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트렌드 연속 기획> ⑩ 외모 스트레스 심화
# 청년ㆍ학생 문화 트렌드 열 번째 기획으로, 우리신문은 소위 ‘외모정병’이라고 불리며 퍼지고 있는 극심한 외모 스트레스 현상을 알아봤다. 자신의 외모에 불만을 갖는 현상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SNS에 외모 콘텐츠가 늘면서 비교에 따른 20대의 마음고생이 심해지고 있다. 사진 보정은 기본이고 성형수술이나 시술을 위해 병원을 찾는 20대도 늘고 있다. 우리신문은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외모 스트레스를 들어봤다.

▲강남 일대 건물 외벽에 성형외과 간판이 밀집해 있다. (사진=서민주 기자)
20대 괴롭히는 ‘외모정병’
“SNS 때문에 비교하게 돼”
‘외모정병’.
자신의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결점을 심각하게 괴로워하는 상태를 뜻하는 신조어다. 주로 10대 후반부터 20대 사이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며 SNS 콘텐츠를 통해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외모정병’ 블로그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4.5% 증가했다.
진채윤(프랑스어학 2024) 씨는 “내 얼굴에 모난 점이 점점 잘 보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SNS를 켜면 너무 예쁘고 마른 사람들만 보여서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며 “필터를 쓰는 걸 알면서도 나와 비교하게 되고 스트레스가 심해진다”고 말했다.
러시아 유학생 이리나(Irina, 관광학 2025) 씨는 “예전엔 외모 스트레스가 10점 만점에 4점 정도였다면 지금은 10점이라고 느낄 정도”라고 털어놨다. 또한 “한국이 러시아나 다른 나라에 비해 외모 스트레스가 큰 편인 것 같다”며 “외모 기준이 매우 높고, 그 기준이 계속 변하는 걸 보면서 한국인들이 외모에 훨씬 더 민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현상을 두고 국민대 사회학과 최항섭(사회학) 교수는 “타인에게 평가받는 것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20대가 혹시나 외모에 대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까 불안감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의 20대에 비해 현재 20대가 외모 스트레스를 더 심하게 겪는 이유로는 ‘외모를 더욱 중시하는 사회로의 변화’와 ‘외모 역시 개인의 능력으로 인식하는 것’을 꼽았다.

▲SNS 게시물에 특정 단어를 댓글로 남기면 시술 정보가 자동 메시지로 전송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성형수술·시술 유행
지금 예약하면 2029년 상담 가능
성형수술과 외모 시술 인기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기자가 인스타그램 ‘비개방형 코 릴스’로 유명해진 ‘비앤영의원’ 대표원장 예약 신청을 직접 해본 결과 25일 기준 가장 빠른 상담 가능일이 2029년 1월 4일이었다.
극심한 외모정병으로 성형수술에 1,000만원 이상 사용했다는 A씨(22)는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갑자기 거울을 보고 ‘여기 왜 이렇지?’하는 생각부터 든다”며 “꾸미는 게 좋아서 성형이나 시술을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면 불안해지는 강박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매달 많은 외모유지비용이 들어가지만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며 “주변을 봐도 보톡스, 필러를 정기적으로 맞는다”고 말했다.
거액을 들여 병원에 가진 않더라도 SNS 업로드 시 사진 보정은 기본이 됐다. “사진을 과하게 보정하지 않는 편”이라는 이리나 씨는 “점이나 여드름, 잔머리 같은 작은 수정만 하는 정도지만 친구들 중엔 꽤 많이 보정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얼굴을 작게 하거나 눈을 크게 만드는 등 포토샵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릴스와 같은 SNS 콘텐츠를 보고 병원에 방문하는 20대도 늘고 있다. 더퍼스트피부과의원에서 근무 중인 정희주 씨는 “특정 시술의 효과를 짧고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콘텐츠를 접한 후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며 문의를 주시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또한 “요즘 피부과 고객 절반은 20대”라며 “심지어 20대 때 할 필요가 없는 울쎄라, 콜라겐 등 피부 탄력 시술도 서슴없이 한다”고 덧붙였다.
정상 체중에 식욕억제제 복용
몸에 심각한 교란 생길 수 있어
미용 목적을 위해 정상 체중인데도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12일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의약품 남용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19∼64세 성인 257명 중 59.5%가 ‘비만을 진단받지 않았으나 체중을 줄이기 위해’ 경구용 식욕억제제를 복용한다고 답했다. 처음 복용한 나이는 20대가 32.7%로 모든 연령층 중에서 가장 많았다.
이런 현상을 두고 한방병원 이재동(침구학) 교수는 “정상 체중임에도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면 인체 에너지 조절 시스템에 심각한 교란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 유행 중인 식욕억제제는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위험성을 다 알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이 교수는 특히 “20대는 신체적인 대사 활동이 가장 활발하고 평생의 건강 기틀을 잡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젊을 때부터 복용하면 약물 남용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식단, 운동, 수면 등 생활 습관을 통해 에너지 상태를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외모 불안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최 교수는 “타인과의 비교와 경쟁에서 자유로워지는 인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 시대다. 20대 외모 스트레스 심화 추세는 외부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돌볼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1
- 2
- 3
- 4
-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