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한구 교수는 이런 AI 발전을 두고 “인간을 한 단계 발전시키면서도 동시에 인간을 예속시킬 위험을 품은 양날의 검”이라며 ‘주체성 역전의 가능성’을 지적했다. (사진=이서현 기자)
우리학교 출판문화원이 인공지능 이후의 인간 고유성을 정면으로 묻는 책 『인공지능과 인류문명의 전환』을 발간했다.
미래문명원장 이한구(철학) 교수를 중심으로 AI 전문가 이경전(경영학) 교수와 인공지능 분야 연구자들이 모여 현대 문명의 전환기의 쟁점을 다루는 문명연구 총서 시리즈의 제7권이다. 교수들과 연구자들은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어떤 존재로 자리매김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이한구 교수는 AI 격변을 4단계로 설명하며 인류 문명을 완전히 바꾸는 변곡점으로 진단했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전 ▲2022년 말 등장한 ‘생성형 AI(챗GPT)’ ▲‘에이전틱 AI(행위형 인공지능)’로의 발전 ▲머리만 존재하던 AI가 물리적인 몸을 입는 ‘피지컬 AI(몸체형 인공지능) 및 휴머노이드’의 등장까지가 4단계다. 이 교수는 “머지않아 인간과 구분하기 힘든 로봇이 저렴한 비용으로 보급돼 가사 노동과 간병 등 일상생활의 물리적인 영역까지 완전히 대체하는 시대가 예견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런 AI 발전을 두고 “인간을 한 단계 발전시키면서도 동시에 인간을 예속시킬 위험을 품은 양날의 검”이라며 ‘주체성 역전의 가능성’을 지적했다. 인간이 고도화된 AI에 지속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결국 주인이었던 인간과 노예였던 기계의 지배 구조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해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초지능’ 단계에 도달한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초지능 상태에 접어들기 전 다자간 국제 규범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AI에 무책임하게 기대면 인간이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AI 개발을 멈출 수는 없으며 개인 역시 AI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입장이다. 특히 현재 교육부는 ‘인공지능 디지털 시대 미래인재 양성’을 목표로 초중고 내 AI 교육 시간을 늘리고 중점 학교를 확대하는 등 체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 교수는 “초등학교부터 AI 교육을 필수적으로 도입하는 국가 정책이 단순한 기능 교육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인공지능에 예속되지 않고 인간이 주인이 돼 능동적으로 질문하고 교정하는 방법, 즉 ‘어떻게 써야 인간의 권리와 존엄을 지킬 것인가’를 함께 가르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경전 교수는 <AI에 대한 오해 해소와 미해결 문제> 장을 통해 동일한 대상을 전혀 다른 공학적 각도에서 바라본다. 그는 인공지능을 사람처럼 느끼고 생각하는 존재로 의인화하는 시선을 가장 큰 오해로 꼽으며 “AI를 인간 같은 존재가 아닌,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기계를 만드는 기술로 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학생들이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챗봇과 에이전트를 만들어볼 때 비로소 인공지능을 하나의 도구로 객관화할 수 있다”며 AI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다루어야 할 학습 대상으로 끌어당긴다.
『인공지능과 인류문명의 전환』이 흥미로운 점은 철학자와 공학자의 상이한 기준과 해석을 한 권에 담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인공지능을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배우고 활용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게 된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낙관과 공포 사이에서, 기술 자체를 넘어 인간과 문명에 대해 다시 한번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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