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찾아와 맑고 쾌청했던 지난 25일, 수원 팔달구 행궁동에는 ‘다닥다닥 커뮤니티’가 열렸다. 이는 우리학교가 ‘2025 로컬콘텐츠중점대학’에 선정돼 추진 중인 지역 상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다닥다닥’은 대학·학생·지역이 경계 없이 붙어서 협력한다는 의미다. 문화예술 전시, 관련 포럼, 팝업스토어 골목이 형성된 행궁동 현장을 찾아가 봤다.
100년 시장과 시민 다시 이은 전시
‘왜 로컬인가’ 주제로 담론장 펼쳐지기도
발길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팔달문화센터였다. 야외에 마련된 ‘다닥다닥 마켓: 백상회(白象會)’ 포스터 전시는 우리학교 학생과 국내·외 기성 디자이너 100명의 작품이 고즈넉한 한옥과 어우러져 전시되고 있었다.
▲ 주민이 백상회 전시회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이서현 기자)
전시 주제는 ‘없는 걸 팝니다’였다. 수원 남문시장에서 팔지 않을 것 같은 ‘가상의 무언가’를 상정해 포스터로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참가자 개개인의 상상으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글자로만 구성된 포스터부터 점·선·면으로만 만들어진 포스터, 마치 장수돌침대를 연상시키는 B급 감성의 포스터도 있었다.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역사와 공존하는 도시의 매력을 담거나, 사계절을 음식처럼 담아 포스터로 시각화했다.
이날 ‘고요를 담은 캔’을 전시한 중국인 유학생 위광(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박사 5기) 씨는 “시끄러운 현대에서 고요는 이미 하나의 사치가 되었다”며 “언제든 고요를 즐길 수 있게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모르고 우연히 현장을 찾은 주민들도 많았다. 마실 나왔다는 한 주민은 “산책하러 나왔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다”며 웃으며 말했다.
야외 전시의 열기는 ‘로컬브랜드 매니페스토’라는 담론의 장으로 이어졌다. ‘왜 로컬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 행사에서 여섯 명의 연사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저마다의 시선에서 발표했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박상희(시각디자인학) 로컬콘텐츠사업단장은 한국 교육의 현실을 ‘네 가지 사막(교육·사유·교수법·제도의 사막화)’에 빗대어 지적했다. 박 교수는 “대학의 담장을 허물고 로컬 전체를 교육의 공유지로 만들어야 한다”며 “교육은 장소를 활용하는 활동이 아니라, 장소를 만드는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또라이’가 정말 많아져야 합니다!” 강연 도중 모범생의 틀을 깨야 한다며 박 교수는 이같이 외쳤다. 강연장에서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박 교수의 ‘유쾌한 또라이’ 선언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학생들이 강의실을 벗어나 예측 불가능한 현장에서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야 함을 의미했다.
골목따라 줄줄이 이어진 팝업
아기자기한 키링부터 약과까지
행궁동 골목골목에는 팝업스토어가 줄줄이 이어진 ‘다닥다닥 타운마이스’를 만나볼 수 있었다. 도시의 높은 건물과 수원 화성의 탁 트인 전경은 대조를 이루면서도 하나의 특색처럼 어우러졌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이곳에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 골목 어귀에 있는 ‘팔복덕방’에서는 직접 제작한 아기자기한 키링과 스티커, 티셔츠를 팔고 있었다.
팔복덕방의 육정민(시각디자인학 2020) 씨는 상호명에 대해 “‘팔달산의 복을 담은 방’이라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팔달산은 수원시 팔달구를 대표하는 산이다. 그는 “무기력한 청년 세대에게 유쾌한 웃음을 주자는 마음에서 시작된 프로젝트가 실제 팝업까지 이어져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 팔복덕방
굿즈 티셔츠가 진열돼 있다. (사진=이서현 기자)
이어 달콤한 향기에 이끌려 찾은 곳은 ‘행궁동 약사들’ 팝업스토어였다. 이들은 지역 소상공인와 협력해 약과를 새롭게 브랜드화해 선보였다. 기획을 맡은 손지민(관광학 2024) 씨는 “‘행궁다과’ 사장님을 만나 수원 약과 맛에 반해 시작된 프로젝트”라며, “사장님의 오랜 고민이던 포장지 디자인을 바꾸는 것이 목표였다”고 밝혔다.
호관대 소속인 손 씨는 프로젝트를 위해 예디대 학생과 협력했다. 손 씨는 “소상공인과의 소통은 처음 겪는 사회생활이라 힘든 점도 있었지만, 수없이 디자인을 수정하며 고생한 디자인팀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며 공을 돌렸다.
행궁동에서의 뜨거운 실험을 넘어
더 넓은 세상을 향한 다음 챕터를 열다
이날 학생들은 지역 사회공동체에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여했다. 이날 참여한 김세하(산업디자인학 2023) 씨는 “지역의 문제를 직접 듣고 해결하며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보는 경험은 특별했다”며 “가상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행궁동이라는 실제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행궁동을 처음 찾았다는 시민 이유정 씨는 “학생들의 활동 덕분에 지역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안고 간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첫발을 뗀 ‘다닥다닥 프로젝트’에 대해 박 교수는 “학생들이 지역과 ‘우당탕’ 부딪치며 겪는 과정이 너무 예뻐 보인다”며 “내년도에는 버전 2.0으로 진화된 모델을 만들어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적으로는 교육, 연구, 실천의 선순환 구조 형성을 통해 대학이 지역 혁신의 플랫폼으로 서는 것을 지향한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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