적인 실험·실습비 윤곽이 나오는데, 거기에 맞춰서 예산 규모가 편성된다”며 필수적인 운영 경비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서울캠 후마 행정실 자료에 따르면 본부지원 예산은 지난해 약 1억 8천에서 올해 약 2억 6천으로 오히려 늘었다. 국제캠 예산은 행정실 측으로부터 제공받지 못했다.
이와 별개로 교수 워크숍과 학생 참여 프로그램 등에는 국고사업 재원이 활용돼 왔다. 실제로 우리학교는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 연속으로 ‘교육역량강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총 약 171억 원을, 또 지난 2011년에는 후마 출범과 함께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ACE)’에 선정돼 2015년 2월까지 총 약 100억 원의 재정 지원을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가 후마 관련 사업에 투입됐다.
교양학부시절부터 함께 해 국제캠 후마 부학장직까지 지낸 배재형(수학) 자유전공학부장은 당시 지원받은 국고가 ‘인간의가치탐색’, ‘시민교육’, ‘우리가사는세계’ 등 교과 운영과 교수 워크숍을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배 학부장은 “물론 지원 금액이 전부 후마에 투입된 건 아니지만, 후마에 꽤 많이 배분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 큰 부분 차지했던 국고사업
따내려는 내부 동력 약해져
자율예산이 없는 후마에게 국고사업은 경상비 외의 교육활동을 꾸릴 수 있는 가장 큰 통로다. 실제로 서울캠 후마의 최근 4년(2023~ 2026년) 예산 편성액 26억 6,897만 원 가운데 약 73%(19억 3,786만 원)가 국고(대학혁신지원사업)였다. 국고사업 여건이 달라지면 후마가 할 수 있는 교육활동의 폭도 함께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출범 초기 후마는 국고사업 제안서에서 앞세울 만한 교육모델이었다. 국제캠 후마 초대 학장을 지낸 이영식(응용화학) 교수는 “예전에는 ACE 사업 등 국고 사업에 지원 할 때 교양 교육을 후마처럼 한다고 계획서에 쓰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배 학부장도 “후마의 모델이 사업에 선정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학교 홈페이지의 ACE 사업 소개 페이지에는 ‘경희는 후마니타스칼리지와 전공 간 융복합 교육, 몰입형 기숙 교육 프로그램, 지구사회봉사단 활동 등이 (사업 선정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기재돼 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여러 대학이 후마와 비슷한 교양교육 모델을 내놓으면서 제안서에서 후마만의 차별성을 드러내기 어려워졌다. 이 교수는 “지금은 다른 학교들이 후마를 다 벤치마킹해서 제안서 상으로는 차별성을 보이기 쉽지 않다”며 “사업을 따낼 때 전보다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후마 내부에서 국고사업을 따내려는 동력 자체가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 후마에 몸담았던 한 교수는 국고 사업 예산은 각 부서가 연초에 업무 추진 계획을 세우고, 사업 제안서를 내야 심사를 통해 배정받을 수 있는데, 최근에는 후마에서 이런 제안이 예전만큼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서울캠 김진해 부학장 역시 예산 탓만 할 수는 없다고 봤다. 김 부학장은 “예산 때문에 뭘 못한다고 말하는 건 핵심을 벗어난 얘기”라며 “돈이 없어도 잘 할 수 있고, 돈이 넘쳐나도 못 할 수 있는데 지금 후마는 돈이 넘쳐도 잘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달라진 지원 여건
현장에서는 ‘깜깜이 계획’
대학 자체의 지원 여건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2010년 1월,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등록금 인상에 제약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 문제였다. 국제캠 김성수(우주과학) 교무처장은 등록금 인상 제약이 이어지며 학교가 2013년 무렵 긴축재정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인건비와 경상비 같은 필수 지출을 유지하는 가운데 추가 교육활동에 쓸 여력이 줄었다며 “후마 초기와 그 이후는 사실 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 설명했다.
최근 후마 관련 국고지원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교육혁신사업단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2028년 2월까지 이어지는 3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의 후마 관련 예산은 2025년 약 1.14억 원에서 2026년 약 10.92억 원으로 늘었으나, 2026년 사업에는 대형강의실과 일반강의실 환경 개선 사업 2건이 포함됐다. 그 외 지원 항목인 사회혁신학기제(1,760만 원)와 백일장(1,050만 원) 등 교육 프로그램 예산은 2,810만 원으로 전체의 약 2.6%다. 7개 프로그램에 약 1억 1,428만 원이 배정됐던 지난해의 4분의 1 수준이다.
