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주보 창간 70주년을 맞아 대학주보 발행인 김진상 총장을 만나봤다.
Q. 대학주보 창간 70주년입니다. 대학주보가 어떤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학주보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온 76년 경희의 역사와 궤적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세계의 창조’, ‘학문과 평화’의 추구, ‘지구적 존엄(Global Eminence)’의 실천을 지향하는 자랑스런 경희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우리 학교 내부의 구성원과 동문은 물론이거니와 국내외에 경희의 자부심을 공유하고 확산시켜 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대학주보는 경희의 역사를 기록함과 동시에 경희의 역사를 새롭게 창조하는 대학 언론의 기능과 역할을 정직하게 수행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경희는 1949년 설립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3개 학과 150명으로 출발하여 현재는 23개의 단과대학과 7개의 학부, 15개의 대학원에서 약 3만 4천 명이 재학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대학으로 경이롭게 발전했습니다. 때로는 대내외적으로 발전을 저해하는 수많은 난관과 장벽도 있었지만, ‘창의적인
노력, 진취적인 기상, 건설적인 협동’이라는 경희 정신이
밑바탕이 되어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지혜를 모으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70년 동안 대학주보는 우리 경희의 학문적 발자취를 성실하게 기록해 왔습니다.
그리고 경희가 때로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할 때면 올바른 시선으로 건설적인 비판을 수행하면서 새로운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여 경희다운
역사를 창조할 수 있도록 감시와 견제 역할을 감당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Q.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대학언론이란 어떤 모습이며, 대학주보가 70여 년간 지켜온 가치 중 앞으로도 잃지 말아야 할 핵심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대학주보는 대학 언론으로서 고등교육기관인 대학 본연의 임무를 이해하고 그 핵심 가치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여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고, 정의감과 사명감 속에 ‘진실 보도와 권력 감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사회의 여론을 형성하는 대학주보 역시 대학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소식들을 정확하게 보도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주보가 대학 사회 안팎에서 수행되는 교육과 연구 및 각종 실천 활동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기를 바랍니다. 대학의 기본적인 임무는 우선적으로 교육입니다. 교육을 통해 공동체와 지역 사회, 국가와 세계에 지속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교육의 목표 달성을 위해 교수자들의 연구가 지속되어야 하며, 교육과 연구의 상호 발전을 통해 학생들의 삶을 바꾸고 공동체의 미래를 변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때 대학주보는 대학 사회의 현실에 대한 단순한 기록을 넘어 공동체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심층적인 기사를 생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우리 대학의 창학정신과 전통을 중요한
가치로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메신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시대별로 대학 언론 역할도 달라져 왔습니다. 고등교육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오늘날 대학주보가 언론으로서 지녀야 할 가장 핵심적인 사명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대학 언론은 대학 고유의 학문적인 사명은 물론이거니와 동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에도 충실해야 합니다. 21세기에 들어 고도의 첨단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인간의 노동력이 점차 자동화 기계와 정보화 기기의 활용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200년 전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로 국가의 경제력을 좌우하는 것은 국가의 자원이나 영토의 크기, 지정학적 위치보다는 기술력의 확보와 인재의 발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탁월한 인재 양성을 통한 신기술의 개발이 국부를 좌우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몇 차례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되어 부유층과 빈민층이 갈수록 양극화되면서 전지구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제 발전이 지속될수록 전세계적인 경쟁 체제 속에 석유와 석탄을 비롯한 천연자원을 고갈시키면서 대기를 오염시켜 지구촌의 심각한 기후 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가와 인종, 계급과 성별 간의 인간적·기술적·경제적·문화적 차별화와 ‘지구 열대화’ 문제가 우리 시대의 핵심 이슈로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여 우리 일상 생활 곳곳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대학 교육에서도 고등교육 전반에 걸쳐 제반 요소들을 재정의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교육체계, 교과과정, 교육방법, 교육환경, 교육역량, 교육평가 등을 새롭게 개혁하고 설계해야 합니다. 일례로 우리가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기존의 분과 학문 체제가 시대 정신에 부합하는지를 질문하면서 더 나은 해답을 모색하고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대학의 교육은 이제 단순히 지식을 주고받는 수동적 학습의 방식에서 벗어나 ‘생각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think)’과 ‘문제해결을 위한 학습(Learning to problem solving)’을 지향해야 합니다. ‘사고력의 증진과 문제해결의 탐구’를 위한 학습 과정을 거치면 학생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국가를 넘어 지구 공동체의 삶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위대한 업적을 성취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대학주보가
학생의 인생을 바꾸는 ‘교육’과 인류의 삶을 바꾸려는 ‘연구’, 직접 참여 활동을 보장하는 ‘비교과 프로그램’ 등을 주목하면서 ‘대학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여론 형성’을 가장 핵심적인 사명으로 설정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선적인 사실의 나열보다
심층 취재와 탐사 기획을 거치면서 대학 구성원의 깊은 공감과 반향을 형성하는 공정한 보도로서의 기사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총장은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의 해결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 지향적 교육이 마련되고 되는지 등을 항상 주시해 주면 좋겠다”는 당부를 전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Q. 총장님께서는 현재 대학 교육 혁신과 관련한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학주보와의 우리학교 교육의 방향성과 관련한 공동 기획을 추진하는 것에 있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5월 20일 교육에 대한 비전 선포식이 예정돼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향에 있어선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후에 공동 기획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공 선택과 커리큘럼을 안내해 주는 것을 플랫폼화, 즉 데이터로 전환을 해야 합니다. 그 부분에 있어 집중적으로 실행에 옮길 예정입니다.
