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주보가 올해로 창간 70주년을 맞았다. 1955년, 언론이라는 개념조차 희박하던 시절, ‘경희의 목소리’를 담고자 시작된 지면은, 그간 수많은 격량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경희의 현실을 기록해 왔다.
학생운동의 물결 속에서, 민주화의 현장에서, 교육개혁의 갈림길마다 학내 현안을 다루고 시대적 과제를 비추며, 구성원의 권익과 진실을 지향하는 일에 우리신문은 언제나 언론의 책임을 부여잡았다.
학생운동의 거센 흐름 속에서, 유신과 민주화의 전환점마다 대학주보는 학내 현안을 넘어 사회의 민감한 쟁점까지 다루며 경희 구성원의 권익과 진실을 향해 나아갔다. 1980년 ‘서울캠퍼스 학원 민주화 투쟁’, 1990년대 초중반 등록금 동결 요구, 그리고 최근의 무전공 도입과 등록금 인상 논의까지. 대학주보는 단순한 ‘학보’를 넘어, 학생 사회의 기억이자 경희의 집단적 의사를 드러내는 공론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지금, 다시금 스스로에게 묻는다. 70년을 이어온 이 지면은 오늘날 독자에게 어떤 의미일까. 누구나 뉴스를 만들 수 있고, 누구나 발언자가 되는 디지털 시대.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속도 속에서 대학 언론의 위치는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대학 학보사 폐간이 이어지고, 수습기자 지원자가 없는 학보사도 늘고 있다. 지면 발행부수를 큰 폭으로 줄이거나, 아예 지면 발행을 없앤 학보사, 언론사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학언론은 대학 내부의 주요 정책 변화와 교육 실험, 구성원 간 갈등과 협력의 과정을 가장 밀도 있게 조명하는 유일한 매체다. 또한 교원과 직원, 직원과 학생, 교원과 학생을 잇는 교량의 역할도 맡는다. 단순한 소식지를 넘어 구성원 간 공론장을 형성하며, 고등교육의 방향성과 사회적 책무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장으로 작용한다. 특히 교육의 구조적 변화와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시대, 대학언론의 균형 잡힌 시선과 비판적 질문은 그 존재 이유를 더욱 분명히 한다.
지난 한 해, 대학과 사회는 적잖은 변화를 겪었다. 등록금 인상 논의, 신임 총장 선임, 무전공 입학생 등의 이슈가 이어졌고, 국가적 차원에선 계엄으로 인해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가 흔들렸다. 대학주보는 이 흐름 속에서 침묵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감시와 기록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것이 바로 대학 언론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제 70주년을 맞아, 우리는 단순한 보도를 넘어 구성원이 소통하고 사유하는 공론장이 되고자 한다. 변화하는 퍼블리싱 환경에서, 주력 플랫폼인 온라인 뉴스로 시의성을 잃지 않는 기동성을 강화하고, 뉴스레터를 통해 더 많은 구성원과 만날 것이다.
대학주보의 70년은 곧 대학 언론의 역사다. 수많은 기자의 땀과 고민이 지면 곳곳에 스며 있고, 그 끝에는 늘 독자가 있었다. 앞으로의 10년, 100년 또한 그러할 것이다. 우리는 묻고, 기록하고, 함께 나아가겠다. 시대가 바뀌어도 언론의 본령은 변치 않는다. 사실을 찾아내기 위한 집요한 탐구이며, 구성원의 삶에 책임을 지는 시선이다. 그것이 대학주보가 창간 70주년을 맞아 독자에게 드리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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