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선한 의도와 보이지 않는 폭력 사이 | [선은 어디까지 선인가]
선한 의도와 보이지 않는 폭력 사이 | [선은 어디까지 선인가]
우리는 흔히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러나 선의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작은 배려가 누군가에게는 간섭이 되고, 선의의 거짓말이 보이지 않는 폭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선의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기획 나하린 | harin0518@khu.ac.kr
진행 김예별 / 편집 나하린 신희재 / 출연 이진오 교수 신충식 교수 / 구성 VOU
[영상 전문]
우리는 늘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하지만 선의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닌데요. 때로는 작은 배려가 간섭이 되고, 친절은 부담이 되며, 선의의 거짓말은 보이지 않는 폭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선은 언제까지 선일 수 있을까요? 오늘, 이 질문을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선의는 우리가 주고받는 일상적인 말 속에서도,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습니다.
“힘들어 보인다”는 말은 걱정으로 들릴 수 있지만, 때로는 평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배려라 여긴 말 한마디가 오히려 상대를 위축시킬 수 있는 것이죠.
또, 상대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하는 “괜찮아, 별일 아니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위로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 순간 상대는 진실을 알 기회를 잃게 됩니다. 이렇게 상대를 보호하려던 말이 오히려 선택을 막아버릴 때, 우리는 그것을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부릅니다.
소설 <복 있는 자들>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이 친한 지인에게 ‘더 쉽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하지만, 그 말은 과연 고마운 말이었을까요?
혹시 지인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자신의 노력이 가볍게 여겨졌다고 불쾌해하지는 않았을까요? 결국 선의는 좋은 마음에서 출발했더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편과 상처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개인 관계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사회 속에서도 선의는 왜곡되곤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즈마케팅입니다. 소비자들은 좋은 마음으로 캠페인에 참여합니다.
“이 제품을 사면 기부가 된다”, “이 커피를 마시면 환경을 지킨다.” 이런 메시지를 믿고 기꺼이 동참하죠. 물론 진정성 있게 실행된 코즈마케팅은 사회적 연대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목적이 불순하다면, 소비자의 선의는 결국 기업의 매출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착한 소비를 했다고 믿었지만, 알고 보니 이용당한 거죠. 결국 우리의 선의가 오히려 악용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소비자는 자신의 선택이 손을 떠난 이후에도, 그것이 정말 선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선은 어디에서 완성될까요? 독일 철학자 헤겔은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옳다고 믿는 의도가, 실제로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진오 교수님께서는 이 점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선행은 단순히 좋은 의도에만 기반해서는 안 되고, 그 결과와 사회적 맥락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선행에 있어 충분한 도덕적 고려가 없다면 그 행위 전체는 선행으로서 올바르다고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혼자서 떳떳하다고 해서 그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윤리적 행위로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한편,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는 또 다른 관점을 제안합니다. 그는 ‘윤리는 나의 판단이 아닌, 타자의 얼굴에서 시작된다’고 말했습니다.
신충식 교수님은 이 점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윤리가 타인의 얼굴에서 시작한다는 말은, 나와 타인의 관계가 단순히 계산적이거나 대칭적인 것이 아니라, 때로는
어머니가 자식을 돌보듯 타인을 더 우선시하는 비대칭적 관계 속에서 윤리가 성립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선이란 내가 정한 기준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우선성을 인정하고 그 목소리와 요구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성립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에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첫째, 행동에 앞서 상대를 살피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내가 건네려는 말이나 도움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혹은 상처가 될 수 있는지 미리 살펴야 합니다.
둘째, 결과를 끝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좋은 의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가 어떤 영향을 남겼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셋째, 작은 선행을 꾸준히 실천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완벽한 선은 없더라도, 배우고 작은 실천을 쌓아가며 우리는 진정한 선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습니다.
선의의 경계는 의도가 아니라, 상대가 어떻게 느끼는가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행을 멈출 필요는 없습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질문하고 성찰하며 타인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진정한 선을 조금씩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선의는 어디까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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