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캠퍼스 밖에서 열린 대학 축제, 학생·주민·지역 상권 어우러져
【서울】 가을 대동제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일, 캠퍼스 밖 회기랑길에서 ‘차없는 데이–HOLY NIGHT’가 개최됐다. 행사는 동대문구와 대학 축제가 협업해 학생 공연과 체험, 지역 상권이 어우러진 보행자 중심 축제로 꾸려졌다.
축제는 지역과 대학의 뿌리 깊은 연결에서 출발했다. 이번 축제 기획을 맡은 좋은날GD기획의 홍기준 차장은 “경희대가 설립되면서 이 일대 상권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성장해 왔기에 대학과의 관계가 밀접할 수밖에 없다”며 “외부로 빠져나가는 학생 수요를 지역에 머물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거리는 ‘청춘의 거리’, ‘MZ세대의 거리’로 불린다”며 “주요 고객이 대학생인 만큼 축제 기간에는 더욱 활기찬 분위기가 된다”고 덧붙였다.
회기랑길 ‘쿨쿨쿨’ 주점 앞에는 대형 스크린과 무대가 설치됐다. 오후 5시부터 우리학교 밴드동아리 ‘네이키드’와 보컬동아리 ‘발라드림’, 서울시립대 중앙풍물굿패 ‘얼씨구’, 한국외대 힙합동아리 ‘DOVY’가 차례로 무대를 채웠다. 특히 얼씨구의 전통 풍물놀이 공연 순서에는 지역 주민이 관객석 대부분을 차지했고, 관객들은 장단에 맞춰 박수와 함께 “좋다~”, “어허~” 등의 추임새로 분위기를 더했다. 거리에는 포토부스와 캐리커처 체험 부스도 설치돼 축제의 활기를 더했다.
▲서울시립대 중앙풍물굿패 ‘얼씨구’의 풍물놀이 공연 모습 (사진=이지수 기자)
대부분의 주점은 길거리에서도 음식과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야외 테이블을 마련했다. 한쪽에는 외부 음식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동대문구가 준비한 공용 테이블도 놓였다. 오후 8시경 노천극장에서 가수 공연이 시작되자, 대형 스크린에 무대 장면이 실시간 송출됐다. 야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스크린 너머로나마 현장감을 느끼며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가수 공연 대기줄이 줄어들 때까지 잠시 시간을 보내러 들렀다는 교환학생 Patrick Kryger Nielsen(저널리즘 전공) 씨는 “대기줄이 그렇게 길 줄은 정말 예상 못했다”며 “규모가 큰 교내 축제도 멋있지만, 교외 공연에서는 전통적인 한국 공연과 춤을 볼 수 있어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지윤(주거환경학2024) 씨는 “축제 주점 부스는 사전 예약이 필요하고 당일 현장 예약도 쉽지 않은데, 회기랑길 행사는 자유롭게 야외에서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소은(주거환경학2024) 씨는 “지역과 함께 열려서 학교 축제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게릴라 노래방 순서가 되자, 학생과 주민이 번갈아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며 거리는 즉석 공연장으로 바뀌었다. 임창정의 ‘소주 한 잔’을 떼창으로 이끈 동네 주민 이영길 씨는 “누구나 즉석으로 참여할 수 있어 분위기가 한층 좋아졌다”며 “다음번에는 노래 잘 부르는 친구도 데리고 오고 싶다”고 말했다. 답십리에 사는 곽영호 씨와 이명순 씨 부부는 "플랜카드를 보고 놀러오게 됐다"며 "무대에 오르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젊음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주점은 길거리에서도 음식과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야외 테이블을 마련했다. (사진=최단 기자)
상인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정문 인근 주점 ‘넉’의 설문수 사장은 “가게 안에서 드시던 분들이 야외 테이블로 옮긴 것일 뿐 매출이 크게 늘진 않았다”고 말했다. ‘주하’ 정도현 사장은 “야장을 넓게 놓을 수 있는 구조만 혜택을 보고, 지하나 2층 가게는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아쿠아’ 직원 김태린 씨는 “학생 손님이 늘고 골목이 활기를 띠어 장사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교통 통제 측면에서는 오토바이 단속이 쉽지 않았다. 회기랑길 교통 통제를 맡은 답십리 중앙지구의 백순환 씨는 “배달 오토바이를 원칙적으로 제한했지만, 안내가 있어도 구역 안으로 진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대학과 상권이 협력해 만든 ‘청춘의 거리’를 보여줬지만, 배달 오토바이 통제 등 과제가 남았다. 홍 차장은 “올해는 학생들이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를 담기 시작한 단계”라며 “앞으로는 더 많은 프로그램을 채워 지역과 함께하는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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