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 최초 네이처 메디슨 1저자
이수지(의학 2019) 학생
# 다른 의대생 논문 기사를 보며 부러워하던 의예과 신입생에서, 의학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제1저자로 논문이 실린 학부생이 있다. 세계 최초로 식이 철 결핍의 글로벌 질병 부담 연구를 수행한 이수지(의학 2019)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과 땐 다른 대학 의대 학부생들이 논문을 써내는 게 너무 부러웠어요. 당시 우리학교엔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이 없었거든요.” 그러던 와중 허영범(의학) 학장과 학생회의 노력으로 우리학교도 학부 연구생 프로그램이 개설됐다. 학부생들이 공부뿐만 아니라 연구도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의과대학의 바람이었다.
허 학장의 소개로 이 씨는 학부 연구생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이 씨가 들어간 연동건(의학) 교수의 연구실은 자유도가 아주 높았다. “지도교수이신 연 교수님께서는 아주 활발히 연구하시고 학부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세요.” 높은 자율성 덕분에 이 씨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과 연구할 수 있었다. “논문의 글을 쓰는 건 의학과 학생들이긴 하지만 통계적 관점에서 연구를 바라보거나, 데이터를 다루는 건 다른 전공 학우들이 힘써주고 있어요.”
▲ 이 씨는 “앞으로 의학 석사를 하며 심장내과를 조금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으면서도 또 레지던트를 하며 의사가 될 생각도 있어요”라며 포부를 밝혔다. (사진=김규연 기자)
20편의 SCI급 논문을 내기까지
끝없는 논문 탈락, 끊임없는 수정
든든한 교수님과 믿음직스러운 동료와 함께 시작한 연구였지만, 처음부터 논문을 낼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연구생 생활을 시작하고 6개월간 논문 7편을 썼지만 모두 논문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럴수록 이 씨의 열망은 더욱 강해졌다. 토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연구하고 논문을 썼다.
논문 작성 때 생기는 비평 코멘트를 처리하며 논문을 수정하는 데도 이 씨는 오랜 공을 들였다. 비평 코멘트는 더 좋은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짚어주기 때문이다.
이 씨가 대상포진 백신으로 심장병 발병시기가 늦춰지는 것에 관한 논문을 작성할 때, 한 코멘트서 ‘RMST 분석법’을 추천받았다. “처음 들어본 분석법이라 이게 무슨 분석법인지부터 하나하나 공부해야 했어요. 연구에 적용시키면서 추천한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이 씨와 연구팀은 RMST 분석법을 사용한 선행 논문을 찾아가며 적용했다. “10년 동안 추적할 때 평균적으로 95일 더 심장병이 늦게 걸린다는 직관적 수치를 제시한 RMST 분석법을 통해 다른 관점으로 이 연구를 볼 수 있었어요.”
비평 코멘트를 통해 더 나은 논문을 쓸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뻤다고 이 씨는 말한다. “비평 코멘트를 처리하다 보면 논문을 거의 다시 쓰는 수준으로 수정하게 되기도 하지만, 생각하지 못한 포인트를 잡아줘서 많은 도움이 돼요.”
각고의 노력 끝에 이 씨는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으로 SCI급 논문을 20편 이상 출판하는 기염을 토했다. SCI는 학술적 기여도가 높은 학술지를 선정한다. SCI급 논문은 SCI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될 수 있는 수준의 연구를 한다는 의미다.
이수지 씨 참여 연구
세계 최고 의학 학술지에 실려
평소 혈관과 심장에 관심이 많던 이 씨는 빈혈을 연구했다. 빈혈의 수십 가지 원인 중 식이 습관에 의한 철 결핍을 선택한 이유는 가장 쉽고 비용 효율적으로 공중보건의 질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한 개인에 드는 의료 비용을 부담할 수 있지만, 저소득 국가는 어려워요.” 공중보건의 질이 올라가면 빈혈에 드는 의료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이 씨가 주관한 ‘식이 철 결핍의 글로벌 질병부담 연구’는 빌 게이츠 재단, 워싱턴 대학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이 협력해 공저자가 900여 명인 대규모 연구였다. 이번 연구는 공저자가 많은 만큼 약 1만 개의 코멘트가 달려 논문을 계속 수정해야 했다.
이 중 한 코멘트에서 이 씨의 선입견을 버리게 한 코멘트가 있었다. “저소득 국가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상황 때문에 식이 철 결핍을 해결하는 게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코멘트가 있었는데, 제가 생각하지 못한 포인트여서 인상 깊었어요.”
세계 160개국의 데이터를 모아 빈혈의 다양한 원인 중 식이 철 결핍이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 수학적으로 계산했다. 연구 결과, 여성과 아이들이 식이 철 결핍에 더 취약했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지만, 이 연구의 특별한 점은 정확히 몇 프로인지를 밝혔다는 거예요.” 이 씨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6%의 인구가 빈혈과 관련된 식이 철 결핍을 겪고 있다.
“식이 철 결핍은 고소득 국가보다 저소득 국가에서 나타나는 문제로, 저소득 국가에 특히 영향력이 큰 연구예요.” 이 씨는 저소득 국가의 공중보건 수준을 올리는 데 이번 연구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학부 연구생에서
심장·혈관 질병 연구자로의 꿈
어느 날 강동 경희대병원에서 근무하는 진은선(의학) 교수는 실습 도중 이 씨에게 심장율동전환을 맡겼다. 심장율동전환이란 부정맥을 정상적인 리듬의 심장 율동으로 전환하는 시술이다. “심장율동전환을 처음 해봤는데,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전 심혈관·심장 관련 질병이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앞으로 의학 석사를 하며 심장내과를 조금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어요. 그러면서도 또 레지던트를 하며 의사가 될 생각도 있어요.” 이 씨는 의학도로서 연구도, 의사로서의 업도 모두 이루고 싶다고 말한다.
학부 연구생으로 우수한 논문을 쓰려는 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묻자 이 씨는 “자신이 선택한 것에 집중하고, 또 꾸준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문 심사를 수십 번 떨어져도 다시 논문을 집필한 이 씨의 집중력과 꾸준함이 ‘세계 최초’, ‘세계 최고’ 타이틀을 이 씨에게 안겨주었다. 앞으로 이 씨의 활발한 연구 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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