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년이 되면서 주변 동기들과 스펙을 쌓기 위해 어느 교수님의 학부연구생을 희망하는지 얘기를 자주 나눠요.” 이번 달부터 학부연구생 생활을 시작한 조영원(전자공학 2022) 씨는 ‘취업 경쟁력 확대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취업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공계열 학생들 사이에서 실무경험을 쌓기 위한 학부연구생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학부연구생은 특정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연구실 인턴 형태로 연구를 보조하는 제도다.
학부연구생 선호 현상
대표 스펙으로 여겨져
우리학교는 학생 수요에 맞춰 학부연구생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기존에는 학부생이 연구실과 직접 소통해 참여 기회를 얻고, 급여 수준과 출근 시간 등은 각 연구실의 자율에 맡겨져 왔다. 최근에는 이러한 기존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학교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제도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교육혁신사업단은 3년 전부터 ‘대학원 연계 전공 심화 학부 연구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캠 일반대학원은 재작년 동계부터 방학 중 연구실을 경험할 수 있는 ‘방학 학부연구생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본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은 5주간 연구실을 체험하고 연구를 보조하며 주 50시간 동안 일하며 최저시급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방중 프로그램 참여 학생 수는 ▲24년 동계 90명 ▲25년 하계 98명 ▲25년 동계 142명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학기 중 각 연구실에 지원하는 학부연구생까지 포함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공과대학 최진환 학장은 “최근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학부연구생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늘어났음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학부연구생 제도가 이공계 학생들에게 취업을 위한 대표 ‘스펙’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학생들은 취업시장에서 학부연구생 경험을 적극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학개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명혜은(물리학 2022) 씨는 “이력서나 면접 과정에서도 학부연구생을 수행했던 경험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았다”며 “이런 경험이 직무 연관성을 잘 보여주고 기업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교수 역시 활발한 연구성과를 위해 학부연구생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부연구생 이경서(원자력공학 2021) 씨는 “최근 연구 과제가 많아지면서 연구실 인력이 부족해 학부연구생을 뽑는 인원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 학부연구생 제도 확대 이면에는 학생과 교수의 기대 차이가 존재한다. (일러스트=홍지우)
대학원 vs 취업 스펙
교수와 학생의 동상이몽
취업 불안 속 학부연구생을 선택하는 목적은 다양해지고 있다.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연구실에 들어가는 학생도 있지만, 연구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확인하거나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쌓기 위해 지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반해 이공계 교수들은 학부연구생 제도의 의의는 ‘대학원 인재 유치’라는 설명이다.
두 차례 학부연구생 생활을 한 A씨는 “대학원 진학보다는 연구 경험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싶어 신청했지만 석·박사 진학을 권유하는 분위기 속에서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며 “기대했던 연구 실적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해 중간에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진로유예를 위해 도피성으로 학부연구생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다. 학부연구생 민승호(원자력공학 2021)씨는 “상담하러 오는 후배 중 진로를 선택하지 못해 무작정 학부연구생을 하고 싶다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단기간에 유의미한 연구를 하기 어려운 상황 속 학부연구생 제도는 대학원생 유치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소재공학과 최석원(유기재료공학) 교수는 “연구실 재원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학부연구생들에게 고가 장비 등 대학원생 수준의 투자를 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산업경영공학과 엄주명 학과장 또한 “한정된 재원 내에서 연구비를 할당받는 상황에서 연구 기여도를 고려했을 때 대학원생에게 더 큰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학공학과 배재형(신소재공학) 교수 또한 “짧은 기간 동안 학부연구생이 진정한 연구를 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도의 의의는 결국 대학원 진학에 있다”며 “진학에 뜻이 없는 학생들은 받지 않는 것도 그 이유”라고 말했다.
연구 경험과 인재 유치
두 마리 토끼 잡으려면
교수, 학생, 일선 행정실 관계자들은 학부연구생 제도가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혁신사업단 김슬기 팀장은 “학부연구생 제도는 국내 주요 대학에서 오래전부터 시행돼왔으나 대학·학과별 운영 방식과 지원 체계가 아직 표준화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며 지원 범위 확대와 방식 개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속으로 참여하는 학생에 대한 다년도 지원 체계를 수립하는 등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과대학 최 학장은 “학부연구생 제도는 대학원으로 유입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학업 부담으로 인해)교육 밀도가 낮아질 우려도 있다”며 “학부연구생의 역할과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고 피드백하는 체계 재정립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업병행에 부담을 느끼는 학부연구생들이 적지 않다. 학부연구생 강민혁(사회기반시스템공학 2021)씨는 “전공수업을 들으면서 학부연구생 생활을 같이 하는 것이 빠듯해 시간 배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국제캠 일반대학원 최문선 팀장은 “학부연구생들에게 일정 학점을 인정 해주는 등 지원확대를 논의한 바 있다”며 “학부연구생 제도는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모두를 고려한 방법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인재 유치에 대한 방안으로는 장학금 확대 등의 방법이 거론됐다. 배 교수는 “학부연구생 중 대학원 진학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지원을 더욱 확대해주는 방식으로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1
- 2
- 3
- 4
-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