교육혁신사업단 강규민 과장은 “2025~2026년 후마 관련 지원 총액은 12억 원 정도로 같은 기간 사업비의 약 5%에 해당한다”며 “관련 사업의 목적과 교육적 효과가 명확하고 사업비 집행 지침에 부합하는 경우 가능한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후마 교수진은 ‘깜깜이 계획’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얼마를 지원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리 계획을 세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캠 대학영어 여승주(언어학) PD교수는 “지원 가능 예산이 확정된 상태가 아닌, 얼마 지원이 가능한지도 모르고 계획을 세우는 거라 (사전) 계획 자체가 불가능한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김 부학장 역시 후마 교육 프로그램 ‘사회혁신학기제’ 준비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전했다. 학생을 미리 선발하고 숙소와 차량 등을 예약해야 하지만,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준비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김 부학장은 “이걸 교비가 아니라 국비로 지원해주니까 매년 줄지 안 줄지가 불확실하다”며 “사회혁신학기제 담당 교수님은 숙소 등을 우선 사비로 예약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3년 반 새 전임교원 70→60명
충원 요청에도 채용은 제자리

교육을 맡을 전임교원이 줄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양캠 후마 행정실에 따르면 지난 2023년부터 올해까지 2학기 기준 전임교원 수는 서울캠 ▲34(2023) ▲33(2024) ▲31(2025) ▲31(2026)명, 국제캠 ▲36(2023) ▲34(2024) ▲31(2025) ▲29(2026)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제캠 강사는 97명에서 121명으로 늘었다. 서울캠 강사는 192명에서 191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겸임교수가 6명에서 15명으로 증가했다.
전임교원의 강의 담당 비중도 낮아졌다.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국제캠 후마의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은 2023년 1학기 45.8%에서 2025년 1학기 37.9%로 감소했다. 서울캠 역시 39.0%에서 35.1%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강사의 담당 비율은 국제캠 36.8%에서 42.8%, 서울캠 50.4%에서 52.6%로 높아졌다.
후마는 2023년부터 지속적으로 본부 측에 충원을 요청하고 있었다. 행정실에 따르면 충원을 요청한 전임교원 수는 합계 20명분이지만, 본부로부터 TO 배정 승인을 받은 것은 5명분에 그쳤고, 최종적으로 채용된 인원은 없었다. 여 교수는 “전임 교원이 나가고 줄어든 상태에서는 교과에 관해 의논할 대상이 적어진다”고 말했다. 강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더라도 교과의 방향을 정하고 운영하는 데는 전임교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기존 교원의 퇴임 이후 후마 교육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캠 SW교과 정화영(컴퓨터공학) PD교수는 “정년까지 6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1년 안에 후임이 들어와야 그동안 같이 일하면서 논의할 부분 논의하고, 인수인계를 할 수 있다”며 “그동안 신규 채용이 없다가 퇴임 이후로 갑자기 뚝 뽑아놓으면 신임 교원은 맥락도 모를 것”이라 말했다.
고령화 인지하고 있지만
충원 시점은 논의 필요
본부는 후마 교원 부족에 대해 “결과적으로 이때까지는 우선순위에서 조금 밀리긴 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교원 충원을 대학 전체의 자원 배분 문제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처장은 “최근 본부 채용 기조는 7개 중점 분야에 집중해 전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다른 분야를 전혀 안 뽑는 것은 아니지만, 중점 분야가 많은 부분 이공계에 집중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 밝혔다.
다만 중점 분야를 제외하고는 학생 대비 교원 비율이 낮은 전공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처장은 “교양은 학생 수 대비 교양 전담 교원의 수가 우리학교가 국내 1등은 아닐지 몰라도 거의 최상위권”이라며 “교양보다는 학생 수 대비 전임교원 수 비율이 좋지 않은 전공에 TO를 우선적으로 드리게 된 것”이라 말했다.
본부 또한 후마 교원의 고령화에 관해서는 공감대를 내비치는 상태다. 김 처장은 “현재 후마 교원 연령이 상당히 높고 대부분 정년이 10년 안 남으신 분들”이라며 “본부도 후마에 향후 5년, 10년, 15년 이런 장기 발전 방향이나 인력 운영 계획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한 적이 있고, 본부에서도 같이 결정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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