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조리서비스경영학 2013) 셰프
#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흑백요리사 시즌2’가 비영어쇼 부문 시청 순위 1위에 오르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 ‘네 평 외톨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한 김상훈(조리서비스경영학 2013) 셰프를 서촌 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독도16도’ 가게에서 만났다. 처음 요리를 시작한 열다섯의 선택부터 지금의 공간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들어봤다.

▲김 셰프의 최종 목표는 ‘호스피탈리티 회사’ 설립이다. 그는 “한옥 같은 공간에서 머물고 그 안에서 한국 술과 음식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사진=박류빈 기자)
캠타에서 경험한 가게
창업요리사로서 시야 넓히는 계기
김 셰프가 요리를 시작한 건 열다섯 살이었다. 가정 형편이 기울며 ‘집안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요리 동아리에 들어갔던 것은 생계를 위한 결정이자 삶의 방향을 바꾸는 출발점이 됐다.
“어차피 시작한 거라면, 제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승부욕이 강했던 그는 요리를 취미나 임시방편으로 두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조리와 함께 경영을 배우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고, 수시 원서 여섯 장 중 단 하나의 원서만 썼는데, 그게 바로 우리학교 조리서비스경영학과였다.
대학 시절 그는 눈에 띄는 학생은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아니었다. 수업이 끝나면 곧장 기숙사로 돌아갔고, 말수도 적었다. 당시 김 셰프를 가르쳤던 정효선(관광학) 교수는 “조용하지만 흐트러짐 없는 학생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수업 중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으면 끝까지 물었고, 조리복 하나를 만들 때도 혼자 디자인부터 완성까지 밀어붙이던 학생이었다”고 전했다.
졸업 후 곧바로 식당을 차린 것은 아니었다. 그의 생각을 바꾼 건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단의 ‘골목 상권 살리기 프로젝트’였다. 우연히 참여하게 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독립식당’을 운영하게 됐고, 그 경험은 요리사로서의 시야를 넓혀줬다. 현재 서울 종로구에서 운영 중인 ‘독립식당’ 역시 그때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온 공간이다.
한식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한국 사람이기에 한식만큼은 제대로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익숙해서 더 어렵던 음식, 어릴 적부터 먹어온 맛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파고들기 시작했다.
조리복은 한복에서 착안
독도16도의 출발점은 ‘한국 술’
김 셰프의 도전은 요리에만 머물지 않았다. 전역 후 그는 조리복 제작에 뛰어들었다. 상경했을 당시, 요리책에서 본 세계적인 외국 셰프들의 조리복에 매료됐다. 그는 “외국 셰프들처럼 한국 요리사들도 자부심을 드러낼 수 있는 조리복을 입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새벽에 동대문 원단 시장을 돌며 원단을 고르고, 직접 디자인에 나섰다. 기존 셔츠형 조리복 대신 한복에서 착안한 곡선형 소매를 적용했다. 조리대나 도마에 소매가 닿지 않도록 만든 디자인은 기능과 미감을 동시에 고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식당 운영과 조리복 창업을 병행하는 일은 체력과 생활을 빠르게 소진시켰다. 결국 1년 3개월 운영하던 독립식당을 접고 조리복 제작에 다시 집중했지만, 공장과 현장을 오가는
“밥이라도 제대로 먹으면서 할 수 있다면 끝까지 가보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그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시작한 공간이 ‘독도16도’였다. 실패하면 회사에 취직하겠다는 마음으로 내린 선택이었다.
독도16도의 출발점은 ‘한국 술’이었다. 김 셰프는 한국 술을 ‘공예품을 만드는 작가의 작업’으로 비유했다. 그렇게 술을 중심에 둔 ‘주안상’이 탄생했다. 독도16도는 총 4코스로 구성되며, 채소 위주의 안주와 약주 페어링으로 시작해 육류·해산물, 밥과 탕, 과일 디저트와 탁주로 마무리된다. 안정기에 접어든 뒤에는 6개월 치 예약이 꽉 차기도 했다. 그러나 즐거움보다는 부담이 더 컸다. 김 셰프는 “손님이 계속 늘어나면서 압박감이 생겼다”며 “식당 규모가 작다 보니 6개월씩 기다려서 먹을 식당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회상했다.
전통주와 음식을 배합할 때는 술의 도수, 용량, 순서, 온도까지 세밀하게 고려한다. 김 셰프는 “우선 음식과 술이 잘 어울릴까를 계속 고민한다”고 말했다. 공부 방법을 묻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독학까진 아니고, 그냥 제가 생각했을 때 어울린다고 생각한 거죠.”
독도16도의 테이블은 세 개, 하루 운영 시간은 2시간 반이다. 혼자 준비할 수 있는 재료의 양과 체력을 계산한 결과다. 정 교수는 “간장, 두부, 와인 같은 작은 요소까지 직접 발로 뛰어 준비했다”며 “그 음식엔 상훈이의 시간과 노동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함께 방문하곤 했던 박 교수의 지인들도 “특급 호텔보다 정갈하고 밀도가 높다”는 반응을 보였다.

▲독도16도는 총 4코스로 구성되며, 채소 위주의 안주와 약주 페어링으로 시작해 육류·해산물, 밥과 탕, 과일 디저트와 탁주로 마무리된다. (사진=김 셰프 제공)
“하고 있는 것을 다 보여주자”
흑백요리사 출연과 다음 목표
김 셰프는 “지금까지 해온 걸 숨기지 말고 그대로 보여주자”는 생각에서 ‘흑백요리사 시즌2’ 도전장을 냈다. 독도16도에서 쌓아온 시간과 방식을 검증받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프로그램 출연 이후 달라진 게 있냐는 질문에 그는 “손님들이 더 큰 기대를 갖고 오시니까 그냥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며 “일은 똑같이 해왔지만 주변에서 진심을 알아봐 주는 시선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호스피탈리티 회사’ 설립이다. 한국적인 공간과 음식, 술이 하나의 경험으로 엮인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한옥 같은 공간에서 머물고 그 안에서 한국 술과 음식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 셰프가 끝내 지키고 싶은 기준은 분명하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음식을 하는 것. 그리고 손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그 마음이 느껴지게 하는 것. 그는 요리를 통해 특별해 보이기보다는, 매번 같은 자리에서 같은 태도로 서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메뉴가 자주 바뀌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게를 자주 찾는 손님은 김 셰프에게 “맛도 있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 좋아서요”라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그가 차려내는 한 상에는 그날의 재료만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다져온 기준과 태도가 함께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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