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지난해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의 계엄선포 이후 123일 만이다. 길고도 답답한 4개월이었지만, 이는 결코 끝이 아니다. 파면 당사자와 그 주변에 있던 책임자들은 여전히 권력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내란죄로 고발된 인사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내란 방조 혐의가 있는 피의자가 헌법을 수호하는 가장 높은 기관의 법관으로 지명된 것이다. 이 장면을 바라보며, 한 시민으로서, 학생으로서 질문하게 된다. 법은 정말 모두에게 평등하게 작동하고 있는가. 이러한 현실은 법의 공정성을 의심케 한다.
지금의 상황은 정치적 문제, ‘내 편이 잘 했고, 네 편이 못했고’의 문제가 아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다. 정의와 책임, 그리고 국가의 미래에 관한 문제다. 지금 상황이 잘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어떤 정부도, 사법 시스템도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훼손된 지금, 모든 책임자는 법 앞에 서야 한다. 수사기관은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행동으로 증명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 특검 또한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정권 교체만으로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다. 권한을 남용하고 헌정을 위협한 자들에게 제대로 된 사법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이는 잘못된 선례로 남아 또 다른 권력자에게 면죄부가 될 뿐이다.
파면이라는 큰 산을 넘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 온 사람들과, 이를 가능케 한 구조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같은 일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신속하고 공정한 처벌 없이는 정의도, 민주주의도 공허한 말에 불과하다.
이번 계엄은 국민이 막아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추운 날씨에도 은박지를 뒤집어쓴 키세스 시위대와 유쾌한 문구가 적힌 깃발이 펄럭이던 시위를 기억한다. 국민이 힘쓴 만큼 이젠 법이 그들을 심판할 때다. 심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재발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한 번 지켜냈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지켜내야 할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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