다전공 의무화 역시 추진할 예정입니다. 다만, 원칙이 복수 전공 선택이고 원치 않을 경우를 대비해 심화 전공을 선택하게 설계할 것입니다. 결국 생각하는 능력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서 나오기에 사람과 사회에 대한, 그리고 인문학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우리학교만의 특성화된 연구를 확대하고 싶습니다. 학과별로, 혹은 분야별로 특성화된 연구를 해야 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공동 기획을 한다면, 우리학교가 세부적으로 특성화돼서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같이 선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에 대한 초기 기획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Q. 총장님 재학 시절에도 대학주보가 발행되고 있었습니다. 학부나 대학원 시절 총장님께서 기억하고 있던 대학주보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혹은 직접적인 인연을 맺으셨던 일화가 있다면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아쉽지만 학부와 대학원 시절에 저 개인이나 제 주변과 관련된 기사가 대학주보에 게재되는 등의 직간접적인 인연은 없었습니다. 저는 1980년대 초중반에 학부와 대학원을 다녔는데, 그때는 처음으로 개인용 컴퓨터(PC)가 태동했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인터넷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개인용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대중매체로는 흑백 텔레비전과 일간지 신문밖에 접할 수 없었습니다. 텔레비전(TV)을 실시간으로 시청하거나 종이로 인쇄된 종합 일간지를 보아야 세상 돌아가는 뉴스를 알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당시 제게 대학주보는 학내에서 학교의 정보를 습득하고 대학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언론 매체였습니다. 그만큼 대학 안팎에서 대학주보의 영향력이 대단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대학주보를 우편으로 보내주고 그 친구들이 보내주는 대학신문을 받아보면서 다른 학교 소식을
접하는 방식이 당시 대학 사회의 소통 문화 중 하나가 되기도 했습니다. 보고 싶은 친구가 멀리 있으면
더 그리워지듯, 당시에 대학주보는 새로운 뉴스를 접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하고 타인에게 소식을 전달하는
매체로서 저의 대학생활을 돕는 ‘또 하나의 소중한 친구’였습니다.
Q. 당시 대학 언론이 학내에서 가지던 분위기나 영향력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여쭙고 싶습니다.
당시에는 대학주보가 대학 사회의 현실을 파악하는 거의 유일한 활자 매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대학주보가 아니라도 재학생들이 이용하는 다양한 소통 매체를 통해서 대부분의 소식을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러 대학에서 발생하는 각종 이슈에 대해서도 교내외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거의 매일매일 내용을 확인하는 ‘일보(日報)’의 수준으로 학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대학주보가 2주에
한 번씩 발행되지만 제가 대학을 다닐 때는 1주일에 1번씩
매주 발행되었습니다. 신문 면수도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되고 발행 부수도 지금보다 월등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1980~90년대에는 대학주보가
대학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소식을 알리고 구성원들과 함께 소통하는 유일하게 활자화된 신문 매체로서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어떤 때는 대학언론이 학교에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장님께선 대학언론의 비판과 균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살다보면 느끼게 되겠지만,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이 생각한 바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는 어렵습니다. 처음에 계획한 대로 실행이 되어 모든 과정과 결과가 항상 완벽하게 달성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때로는 잘못된 오류가 동반되는 것이 우리네 일상이고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자신의 실수에 대해 어떤 판단 기준을 들이대거나 어떤 가치관을 따르느냐에 따라 인식의 차이가 클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은 정말 심각한 오류일 수도 있고 때로 어떤 것은 무시해도 되는 작은 실수일 수도 있습니다.
대학 언론은 대학 본연의 임무를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대학이 본질적
임무 수행의 궤도를 벗어날 때 날카로운 비판을 수행해야 합니다. 사소한 실수를 바로잡는 작은 비판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대학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법한 대안을 제시하는 건설적인 비판도 수행해야 합니다. 저는
대학 언론이 대학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을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규모와 상관없는
항상적 비판 속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혜안이 바로 비판과 균형의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Q. 총장님께서는 대학주보의 발행인이십니다. 발행인으로서 생각하시는 좋은 대학언론은 무엇인지, 대학언론이 놓지 말아야 할 핵심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대학의 각종 기관이나 부서의 임무가 이미 규정되어 있듯이 대학주보도 대학주보만의 미션이 있을 것입니다. 대학의 주요 임무인 교육, 연구, 실천 활동을 끊임없이 감시하면서 사학기관인 경희대학교의 창학 정신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에 대해 비판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대학 언론이 지녀야 할 핵심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남을 따라가는 연구와 교육이 아니라 경희대학교의 전통과 유산을 계승하고 고유한 철학과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는 학술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항상 주시하면서,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나는 일이 발생할 때 날카로운 안목으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의 장래 희망이 ‘의료인이나 법조인, 공무원 합격, 대기업 취업, 대학원 진학 등’에서처럼 지금 유망한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는 방식에만 머무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생물학자가 되어 인류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처럼 자신의 ‘직업적 전망’과 미래의 가치를 실현하는 ‘진정한 꿈’을 연결할 수 있도록 자신과 세계의 관계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의 미래 진로를 위해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교육,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위해 시대 정신을 반영한 교육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문제의 해결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 지향적 교육이 마련되고 되는지 등을 항상 주시해 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전세계의 유수한 언론 매체들처럼 신뢰받는 대학 언론의 기수가 되어 대학의 교육과 연구에 관한 비전을 세우며, 심층적인 분석과 전문가의 탁견, 취재기자의 기획 기사 등의 비중을 높여 대학주보가 명실상부하게 우리나라 대학 언론을 선도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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