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부응원단장 김도훈(우주과학 2019)
#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친숙한 멜로디의 응원가와 다양한 응원 도구를 사용해 신나고 조직적인 응원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런 응원 문화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이들은 바로 응원단과 치어리더다. 이들은 화려한 율동과 퍼포먼스로 경기장 분위기를 끌어올려 관중을 응원에 참여하게 만든다. 우리신문은 LG 트윈스 응원단상에서 ‘김태리’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김도훈(우주과학 2019) LG 트윈스 부응원단장을 만났다.

▲김 응원단장은 우주탐사학과 대학원과 야구장이란 전혀 다른 공간을 오가며 열정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아쉬웠던 코로나 시국 '컬스라'
첫 대면 축제가 기억에 남아
새내기 시절, 국제캠 응원단 ‘컬스라’ 모집 포스터가 김 단장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평소 야구와 춤을 좋아했던 그였기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응원단 활동이었지만, 김 단장은 점차 열성적으로 변해갔다. 결국 ‘컬스라’ 37대 단장까지 맡게 됐다.
하지만 코로나19와 함께 한 ‘컬스라’ 단장 생활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다. 당시 4인 이상으로 모여있을 수가 없어 3명씩 조를 나눠 3시간씩 훈련을 진행했다. 또 대면 무대를 설 수 없었기 때문에 스튜디오 응원 영상 촬영 위주로만 활동했다. ‘컬스라’ 39기 후배 조상원(일본어학 2020) 씨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도훈이 형이 개인 시간까지 빼가며 노력한 덕분에 공식적인 첫 무대였던 ‘희야’ 공연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단장 기억에 가장 남는 무대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된 2022년 첫 대면 축제였다. 그는 “코로나 끝나고 첫 축제라 응원단 모두 정말 열심히 준비했었다”며 “단원들이 의욕 넘치는 무대를 선보여 많은 관객이 좋아해 주셨다”고 회상했다.
현재는 우주탐사학과 대학원생
대학원과 응원단 병행 어렵지 않아
졸업 후 응원단 생활은 잠시 접은 김 단장은 전부터 생각했던 대학원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때 천체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한 뒤 별에 매료된 그는 “우주과학과 진학을 꿈꿨을 때부터 대학원까지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제 김 단장은 4년 차 대학원생이다.
김 단장은 평일엔 연구실로 출근해 천체 망원경 제작 연구에 힘쓴다. 망원경 설계부터 분석, 조립, 평가까지 맡고 있다. 또 대중이 천체 망원경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용 망원경 키트 개발 연구도 한다. 금요일 오후 연구실 퇴근 이후엔 야구장을 향해 주말동안 LG 트윈스 부응원단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응원단과 다른 일을 겸직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동계 스포츠인 농구, 배구와 야구 응원단장을 같이 하는 경우는 많지만, 김 단장처럼 타 직업과 병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김 단장은 “단체 연습보단 개인 연습이 중요해 병행이 가능했다”며 “구단에서도 내가 대학원생인 점을 고려해 많이 배려해 주신다”고 말했다.
대학원과 응원단 병행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엔 의외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김 단장은 “주말에 연구에 관한 것을 잊고 열심히 응원하고 월요일에 출근했을 때 오히려 더 상쾌하다”고 답했다. 이어 “주말엔 연구를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고, 평일엔 응원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해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느꼈다”고 말했다. 2025년부터 응원단장으로 활동한 그는 처음엔 대학원 동료들에게 응원단 생활을 비밀로 했다. 김 단장은 야구장에선 자신의 영어 이름인 ‘태리’를 예명으로 사용한다. 그는 “처음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지만, SNS에서 날 보는 분들이 많아져 그 이후부턴 숨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원 동료 김나연(우주과학 2019) 씨는 “야구장에서 도훈이를 보면 연구실에선 볼 수 없는 엄청난 에너지와 열정을 느낀다”며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고 열정 넘치는 멋진 친구”라고 말했다.
지고 있을 때 응원 독려 가장 힘들어
“홈런 쳤을 때 가장 짜릿”
김 단장은 지난해 외야에서 팬들의 응원을 주도했다. 외야 특성상 홈런을 치면 홈런볼이 날아오는데, 김 단장은 홈런을 치는 순간을 가장 좋아한다. 그는 “홈런볼이 날아오다 넘어오는 것을 볼 때 짜릿하다”며 “또 다음 타자가 들어올 때까지 공백이 길어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모든 경기를 승리할 순 없다. 김 단장은 큰 점수 차로 지고 있을 때를 가장 힘든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크게 지고 있으면 응원할 맛이 나지 않는 팬분들의 마음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1회부터 4점 차로 뒤지다가 역전한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을 언급하며 “낮은 확률로도 역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이 지난해 6월 수원 원정에서 비를 맞고 응원하던 모습은 많은 LG 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비가 많이 내려 응원 소리가 작아졌는데, 내 응원 유도로 응원 소리가 커졌다”며 “특히 타석에 있던 신민재 선수가 안타를 쳐 응원의 힘을 느꼈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고 색다른 응원 선보일 것
논문 2~3편 작성도 목표
김 단장은 올해도 마찬가지로 대학원과 응원단을 병행한다. 곧 연구실 최고선임이 되는 그는 논문 작성에 몰두할 생각이다. 김 단장은 “과학 기술자로서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는 논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최소 2개, 많으면 3개의 논문을 작성해서 승인받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대학원과 응원단 생활을 병행하는 김 단장은 “주말에 연구에 관한 것을 잊고 열심히 응원하고 월요일에 출근했을 때 오히려 더 상쾌하다”고 답했다. (사진=본인 제공)
이제 2년 차로 접어드는 응원단장으로서는 자연스럽게 변형된 응원을 선보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해엔 응원을 ‘루틴’처럼 했다면, 올해는 정형화된 응원보단 상황에 맞는 유연한 응원을 지향하겠다는 뜻이다. 김 단장은 “팬분들이 생소하게 느끼지 않는 선에서 다양하고 참신한 응원 방식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또 “작은 목소리를 키우고 싶다”고도 말했다. 일반인 목소리보단 당연히 크지만, 그는 마이크 없이 모든 관객에게 들릴 수 있는 성량을 목표로 삼았다.
김 단장은 마지막으로 자신처럼 동아리나 자치단체 활동을 통해서도 꿈을 찾을 수 있으니, 공부에만 몰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남겼다.
우주탐사학과 대학원과 야구장이란 전혀 다른 공간을 오가며 열정 넘치는 삶을 살고 있는 김도훈 응원단장. 그의 행보는 진로와 열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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