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지난달 24일 학생회관(학관) 학생 식당 운영 업체 ‘리앤이라마띠네’가 중간 평가 결과로 총점 31.3점(100점 만점)을 받아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학관을 떠나게 됐다. 우리학교와의 계약 연장 기준이 되는 70점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체가 바뀌기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캠 학생 식당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우리신문은 학생 만족도가 높은 타학교 사례를 알아봤다. 타학교들은 대체로 학생들의 학식 선택권에 중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 또한 필수였음을 알 수 있었다.
평일 저녁 시간 우리학교 학생회관 학생 식당에서 학생들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조병연 기자)
학생 식당, 수익 기대 어려워
코로나 이후 대기업 떠나는 상황
대학교 학생 식당 위탁 운영에 뛰어드는 사기업은 규모가 천차만별이다. 매출액 기준으로 따지자면, 리앤이라마띠네는 작년 매출액이 122억 3백만 원이다. 반면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등 유명 구내식당 업체의 경우 작년 매출액은 각각 2조 5,936억 원과 1조 7,652억 원이다. 사원 수도 리앤이라마띠네는 52명이지만 두 대기업 업체는 각각 3,285명과 6,791명이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은 중소기업보다 규모가 큰 대기업의 학생 식당 입점을 선호한다. 규모가 크면 질 높은 재료 수급과 위기 대처 면에서 수월함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학교도 대기업이 위탁 운영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대학교 학생 식당은 대기업 입장에서 더 이상 매력적인 사업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보장이 힘든 점이다. 여러 대학교에서 학식을 위탁운영 중인 업체 ‘산들푸드’의 지정환 대표는 “대학교 식당 운영이 예전처럼 이윤을 남기기가 쉽지 않다”며 “코로나 이후로 식재료 가격이 엄청나게 뛰며 갈수록 높아지는 인건비와 식재료비를 맞출 수 없다”고 말했다.
연중 길게는 4개월 동안 이용객이 크게 줄어드는 대학교 식당만의 특수성도 수익에 악영향을 미친다. 지 대표는 대학교 식당 운영에 대해 “학기 중에 열심히 수익을 창출해 학생이 없는 방학에 적자를 메꾸는 구조”라며 “대기업의 경우에는 인건비가 높은데 그러다 보니 (인력이 남는) 방학이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전과 달라진 대학생 소비 문화도 대기업 학식 사업 철수에 일부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 여러 급식업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서울캠 푸른솔 학생 식당 김수현 매니저는 “옛날에는 학생들이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 세대였다”며 “대기업들은 현금 유동성을 노리며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대학교 학식 운영을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학생 끌어모으는 학식
메뉴 구성·가격대 다양성이 특징
그렇다면 우리학교에는 더 이상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급식업체의 입점을 기대할 수 없는 걸까. 타학교 사례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 안양시에 소재를 둔 연성대학교가 있다. 연성대도 우리학교처럼 학식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 목소리가 커지며 전격 업체 교체가 이뤄진 사례다.
현재 운영중인 연성대 학생식당의 비결은 메뉴와 가격대의 다양성이었다. 연성대 학생 식당을 들어서면 마치 대형마트 푸드코트와 흡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메뉴는 푸드코트 형식으로 구성돼있다. ▲면·분식류(9개 메뉴) ▲비빔밥·덮밥류(9개 메뉴) ▲돈까스·라이스류(17개 메뉴)로 구성돼 총 36개 메뉴 중에서 먹고 싶은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가격대도 3,000원(유부우동)부터 7,500원(목살 포케)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연성대 학생 식당은 푸드코트 형태로 구성돼있다. (사진=조병연 기자)
연성대 학생 식당에서 지난 4일 제공된 ‘치킨치즈카레동’. 가격은 5,000원.
(사진=조병연 기자)
연성대의 학생 식당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직원까지 와서 식사하는 교내 ‘핫 플레이스’다. 연성대에 따르면 하루 평균 이용자 수는 100여명 안팎에서 2,000명으로 늘었다.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도 높은 만족도를 드러냈다. 캠퍼스 내에서 만난 여러 명의 재학생 모두 학식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연성대 재학생 문형준 씨는 “수십 가지 음식 중 선택해서 원하는 메뉴를 먹을 수 있어서 좋다”며 “ 가격도 싸고 맛도 있다”고 말했다.
연성대는 메뉴에 대한 선택권에 중점을 둔 것이 높은 만족도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연성대 학생취업처는 “많은 사람을 획일화된 메뉴로 만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문제”였다며 “메뉴 수를 20가지 이상 늘린 것이 학생들이 선호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수십 가지 메뉴 꾸준히 제공 위해
식재료 발주처 다양화로 단가 ↓
교내 구성원에게 선택받는 연성대 학식의 특징은 ▲다양한 메뉴 ▲다양한 가격대 ▲합리적인 가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수십 가지의 다양한 메뉴는 대체로 ‘고정 메뉴’이기에 재고 관리에 이점이 있다. 지 대표는 “메뉴 구성의 큰 틀은 같지만 코너마다 한두 개씩 매주 메뉴를 바꾼다”며 “고정 메뉴도 판매하고 계절별로도 메뉴를 바꾸며 운영한다”고 말했다.
