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올림픽공원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시위 초반인 지난달 6일과 약 한 달이 지난 7월 4일 두 차례 현장을 찾았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같은 시위였지만, 현장의 분위기와 참여 양상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 시위 초반인 6월 6일에는 태극기와 재선거 팻말이 위주였다. (사진=조천호 기자)
6월 초 방문한 올림픽공원
‘재선거’ 외치는 시민들
지난달 6일(토)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취재하기 위해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회기에서 한 시간가량 지하철을 타고 오후 5시쯤 5호선 올림픽공원역에 내렸다. 내리자마자 지하철 플랫폼에서부터 태극기와 ‘재선거’ 팻말을 든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자연스레 그들을 따라 4번 출구로 향했다.
출구를 뒤로 하고 길을 따라가 보니 공원 잔디밭이 보였다. 잔디밭에는 가족 단위로 피크닉을 나온 시민들이 많았다. 돗자리 위 도시락 옆에는 태극기와 ‘재선거’ 팻말이 함께 놓여 있었다. 이전에도 여러 시위를 지나쳐 본 적이 있었지만, 올림픽공원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일반적인 집회처럼 통일된 복장이나 인쇄된 피켓 대신 시민들은 스케치북을 찢어 손글씨로 직접 만든 팻말을 들고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 젊은 커플, 친구들과 함께 나온 대학생, 그리고 태극기를 든 노부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재선거’라는 하나의 구호를 외치며 공원을 걸었다.
또 눈에 들어온 것은 공원 곳곳에 상주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었다. 그들은 “물 가져가세요”, “쓰레기 이쪽으로 주세요!”라고 외치며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물과 간식을 나눠줬다. 손글씨로 작성한 ‘재선거’ 팻말을 건네기도 했다. 공원 입구에서는 한 어르신이 “젊은이들 훌륭해요. 청년들이 나와줘서 고마워요”라며 청년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우리학교 학생 A씨는 “다들 일반 시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라 시위에 참여하는 데 부담이 없었다”며 “정치적인 목적이라기보다 시민들의 기본 권리를 이야기하는 자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달 뒤, 다시 찾은 이곳
성조기와 ‘부정선거’ 연호
약 한 달 정도가 흐른 뒤, 다시 이곳을 찾았다. 오후 6시 무렵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온 것은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를 외치는 확성기 소리였다. 한 달 전 ‘재선거’라는 구호가 반복되던 모습과는 달랐다.
성조기를 든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성조기와 태극기 수가 비슷하게 보일 정도였다. 시위 초반 가족 단위와 청년층 참가자들이 적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날은 중·장년층 이상의 참가자가 상대적으로 많아 보였다.
부산에서 온 대학생 B 씨는 “지방선거 직후가 아닌 종강 후 시위에 처음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시위에 참여했던 친구들에게 전해 들었던 분위기와는 달랐다”며 “처음과 달리 특정 정치세력의 구호가 강해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 7월 4일 시위 현장에는 성조기가 많아졌고 부정선거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졌다. (사진=조천호 기자)
시위 양상의 변화는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공원 이용객들도 체감하고 있었다. 어린 자녀와 함께 공원을 찾은 인근 주민 C씨는 “주변에 살고 있어 올림픽공원을 자주 찾는데 초반과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며 “예전보다 인파가 줄고, 참가자 중 어르신들의 비율도 눈에 띄게 늘어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주기적으로 올림픽공원에서 러닝을 한다는 20대 남성 D씨도 “처음에는 ‘재선거’만 외쳤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부정선거’라는 구호가 자주 들린다”면서 “또 태극기만 보였던 초반과 달리 성조기를 든 사람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전했다.
사회학과 조광덕(사회학) 교수는 이 같은 변화를 장기화된 시민 집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초기 자발적 집회는 광범위한 공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참여층이 넓고 구호도 단순하고 명확하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집단이 자신의 의제를 기존 집회에 연결하려는 ‘프레임 경쟁’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조직화된 집단은 일반 시민보다 동원력이 강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집회의 성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시민 정치는 조직력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는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집회의 메시지가 분산될 경우 사회적 공감대가 약해지고 특정 집단의 이미지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며 “시민 시위가 본래 목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핵심 의제를 유지하고, 참여자 간 지속적인 대화와 내부적인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달 전 처음 찾았던 올림픽공원에는 가족과 청년, 노년층이 함께 ‘재선거’라는 하나의 구호를 외치며 공원을 걸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같은 장소에는 다른 구호와 다른 풍경이 자리하고 있다. 참정권 침해에 대한 전국적인 항의와 전국 12개 대학 총학생회까지 시국선언을 개최한 상황에서 국민의 목소리가 변질되지 않게 이끌어갈 구심점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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