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보고 그가 누구였는지 기억을 더듬은 적이 있다. 권력을 겨눴던 강골 검사,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발언이 퍼뜩 떠올랐다.
그렇게 3년이 흐른 겨울, 계엄을 보니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이 막강한 권한을 가질 수 있는 현 대통령제에 의문을 품게 됐다. 정치 경험이 전무했던 검사는, 전적으로 진영 논리에 의해 정치판에 초대됐다. 승자 독식, 권력 독점으로 대표되는 현 대통령제는 결국 지금의 사태를 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너무 큰 대가를 치르게 됐다.
이번 계엄으로 미뤄 봤을 때, 현 대통령제를 향한 견제 기능은 막강한 대통령 권한에 비해 미약하다. 대통령이 모두 휘두르는 인사권이 대표적이다. 중앙 부처 장·차관과 고위직 공무원, 공공기관 기관장과 임원 등 대통령이 직접 임명장을 주는 인사만 7천 명에 달한다. 선거에서 이긴 쪽은 5년간 거의 모든 보직을 가져간다. 임명을 정해놓고 하는 인사청문회는 볼 때마다 피로하기만 하다. 민생을 신경 쓰는 척하지만, 실상은 대통령 만들기에 혈안인 것이 우리나라 정당의 현실이다. 대통령이 가진 막강한 인사권 역시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1987년부터 약 40년간 대통령제는 지속되었다. 변하지 않던 체제로 인해 조금씩 조금씩 곪아왔던 것이 결국 지난 12월에 터진 것이다. 이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개헌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씁쓸하게도, 개헌의 키를 쥐고 있는 거야의 대표는 소극적이다. 2022년 대선에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내세웠던 공약이 무색하게도 개헌에는 침묵하고 있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해진 날씨를 보며 탄핵 심판 선고가 목전에 다가왔다는 것을 느낀다. 그만큼 개헌을 위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4년 중임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여러 방식으로 권한 분산을 꾀할 수 있지만, 이렇다 할 하나의 해법이나 대안은 아직 마땅치 않다. 눈앞에 다가온 기회가 권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회가 아닌, 그 권력으로 어떻게 하면 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기회여야 한다. 정치적 셈법에 따라 달라지는 태도보다 진정한 정치 개혁을 위한 노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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