식재료 발주처를 다양화해 재료비 단가를 낮추는 것도 저렴한 가격을 통해 만족도를 올린 방법이다. 지 대표는 “보통 업체의 경우 식재료를 한두 군데서 구매하는데 우리는 여러 군데에서 구매한다”며 “햅쌀, 김치, 공산품, 고기를 각 전문 업체에서 따로따로 구매해서 최대한 단가를 낮춘다”고 말했다. 이어 “일하는 사람들은 귀찮긴 해도 좋은 물건을 싸게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 업체 들어선다 해도
대학의 전폭적인 지원 불가피
지 대표의 말처럼 대학교 학생 식당이 수익을 내야 하는 업체 입장에서 더 이상 매력적인 사업지가 아닌 것이 현실이다. 연성대는 학생 식당을 복지사업 차원에서 운영하고 입점 업체와의 상생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연성대는 학생 식당 시설 개선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푸드코드 식의 식당 형태에 대해 지 대표는 “화구와 냉장고 배치 등 구조 변경을 해야 했는데 그런 것들을 학교에서 많이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연성대 총장님께서 사안을 깊게 생각하시고 과감하게 투자하신 점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연성대 학생취업처는 학식 운영에 대해 ‘긴 방학이라는 특수성’을 언급하며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받는 임대료를 받는 것은 (업체와의) 상생의 의미와 맞지 않았다”며 “임대료를 많이 낮춰서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학교라는 곳이 어떤 업체든 그만큼의 손해를 감수하고 들어와야 한다”며 “식수인원을 어느정도 확보해 나가도록 자체캠페인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내 행사 시 교내식당에서 식사할 수 있게 단체 계약을 맺도록 학교 측에서 유도하고 있다.
또 수익성이 낮은 식당 운영뿐만 아니라 계약 시 다른 교내 부대시설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연성대 학생식당을 운영하는 산들푸드는 식당과 더불어 교내 입점한 편의점 또한 운영하고 있다.
생활협동조합, 대학 직영 운영 등
다른 방식으로 만족도 높인 사례도
연세대 신촌캠 중 이용객이 가장 많은 식당인 ‘맛나샘’은 학생회관 건물에 위치해 있는데, 지난달 기준 약 6만 명이 식당을 이용했다. 영업일 기준 하루에 약 2,500명이 식당을 찾은 셈이다. 맛나샘을 평일 점심시간에 찾아가 보니 마치 백화점 인파를 방불케 할 정도의 구성원들이 식당을 이용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세대 신촌캠 학생회관에 위치한 학생 식당 '맛나샘'에 학생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조병연 기자)
연세대 학생 식당 '맛나샘'에서 지난달 28일 제공된 ‘닭곰탕&소면’. 가격은 5,300원.
(사진=조병연 기자)
연세대 재학생 박문현 씨는 교내 학식에 대해 “품질 면에서 만족하고 양 또한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세대 학식이 많은 학생을 끌어모으는 이유에 대해서는 “10개 이상의 메뉴가 있는 식당도 있고 뷔페식으로 운영되는 식당이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연성대와 달리 학교가 아닌 생활협동조합(생협)이 관리하고 있다. 생협이 부대시설을 관리하고 위탁 업체가 운영을 맡는다.
연세대 생협 측은 “학생식당은 수익을 내면 학식단가는 높아지며 학생들의 부담은 커진다”며 “학생들이 식당이용에 불편을 최소화 하고자 운영업체와의 학식단가, 운영관리 등을 논의하고 꾸준히 총학생회와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탁 업체 없이 생협 또는 학교 측에서 직접 학생 식당을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학교 서울캠 생협과 한국외대가 있다.
서울캠은 생협에서 직접 청운관 학생 식당과 푸른솔 학생 식당을 운영한다. 가격 대비 질 높은 식사가 가능하다. 복지 증진이 목적인 생협은 직접 식당을 운영할 시 수익에 세금이 붙지 않기 때문이다. 푸른솔 학생 식당 김수현 매니저는 “위탁의 경우 5,000원에 판매한다면 세금 10%를 제외한 4,500원으로 밥을 만들어야 하는 점에 비해 생협은 5,000원을 모두 식재료비에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직영의 경우 본사의 지침에 따라야 하는 위탁운영에 비해 자율적인 식단표 구성이 가능하다. 김 매니저는 “위탁의 경우 본사에서 제공하는 식재료만 써야 한다”며 “주찬과 부찬이 여러개 정해져 있으면 이 중에서 짜깁기를 해서 메뉴 구성을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푸른솔의 경우 완전 자율적으로 식단을 짤 수 있다”며 “이곳 저곳에서 값싼 식재료를 찾아서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외대는 전국 유일하게 학교 측에서 직접 학생 식당을 운영한다. 따라서 가격도 3,500원부터 4,000원으로 구성돼 매우 저렴하다. 또한 반찬과 국도 식사마다 바뀌며 양질의 식사를 제공한다. 학생들 만족도도 대체로 높다.
한국외대 재학생 오은별 씨는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하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다”며 “비싼 외식 물가에 비하면 가격이 정말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학생 강민수 씨도 “밖에서 한 끼도 못 사먹을 돈으로 학식 두 끼를 사먹을 수 있다”며 “외부 업체 없이 직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그렇게 저렴한 가격에 이용이 가능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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