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사람들⑥ 사회기반시스템공학 전공
# 학부 4학년을 마친 학생들은 취업과 대학원 진학의 갈래 앞에 선다. 이중 대학원 진학은 ‘연구자의 삶’을 택하는 것이다. 이들이 한 명의 연구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앎’은 개인의 성취인 동시에 사회 공공재가 된다. 대학주보는 이들 ‘공부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여섯 번째 주인공은 지반재해와 지오시스템을 연구하는 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 이호영(박사 2기) 씨다.
▲ 흙 토(土), 나무 목(木). 토목을 연구하는 이호영(박사 2기) 씨는 우리신문의 사진 요청에 “나무라도 한 번 잡아볼까요?”라며 재치있게 답했다. 그는 토목(土木)이라는 학문 이름처럼 연구와 삶의 가운데서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나가고 있다. (사진=김민영 기자)
삶과 가장 가까운 학문
어린 시절 질문에서 시작하다
사회기반시스템공학(전신 토목공학)은 사람들의 일상을 떠받치는 학문이다. 도로와 다리, 터널 등 사회기반시설은 단순한 이동 통로를 넘어, 오가는 이들의 안녕을 지킨다. 이 씨는 “기반시설을 다루는 학문인 만큼 사람들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분야”라며 “공공의 편의성을 높이고 안전을 확보하는 일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토목공학을 향한 그의 호기심은 어린 시절 거제도로 떠난 가족여행에서 시작됐다. 거가대교와 해저터널을 지나며 어린 이 씨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번졌다. 특히 바다 밑에 길을 내겠다는 발상은 낯설고도 신기했다.
그는 “토목이라는 분야를 처음 인식하고 흥미를 느끼게 된 계기였다”고 회상했다. 유년 시절의 호기심은 대학 진학 후 현실적인 연구 의지로 발전했다. 학부 시절 산업연계 인턴십을 경험하며 현장 실무의 벽을 느낀 것이 전환점이 됐다. 이 씨는 “현장에 나갔을 때 스스로 할 수 있는 역할에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며 “의견을 피력하고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전문 지식이 필수임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전문성에 대한 열망을 안고 진로를 고민하던 때, 전국 각지에서 도심 싱크홀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싱크홀의 발생 원인과 지반 보강 기술에 의문을 품은 그는 지반재해 예방 및 대응 기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우리학교의 ‘지반재해&지오시스템연구실’의 문을 두드렸다.
명확한 답을 향한 탐구
삶과 실용성에 집중하다
이 씨의 연구가 향하는 곳은 결국 사람들의 삶이다. 이 씨는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편의와 시간을 확보하고 싶다는 마음이 연구를 이어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며 “연구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도 있었지만, 그보다 토목공학의 근본 목적에 따라 사람의 삶을 편리하고 이롭게 하는 일이 먼저였다”고 말했다.
석사 과정에서 이 씨는 건설 현장의 주요 자재이자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시멘트 사용을 줄이기 위해 대체 건설재료인 ‘지오폴리머(Geopolymer)’를 연구했다.
연구는 실험실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공장과 협업해 보도블록과 보강토 블록 시제품 제작으로 이어졌다. 이 씨는 “개발한 재료가 실물 블록으로 완성되는 모습을 보며 내 노력이 대중의 안전과 환경 보호로 직접 연결된다는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박사 과정에 들어선 뒤에는 컴퓨터 비전과 인공지능(AI)으로 연구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현재 이 씨는 수많은 시각 정보를 학습한 AI를 활용해, 굴착면의 무너짐을 방지하는 ‘그라운드 앵커’의 이상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그는 “위험 현장에 사람이 직접 투입되는 부담을 줄이고, 이상 상태를 한발 빠르게 포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삶과 인생의 균형을 찾아서
순간의 최선을 쌓아가다
공부를 이어가면서 이 씨가 꼽은 가장 큰 어려움은 나이에서 오는 압박감과 생활의 균형을 지키는 일이다. 서른을 앞둔 지금은 그에게 현재는 연구뿐 아니라 삶의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정해진 시간에는 연구에 집중하고, 그 이후에는 운동을 하거나 가족·연인을 만나며 일상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대학원 생활은 연구에 오랜 시간 몰입해야 하는 만큼 일상이 연구에 매몰되기 쉽다”며 “연구할 때는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되 결혼이나 진로, 가족처럼 지금의 내가 해야 할 고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자로서 보내는 하루와 한 사람으로서 이어갈 인생이 나란히 걸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된 공부를 지속하게 하는 가장 큰 동력 역시 주변 사람들의 믿음이라고 했다. 이 씨는 “연구를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거나 내 의견을 큰 프로젝트에 담아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목표가 첫 번째 원동력이지만, 나를 믿고 기다려주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지원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 역시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큰 힘”이라고 전했다.
대학원생의 길은 오랜 시간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에, 계속 고개를 들어 자신이 어디쯤 왔는지 확인하려 하면 불확실성과 걱정이 커질 수 있다. 이 씨 또한 컴퓨터비전 기술을 가르쳐준 선배 연구자의 조언에 따라 시간을 버티는 태도를 배웠다. 이 씨는 “너무 먼 미래를 조바심 내며 바라보기보다 순간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긴 시간을 이겨내는 힘”이라며 “그렇게 하루씩 나아가다 보면 결국 빛을 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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