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달을 보는 일에서 지구를 이해하는 일로, 다누리와 함께 이어온 탐사의 시간
공부하는 사람들⑦ 우주탐사학과 전공
# 학부 4학년을 마친 학생들은 취업과 대학원 진학의 갈래 앞에 선다. 이 중 대학원 진학은 ‘연구자의 삶’을 택하는 것이다. 이들이 한 명의 연구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앎’은 개인의 성취인 동시에 사회 공공재가 된다. 대학주보는 이들 ‘공부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일곱 번째 주인공은 우주의 자기장과 달을 연구하는 우주탐사학과 조우인(박사6기) 씨다.

▲“달은 가까운데, 알아갈수록 어렵더라고요.” 달의 자기장을 연구하는 조우인(박사 6기) 씨(사진 우측)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를 연구하며 그 안에 숨은 이야기를 좇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달 내부를 들여다보는 방법
그 끝에서 지구를 바라보다
우주는 인간에게 멀고 신비로운 영역이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밝혀진 것보다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더 많다. 조 씨가 우주에 매료된 것은 어린 시절부터였다. 어린 조 씨는 멀리 있는 세계에 대한 동경을 넘어, 알 수 없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그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즐겼다. 조 씨는 “어린 시절부터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품었는데, 이를 단순한 호기심으로 남겨두기보다 직접 들여다보고 싶었다”며 우주탐사학과에 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광활한 우주 속 그의 관심이 향한 곳은 ‘달’이었다. 조 씨는 스스로를 “현실적이고 명확하게 정해진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며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것보다 직접 관측하고 확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상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관측이 어려운 블랙홀이나 웜홀보다 실제 탐사선이 닿고, 데이터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천체에 더 마음이 갔다. 조 씨는 “블랙홀, 웜홀 같은 주제들은 깊게 공부하다 보니 큰 호기심이 일지 않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달을 연구하게 된 이유를 성격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 밑바탕에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호기심이 있었다. 한때 인류는 달을 매끄럽고 완전한 구체로 여겼지만,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관측한 달은 거친 울퉁불퉁함과 골짜기로 가득찬 전혀 다른 세계였다. 이처럼 달은 매일 밤 익숙하게 보는 가까운 천체이면서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은 미지의 세계다. 조 씨는 바로 달의 그런 점에 끌렸다. 그는 “오랜 시간 인류의 탐사가 이어졌음에도 달에는 아직 숨겨진 비밀이 무궁무진하다”며 “이러한 달의 매력에 빠져 달을 연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학부 연구생 시절 쏘아 올린 ‘다누리’
다누리가 쏘아 올린 연구자의 길
학부 연구생 시절 경험한 달 탐사선 다누리 연구는 우주과학이 ‘배우는 것’을 넘어 ‘직접 연구하는 학문’임을 알게 해준 계기였다. 조 씨가 처음 연구에 발을 들인 2022년,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인 ‘다누리’가 발사됐다. 그는 연구실에서 다누리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처리하는 작업을 맡았다. 연구경험이 많지 않은 학부생에게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달 탐사 데이터를 다루는 일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참고할 만한 선례도 많지 않았다. 조 씨는 “다누리를 위한 연구를 맡았다는 사실이 당시 큰 부담으로 느껴졌다”며 “논문을 읽고, 부족한 부분을 따로 공부하며 하나씩 데이터 처리 방식을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 공부하면서 비로소 능동적인 공부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누리는 국내 달 탐사의 첫 발을 내딘 ‘패스파인더(개척자)’였다. 조 씨에게 다누리는 조금은 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는 다누리를 자신과 떼어 놓을 수 없는 ‘메이트’라고 표현했다. 조 씨는 “학부 연구생부터 지금까지 다누리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를 이어오다 보니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누리와 함께한 경험은 결국 그를 대학원으로 이끌었다. 대학원 진학을 고민할 당시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연구를 하며 느낀 재미’였다. 그 재미는 단순히 공부 자체가 즐겁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서로 다른 별이 만나 거대한 별자리를 이루듯 논문과 관측을 통해 알게 된 지식들이 연결되면서 자신의 이해가 넓어지는 과정이었다. 조 씨는 “새로운 지식을 하나 얻어서 내가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과정이 연구를 계속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현재 조 씨는 다누리가 보내온 데이터를 활용해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달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태양풍의 영향으로 달 주변의 자기장이 변하면 달 내부에서도 이에 반응하는 유도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조 씨는 다누리가 관측한 이 유도 자기장을 분석해 달 내부의 광물 구성, 온도 등을 살펴본다. 조 씨의 연구는 지구를 이해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지구와 달은 형성 초기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씨는 “달의 내부와 형성 과정을 연구하는 것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기원과 변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구와 달이 과거에 충돌하면서 발생했다는 게 지배적”이라며 “달은 지구의 초기 모습을 간직한 천체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달을 알게 되면 지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궁금한 것을 계속 파고들어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조우인 씨는 다누리의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달의 자기장을 연구하고, 그 성과를 미국 학회에서 포스터 발표로 선보였다. (사진=본인 제공)
끝없는 질문
너머의 연구
우주 관측 연구는 예상치 못한 것을 마주하는 과정이다. 정교한 시뮬레이션의 결과가 실제 관측된 데이터와 어긋나는 순간, 그 차이는 새로운 질문이 된다. 조 씨는 “예상과는 다른 값이 관측될 때 ‘왜 이렇게 나오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며 “기존 연구와 논문을 단서 삼아 새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써내려 간다”고 말했다. 누군가 이미 찾아낸 정답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빚어낸 오차를 바탕으로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그 답을 찾아가는 것이 조 씨가 하는 연구다.
물론 새로운 진실을 향해 한 단계 전진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면 지치거나 지루함을 느끼기도 한다. 조 씨 역시 “연구가 막히는 순간에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모르는 것을 마주하는 것은 당연하며, 스스로 필요한 공부를 찾아 논문을 읽고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 자체가 연구자의 일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학부와는 다르게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아 공부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연구 생활이 고민된다면 학부 연구생 제도를 활용해보면 좋겠다”는 조언을 남겼다. 조 씨는 학부 연구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달 연구에 몰두했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달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조 씨는 “더 많은 것을 하고 싶다”며 “경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들을 다른 천체에도 적용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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