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에서 온라인 시험 중 AI를 활용한 부정행위 사례가 잇따라 적발됐다. 하지만 우리학교를 포함한 대다수의 대학에서 AI 부정행위 대응 체계 등 제도적 장치를 아직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에서 약 600명이 듣는 교양 수업인 ‘자연어 처리(NLP)와 챗GPT’의 비대면 중간시험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다수 적발됐다. 서울대는 ‘통계학실험’이라는 교양 과목의 대면 중간시험에서 AI 사용이 적발되어 재시험이 결정됐으며, 고려대 또한 공과대학의 한 전공수업에서 반복 응시 및 AI 부정행위 정황 등이 발견돼 재시험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서울권 9개 대학(▲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을 살펴본 결과, 대학 차원의 AI 부정행위 대응 체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학칙 및 징계 지침을 살펴보면, 부정행위자에 대해 근신, 정학, 제명 등의 징계를 부과할 수 있다는 수준의 규정만이 제시돼 있다.
우리학교의 경우, 학칙 제35조(성적의 무효)에서 시험 중 부정행위 적발 시 해당 시험을 0점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AI 기반 부정행위에 대한 명시적 기준은 없다. 시험·과제에서 AI 사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규정 또한 부재하다. 학사지원팀과 교수학습개발원이 제공하는 ‘ChatGPT 활용 가이드라인’과 교수학습개발원의 ‘생성형 AI의 교수학습 활용 가이드’ 역시 수업 내 AI 활용 여부와 기준을 교수 재량에 맡기고 있어, 실제 AI 부정행위를 체계적으로 예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대학은 잇따른 문제를 계기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 학사과는 “12월 중 전반적인 AI 활용 기준을 담은 윤리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세대 홍보팀은 “이미 존재하는 AI 가이드라인을 더욱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고려대는 AI·오픈채팅 관련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과목에 화면 공유와 다른 프로그램 실행을 방지하는 ‘트러스트록(TRUST LOCK)’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트러스트록’ 시스템은 우리학교가 이미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사지원팀은 “AI를 활용한 부정행위 사례가 접수된 적은 없다”며 “아직까지 AI 부정행위 관련 방지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AI 관련 부정행위가 문제임에는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규제나 가이드라인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세대 첨단융합공학부 김시호(전기전자공학) 교수는 “AI 부정행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큰 차원에서 학교가 변화해야 한다”며 “기존의 교육 제도를 벗어나 토론식 교육, 실습형 교육, 융합 학제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컴퓨터교육과 안성진 교수는 “이제 결과가 아닌 과정을 묻는 평가방식이 도입돼야 한다”며 “그 외에도 중·고등학교 수행평가처럼 수업 중 토론 등으로 교수가 생각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과제 방식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규연 기자 imgonnadoit@khu.ac.kr
한민 기자 likeasloof@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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