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사립대 잇따른 등록금 인상, 교육부 16년 동결 기조 깨지나?
[VOU 등록금 카드뉴스 기획] ➀ 사립대 잇따른 등록금 인상, 교육부 16년 동결 기조 깨지나? ➁ 경희대 5.49% 등록금 인상안의 분석 ➂ 등록금 동결 기조가 가져온 학생자치의 변화 |
최근 대학가에서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활발해지며, 16년 동안 이어져 온 등록금 동결 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강대와 국민대가 각각 4.85%, 최대 4.97%의 등록금 인상을 확정한 데 이어, 수도권 주요 대학들도 등록금 인상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교육부의 동결 기조가 큰 도전에 직면했다.
서강대는 지난달 26일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열고 학부 등록금을 4.85%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학교 측에서는 법정 상한선인 5.49%를 제안했지만, 논의 끝에 원안보다 하향 조정해 4.85% 인상으로 합의한 것이다. 국민대도 등심위에서 ‘재정난을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대 4.97%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에서 사립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2025학년도 등록금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90개교 중 동결할 계획이라고 밝힌 대학은 단 4곳밖에 없었다. 총장들은 대체로 ▲ 첨단 실험실습 기자재 확충 및 개선 ▲ 우수 교직원 채용 및 충원 ▲ 학생복지 개선이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사총협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으로 분석했다.
등록금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상할 수 있다. 하지만, 2009년 정부가 재정지원사업에 등록금 인상 여부를 연계하고, 2012년 교육부가 국가장학금 Ⅱ 지원 조건으로 등록금 동결·인하를 내걸면서 대학은 등록금 인상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과거 등록금 인상 한도가 1%에 머물던 시절,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추가 재정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동결을 선택해 왔다. 특히,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할 경우 지원받을 수 있었던 국가장학금 Ⅱ는 대학들에 강력한 당근책으로 작용하며 정부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 등록금 인상이 자칫 교육부 지원 사업 선정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률이 급등하며 상황이 변했다. 2024학년도부터 5% 인상이 가능해지자, 대학들은 숨겨뒀던 등록금 인상 카드를 하나둘씩 꺼내기 시작했다. 정부의 간접 규제 수단이었던 국가장학금 Ⅱ를 포기하더라도,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이 더 남는 장사가 됐기 때문이다. 기존 국가장학금 Ⅱ 장학을 보전해도 돈이 남아 시설 개선은 물론 우수 교·강사 유치까지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사립대학 중 최초로 등록금을 인상했던 동아대는 국가장학금 Ⅱ 지원금 20억원을 포기하고, 5.5% 인상으로 50억원의 여유자금을 확보했다. 단순 계산으로, 국가장학금 Ⅱ를 등록금 인상분으로 보전하더라도 당장 30억원의 여유자금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동아대가 교육부 ‘글로컬대학’ 사업에 선정되며, 등록금 인상이 지원사업 선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일부 해소하기도 했다. 이는 다른 대학들에 등록금 인상 가능성을 열어준 선례로 평가되기도 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교육부는 교내 장학금을 10% 축소하더라도 국가장학금 Ⅱ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각 대학에 장관 명의로 민생을 고려해 등록금을 동결해 달라는 서한문을 보내며 동결 기조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대학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지난해 등록금을 인상한 A 대학의 사례를 보면, 교내 장학금의 10%인 15.9억원을 줄이고 국가장학금 Ⅱ를 지원받으면 35.9억원을 확보할 수 있지만, 등록금을 5%가량 인상하면 50억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대학 입장에서는 금액적으로도 등록금 인상이 유리하고, 교내 장학금 축소도 등록금 인상만큼이나 학생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라 등록금 인상을 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이에 대해“기존에 편성된 장학금을 축소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교내 장학을 축소하는 것은 학교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교육부의 당근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는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률’을 주요 평가 지표 중 하나로 삼고 있어, 교내 장학 축소는 해당 지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분을 활용해 기존 국가장학금 Ⅱ를 보전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교육부가 제시한 교내 장학 축소와 등록금 동결 방안은 재정적으로나 대외적으로나 대학들에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등록금 인상을 둘러싼 논의는 대학의 재정난과 정부 정책, 그리고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각 대학은 재정 확보와 교육의 질 유지를 위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민생 안정과 학부모의 부담을 고려해 동결 기조를 유지하려는 상황이다.
2편에서는 우리 학교(경희대학교)의 5.49% 등록금 인상안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심명준 기자 | shim030129@khu.ac.kr
VOU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31-201-3234
▷ 이메일 khuvou@khu.ac.kr
- 1
- 2
- 3
- 4
개인정보수집 및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