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 <내 여자친구는>
박성민(한국화 2019) 작가
#지난해 네이버 웹툰에서 작가명 ‘박씨’로 데뷔한 박성민(한국화 2019) 동문이 1년간의 첫 연재를 마쳤다. 데뷔작임에도 장르별 순위권 진입과 즐겨찾기 20만 명의 성과를 이룬 박성민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4년의 준비 기간
홀로 걸어온 데뷔의 길
미술대학에 입학한 박 작가는 신입생 때부터 진로를 고민했다. 의외로 주변엔 미술 전공만 살리는 사람은 드물었다. 전공과 함께 다른 분야를 곁들이는 사람이 많았다. 한국화를 전공한 박 작가도 한 분야만을 고집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막연하게 바라왔던 진로인 만화가를 떠올렸다. 곧바로 그는 웹툰 작가로의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휴학을 신청했다. 웹툰 작가 데뷔에 매진하기 위함이었다. 종일 스토리를 구상하고 그림을 그렸다. 이런 일상이 매일 이어졌다. 꿈을 위한 길이었기에 지치진 않았다. 그러나 비슷한 일상을 공유할 누군가가 없는 것이 외롭게 느껴졌다.
그렇게 4년을 홀로 묵묵히 보냈다. 그는 “저 혼자서 전공과는 다른 분야로 빠지다 보니까, 주변에 저와 비슷한 경계에 있거나 조언을 얻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점이 힘들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던 2022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네이버웹툰이 공동 주최하는 공모전 ‘네이버웹툰 최강자전’에 참가했다. 이미 두 번의 공모전에서 낙선했던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역시나 당선작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3개월 뒤 네이버 측에서 연락이 왔다. 공모작이었던 ‘내 여자친구는’으로 연재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웹툰 작가에 데뷔했다. 박 작가는 “데뷔하기 위해 다양한 루트를 시도했는데, 그러다가 최강자전을 통해서 연재 기회를 얻은 것”이라 말했다.
▲ 박 작가의 목표는 ‘웹툰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어 “사람마다 ‘웹툰’ 하면 생각나는 게 있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마음의 소리’나 ‘놓지마 정신줄’같은 작품이 생각나는데,
저도 이렇게 누군가에게 ‘웹툰’ 하면 한번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권도연 기자)
자신에게 맞는 ‘스릴러’로 선회
매회 충격적 서사로 독자 확보해
최강자전 이후 네이버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었다. 박 작가는 공모전에서 낙선할 때마다 그 이유를 분석했다. “‘그림체가 기분 나쁘다’, ‘내가 뭘 그리고 싶은지 모르겠다’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결과로 박 작가가 ‘스릴러가 나한테 맞는 장르다’라고 판단한 것은 자신의 작화가 스릴러 장르에 적합했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웹툰 시장에 스릴러 작품이 드물었던 점도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내 여자친구는’도 스릴러 장르다.
▲ 박성민 작가의 웹툰 <내 여자친구는>, 박씨는 박성민 작가의 예명이다. (사진=네이버 웹툰 홈페이지 캡처)
최강자전은 매 회차 투표를 통해 상위 라운드 진출작을 선출한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연출했다. 매 회차 충격적인 서사를 포함해 어떻게든 대중의 마음을 낚아채도록 한 것이다. 일례로 첫 화에서 주인공 ‘지오’는 자신의 여자친구 ‘미호’가 사람을 잡아먹는 것을 목격한다. ‘내 여자친구가 알고 보니 괴물’이라는 핵심 설정을 드러낸 것이다. 박 작가는 이런 전략을 구사하며 “어떻게든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일단 뽑히고 나서 생각하자’라는 마음으로 저지르고 수습했다”고 밝혔다. 작품 결말 또한 연재 내내 정해진 것이 없었다.
박 작가의 전략은 통했다. 당선작은 되지 못했어도, 네이버는 작품을 눈여겨봤다. 박 작가는 “떨어지고 ‘이제 마지막 도전이다’하면서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메일함을 보니까 네이버에서 메일이 와 있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수상 외 연락이 있다고 소문으로 듣긴 했는데, 제가 직접 그걸 경험하니까 ‘이게 됐다고?’ 하면서 놀라웠죠.”
일주일 온전히 바치며 작업
학교서 배운 점도 활용해
오랜 시간 준비해 이룬 꿈이었기에 매일 최선을 다했다. 좁은 방 안에서 휴일 없이 작업했다. “작업실 차리기 전에는 방에 갇혀서 계속 혼자 일하니까 정신적으로 지쳤던 것 같아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 맞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죠.” 현재 박 작가는 지인 작가 두 명과 작업실을 차려 상황이 나아졌다.
휴식 없는 연재 사이클이 이어지며 슬럼프도 찾아왔다. 박 작가는 “사람이 아무리 놀아도 데드라인이 다가오면 어떻게든 하게 되는 것 같아요”라며 “‘그래도 계약서 썼는데 일해야지’라는 생각이 드니까 자연스럽게 슬럼프에서 탈출한 것 같아요”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박 작가는 학부 시절 배운 한국화 특징을 작화에 반영했다. ‘내 여자친구는’ 등장인물 피부는 모두 회색빛이 도는 것이 특징인데, 박 작가는 이를 두고 전공인 한국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한국화에서는 먹을 많이 쓰다 보니 그거에 영향을 받아서 평소 작화를 보면 색이 탁하게 표현됐다”며 “교수님들께서 전공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고 폭넓게 배우라고 말씀하셨는데, 여러 재료를 활용해서 그림을 그렸던 경험이 웹툰 연재하는 데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을 위한 여정 시작
‘웹툰의 대명사’ 되고파
데뷔작인 ‘내 여자친구는’은 네이버웹툰 ‘스릴러 장르 TOP 20’에 선정되며 연재를 마쳤다. 또 2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작품을 ‘관심 작품’으로 등록했다. 하지만 박 작가에겐 20만이라는 수치보다도 누군가 작품을 즐겁게 봤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게 다가왔다.
박 작가는 “너무 비정상적으로 많은 숫자라서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라며 “그냥 그 수가 크다는 것만 알고 저랑 관련된 숫자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제 상상을 누군가 즐겁게 봤다는 그 사실 자체가 감격스럽고, 앞으로 ‘보다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박 작가의 최종 목표는 ‘웹툰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람마다 ‘웹툰’ 하면 생각나는 게 있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마음의 소리’나 ‘놓지마 정신줄’같은 작품이 생각나는데, 저도 이렇게 누군가에게 ‘웹툰’ 하면 한번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끈기와 열정으로 성공적인 데뷔작 연재를 마친 ‘박씨’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을 네이버 웹툰 상단에서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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