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요즘 애들이 연프에 몰입하는 이유 | [비연애 시대의 연애 콘텐츠]
요즘 애들이 연프에 몰입하는 이유 | [비연애 시대의 연애 콘텐츠] 기획 나하린 | harin0518@khu.ac.kr 편집 나하린 이하윤 / 진행 김다희 / 출연 김종수 교수님 / 구성 VOU 비연애 청년들의 시대. 요즘 청년들은 연애를 미루거나 포기한다고 말하면서도 환승연애는 챙겨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다시 돌려보게 되는 순간은 설레는 장면보다도, 질투하고 상처받고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입니다. 현실의 연애는 점점 부담스러워졌지만, 화면 속 감정에는 더 쉽게 빠져드는 시대. 그 이유가 뭘까요? [영상 전문]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저희가 다뤄볼 주제는 바로 '연애 리얼리티'입니다. 여려분은 평소에 연애 프로그램을 즐겨 보시나요? 저는 좀 챙겨보는 편인데요. 요즘 연애 프로그램은 종류가 정말 다양하죠. 환승연애, 솔로지옥, 하트시그널. 이외에도 정말 많은 걸로 알고있는데, 여러분은 어떤 ‘연프’를 가장 재미있게 보셨나요? 처음 만난 사람들의 설렘, 헤어진 연인들의 재회, 최종 선택을 앞둔 긴장감까지. 다루는 소재는 비슷하지만 연애 리얼리티는 꾸준히 제작되고, 소비되고 있습니다. 특히 20대와 30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데요. 트렌드 조사 기관에 따르면 이 두 세대가 시청층의 과반수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이상한 지점이 있어요. 요즘 기사를 보면 청년들은 점점 연애를 안 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현실 연애는 부담스러워하면서, 연애 리얼리티는 왜 이렇게 꾸준히 소비할까요? 오늘은 그 역설 속에 담긴 우리 세대의 심리를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연애 리얼리티를 보면서 어떤 순간에 몰입하게 될까요? 단순히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는 그렇게까지 화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더 크게 반응하는 순간은 따로 있는 거죠. 누군가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지는 순간.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사실은 질투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 이런 장면들은 사실, 굉장히 사적인 감정들입니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캐치하기 어려운 모습이죠. 질투, 미련, 거절당한 상처 같은 감정은 ‘누구나’ 숨기고 싶은 것들이니까요. 그런데 연애 리얼리티는 바로 그 순간을 카메라로 잡아냅니다. 출연자의 흔들리는 눈빛이나 표정, 심지어는 혼잣말까지. 우리는 다 볼 수 있죠. 시청자는 그 장면을 보면서 누군가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겁니다. 여기서 연애 리얼리티가 가진 핵심적인 특징이 드러납니다. 바로 '관음증적 욕구’를 자극한다는 겁니다. 관음증적 욕구, 라고 하면 조금 강한 단어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여러분, 친구에게 연애 이야기를 들으면서 본인이 더 열심히 화를 내거나 상대방의 심리를 분석해봤던 경험. 있으신가요? 상대방이 답장을 얼마만에 보내나, 시간을 재본 적은요? 우리는 이미 타인의 감정을 엿보는 것에 익숙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연애 리얼리티는 그 욕구에 카메라를 들이댄 것이라고 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친구가 연애 이야기를 해줘도, 그 안에서 실제로 어떤 표정이 오갔는지, 어떤 순간에 마음이 흔들렸는지까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치만 연프를 통해서는 바로 확인할 수 있죠. 한 사람의 사적인 감정이 들켜버리는 순간을 함께 목격하게 되는 겁니다. 우리는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서 해피엔딩을 응원하기도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가장 많이 캡처되고 클립으로 돌아다니는 장면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커플의 알콩달콩한 모습보다는, 갈등 속에서 애써 진심을 감추려 화를 내거나 혼자 남겨진 방에서 눈물을 보일 때, 사람들은 더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열광하는 건, 누군가의 감정이 통제를 잃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우리는 연애 리얼리티에서 연애를 보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가공되지 않은 진심을 보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연애를 부담스러워하는 청년들이, 왜 화면 속 연애에는 이렇게까지 몰입하는 걸까요? 요즘 청년들에게 ‘연애’는 예전보다 훨씬 무거운 일이 됐습니다. 데이트 비용도 부담이고, 취업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도 크고, 관계에서 오는 감정 소모도 만만치 않죠. 한마디로, 연애의 비용 대비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진 겁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겨도, 그 감정을 표현하고 관계를 시작하는 데까지 생각해야 할 것들이 이미 너무 많아요. 시간을 쓰고, 감정을 쓰고, 혹여나 상처받을 가능성까지 감당해야 하니까요. [김종수 / 한국어학과 교수] “가상의 세계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면서 참가자하고 내가 좀 더 감정적으로 가까워지고, 그 사람에게 좀 더 몰입하게 되고, 그 사람이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외면받고 바람 맞거나 하는 게 마치 내가 (외면) 받는 것처럼 느끼게 되고, 그렇게 (대리) 만족을 하면 안전하잖아요.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감정소모가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것도 아닐테고 하니까, 그래서 훨씬 더 몰입하게 되는 게 아닐까..” 여러분,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우리가 타인의 감정이 무너지는 장면에 이토록 몰입한다면, 반대로 우리는 현실에서 내 감정을 얼마나 숨기고 살고 있는 걸까요. 화면 속 출연자가 들켜버린 표정에는 열광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슬프고 화나는 일이 있어도 참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가 연애 리얼리티에 과몰입하는 이유는, 화면 밖에서는 누구도 그 감정을 꺼내놓지 않기 때문인것같아요. 현실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날 것의 감정을, 우리는 콘텐츠를 통해서 간신히 목격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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