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캠 총학생회 보궐선거가 2차 연장 투표 끝에 가까스로 성사됐다. 점점 낮아지는 학생 자치를 향한 관심이 우리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도권 주요 19개 대학 중 총 8개 대학이 현재 총학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무려 42%에 달하는 수치다. 대학 사회의 학생 자치가 점차 기반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총학 선거는 개표조차 어려워졌고, 입후보자 부재로 인한 보궐선거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내건 공약은 갈수록 형식적이며, 정책적인 모습보다는 콘센트 책상과 운동장 잔디 교체 등 대학 총학생회 공약이라고는 믿기 힘든 모습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학생 자치의 신뢰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총학 보궐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은 한 학생에게 투표를 왜 안 했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비대위나 총학 체제나 차이를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이 짧은 말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과연 학생 대표기구는 존재 이유를 제대로 증명하고 있는가? 학생이 체감할 수 없는 자치 기구라면, 그것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총학은 학생 사회의 대표로서 학생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와 노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역할이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이번 선거에 출마한 선본의 공약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교양 과목 절대 평가 시행’, ‘통합 앱 개선’, ‘대외활동 가점 확보’ 등의 공약을 내세웠지만, 정작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드러나지 않았다.
우리신문과 VOU가 공동 주최한 공청회에서도 역시 명쾌한 답변을 들을 순 없었다. 공약 실현 가능성에 “유관 부서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면서도 “겉으로는 실현이 다소 어려워 보이는 공약이더라도 총학은 두려움을 느껴선 안된다”는 식의 다소 원론적인 답변만 털어놓았다. ‘융합’에 대한 키워드 질문에 ‘기업 연계형 대외활동 가점 확보’, ‘창업 연계형 커리큘럼’ 등 다소 논점과 벗어나는 대답이 주를 이루기도 했다.
단선이 주는 긴장감의 감소 때문인지는 몰라도, 형식적이고 실행 가능성이 구체적이지 않은 공약을 나열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공약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하며, 실질적 변화를 줄 수 있는가다. 출마한 선본에 대한 신뢰는 아니나 다를까, 몇 해 전부터 낮은 투표율로 인한 투표 기간 연장의 반복으로 나타나고 있다.
숙명여대 총학 비대위 김희원 위원장은 “일부 총학이 실질적 성과 없이 자기 목적적 운영을 하며 향후 본인의 정치적 커리어 발판으로 삼는 사례가 있어왔다”고 말했다. 학생 자치의 중심인 총학은 학생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책임감 있는 운영과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현실을 반영한 회칙 개정 또한 필요하다. 낮은 투표율로 반복되는 개표 연장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표에 필요한 투표율 기준 재검토라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
학생 자치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관심과 참여, 신뢰와 책임, 구체적인 비전과 실행력 위에서만 비로소 지속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총학 스스로가 본인들의 역할을 되짚고, 학생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때다. 학생이 외면하는 자치는 더 이상 존립할 수 없을 것이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1
- 2
- 3
- 4
- 5
개인정보수집 및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