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진(미래문명원) 명예교수
# 뜨거웠던 전국의 찬반 시위가 최근 대학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만큼 정치적 양극화도 격화되고 있다. 우리신문은 한국보다 앞서 극단적 세력이 등장한 미국 정치학을 연구하는 미래문명원 안병진(정치학) 명예교수를 만나 한국 청년이 겪는 정치적 분열의 본질과 대학 교육이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Q1. 현재 한국 청년 정치 성향은 어떠한가?
전반적으로 기성세대보다 진보적이다. 특히 20대 여성은 차별과 혐오 문제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더불어민주당에도 부정적일 정도로 진보적이다. 시사IN 설문조사 결과 남성도 60%가 탄핵을 찬성하며 진보성향을 보인다. 한편, 동일 설문조사 결과 20대 남성 응답자의 30%가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페미니즘에 반대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는 기존의 ‘보수’와 전혀 다르다. 서부지검 폭동 가담자를 보수라고 표현하기엔 조금 더 극단적인 세력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러한 세력은 초법적 수단,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다. 보수주의자와 극우주의자는 분명히 나누어 판단해야 할 존재다.
Q2. 극단화는 어떠한 연유로 발생했는가?
정치 지도자의 시그널이 극단적 세력을 드러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성별 간 균열, 남성의 사회적 박탈감,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 등 복합적 요소가 보수화를 일으켰다면, 이번 서부지검 폭동은 극단적 지도자의 시그널로 촉발된 극단화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숙명여대 홍성수 교수에 따르면 혐오 범죄가 생기는 것엔 정치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청년들의 극단적 태도는 정치인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자칭 ‘백골단’으로 불리는 극단적 청년 조직을 국회로 불러들인 김민전 의원이 그 예다.
Q3. 한국 극단적 세력의 폭력 행동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계엄 후 일어난 일련의 사건은 시작일 뿐이다. 극단적 세력은 앞으로 상당 기간 존재할 것이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네오파시즘적 문제다. 유럽, 미국의 극단적 세력 폭력 행동은 오랜 기간, 현재까지도 존재한다. 인종, 계급, 학벌, 종교, 성별, 젠더, 국적 등 다양한 기준으로 세계는 나뉘고 혐오한다. 한국은 특히 계급과 성별 균열이 굉장히 뿌리 깊다. 이를 해결하기 전까지 폭력 행동은 계속될 것이다.
▲ 안 교수는 “계엄을 비롯해 현 세태는 매우 어지럽지만, 청년에게 정치적 각성과 경험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고 강조했다. (사진=대학주보 DB)
Q4. 균열을 해소할 방법은 무엇인가?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20대 남성들은 자신의 지위가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열패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성은 군대를 안 가고, 취업 전 2년여의 공백은 크기 때문이다. 이 공백으로 인해 낙오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사회적 지위의 상실감을 덜 느낄 수 있는 정책보다 선제되야 하는 것은 사회적 지위 자체를 없앨 정책이다.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고졸과 대졸이라는 것과 상관없이 본인이 사회적으로 존중감을 받고 경제적인 여유를 가질 구조가 필요하다.
Q5. 정치에 있어 대학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서로 간의 오해를 줄일 수 있는 교육 구조가 필요하다. 한국은 좋은 대학을 보내는 것만 중시한다. 대학에 가서도 취직만을 중시한다. 학생을 대기업에 취직시키는 것만이 교육의 성과는 아니다. 학교가 다양한 정치사상의 공론장이 돼야 한다. 학교에서 쉼 없이 토론해야 비로소 서로 간의 소통을 하지 않았을 때 느낀 선입견이 깨질 수 있다. 토론 시 ‘단호한 비판 그러나 역지사지’가 중요할 것이다.
Q6. 학교가 건전한 공론장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정치를 주제로 토론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정치적 양극화 극복을 위해 학교는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그것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교육자들이 정치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인 지금엔 이 토론이 어렵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가르쳐야 할 민주시민교육이 부재하고 있다.
Q7. 소통이 정치적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가?
소통을 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소통은 강력한 힘이 있다. 미국의 한 보수당 정치인의 딸이 레즈비언이다. 사랑하는 딸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그 정치인이 동성애자를 혐오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서로 적대감을 가지는 문화적 이슈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소셜미디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유튜브를 1시간 이상씩 시청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극단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가 있다.
Q8. 계엄 사태로 인한 청년 정치 참여도 상승에 대한 의견은?
극단적 세력이 등장하고 서로 분열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청년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건 좋은 일이다. 이전 세대와 다르게 지금의 2030 세대의 정치적 경험이 부재했다. 계엄을 비롯해 현 세태는 매우 어지럽지만, 청년에게 정치적 각성과 경험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청년은 비판적 사고와 역지사지를 통해 언젠가 정치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리더십을 갖춰 바른 지도자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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