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ERROR : 메모리가 부족합니다 | [디지털 저장 강박증]
ERROR : 메모리가 부족합니다 | [디지털 저장 강박증]
무의식적으로 누르는 ‘공유’와 ‘북마크’ - 스마트폰 속 데이터가 끝없이 쌓입니다.
정보 과부하 속에서 ‘일단 저장’이 습관이 된 시대.
우리는 수만 장의 사진과 수백 개의 링크 속에서 정말 중요한 순간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현대인의 새로운 습관, 디지털 저장 강박에 대해 알아봅시다.
기획 홍지원 | hziione@khu.ac.kr
진행 김예별 / 출연 장지원 정하람 이경전 교수 / 구성 VOU
[영상 전문]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는 시대.
우리는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공유'와 '북마크'를 누릅니다.
하지만 잠깐. 당신은 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수만 장의 사진 속에서 진짜 소중한 순간을, 
 수백 개의 메모 더미에서 꼭 필요했던 아이디어를 금방 찾을 수 있나요?
디지털 공간에 감당할 수 없는 데이터를 저장해두는 것.
바로 ‘디지털 저장 강박’입니다.
디지털 저장 강박(Digital Hoarding)은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에 과도하게 많은 정보를 저장하고 정리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요즘같은 디지털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죠.
[장지원 / 중국어학과 1학년]
"뭔가 사진을 지우면 그때의 그 순간의 추억을 지우는 느낌이 들어서 저장공간이 부족하다는 걸알면서도 선뜻 지우지 못하겠더라고요."
[정하람 / 국제학과 4학년]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주로 활용하는 편인데 하루에 한두 개정도는 항상 저장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이런 경험들. 왜 우리는 디지털 저장에 집착하게 된 걸까요?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내면의 심리가 만나면서 생긴 새로운 현상이라고 분석합니다. 그 배경에는 두 가지 심리적 동력이 작용합니다.
먼저 '통제에 대한 욕구'입니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유'는 일종의 심리적 안전장치 역할을 합니다.
무언가를 모으고 보관하는 행위 자체는 내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을 만들어내는 거죠.
특히 '기억'을 저장하는 것은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순간들을 디지털 공간에 영구 보관함으로써 시간마저 내 것이라 믿게 되는 겁니다.
이런 통제 욕구는 또 하나의 심리로 이어집니다.
바로, 놓치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 ‘FOMO’, 즉 Fear of Missing Out입니다.
더 많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할수록, 오히려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에 더 민감해지게 되죠.
요즘 유튜브를 보면 "○○님이 시청한 콘텐츠"라는 문구, 자주 보셨을 겁니다.
바로 이 문장이 FOMO를 자극하는 대표적인 알고리즘 전략입니다.
‘지금 저장하지 않으면 영원히 놓칠 것 같다’는 조급함, ‘다들 봤는데 나만 모르면 안될 것 같다’는 불안감은 자연스럽게 ‘나중에 볼 동영상’이나 북마크로 이끌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디지털 저장 방식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신경병리학자 데이비드 D. 노웰은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무차별적인 디지털 파일 축적은 커다란 문제이다. 저장 매체가 워낙 흔하고 싸다 보니, 이제는 무엇을 저장하고 무엇을 삭제해야 할지 더 이상 고민하지도 않는다. 문제는 그것이 당신의 컴퓨터 처리 속도를 늦추는 게 아니라 당신의 두뇌를 둔화시킨다는 것이다.“
정보를 외부에 저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 뇌는 그 정보를 기억하려는 노력을 중단해버리는 거죠.
진짜 기억은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우리는 그 역할마저 기계에게 맡겨버린 채 안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연, 이런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이경전/ 경희대학교 빅데이터 응용학과 교수]
"아무래도 현재 플랫폼들은 사용자들의 모든 데이터가 해당 플랫폼 안에 있고, 플랫폼은 사용자가 머무는 시간을 늘려야지만 광고와 같은 여러 가지 수익 모델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사용자들이 어떤 반응을 하도록 유도하게 되죠."
한때는 정보를 모으면 모을수록 '무기'가 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리되지 않은 데이터 속에서 오히려 길을 잃고 있습니다.
인간의 불안과 무한 저장 공간이라는 기술이 만나면서 생긴, ‘디지털 저장 강박증’.
무한한 저장 공간이 주는 편리함과 그 이면에 숨겨진 강박 사이에서,
이제는 우리 각자가 되돌아볼 때입니다.
당신은 지금 기억하고 있나요?
아니면 그저 저장하고 있을 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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