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연속기획] 콘텐츠 넘어 생활까지··· 대학생 일상 파고든 구독
<문화 트렌드 연속 기획> ⑬ 구독 경제
# 청년·학생 문화 트렌드 열세 번째 기획으로 우리신문은 대학생의 일상에 자리 잡은 구독서비스를 살펴본다. OTT·음원과 같은 콘텐츠에서 시작한 구독은 배달과 생필품 배송, 세탁과 쓰레기 수거 등 생활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특히 혼자 생활하는 대학생에게 구독은 콘텐츠를 즐기는 수단을 넘어 일상의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서비스가 되고 있다. 우리신문은 대학생들이 무엇을 구독하고, 구독이 이들의 생활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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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사이버대 신봉섭 교수는 “구독이 생활비의 일부로 자리 잡을수록 실제 사용량에 비해 지출이 적절한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사진=신정빈 기자)
콘텐츠 넘어 실생활 속으로
일상 곳곳 스며든 구독
일정한 금액을 정기적으로 내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경제는 청년층에게 익숙한 소비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1인가구 대학생을 중심으로 세탁과 쓰레기 처리부터 식사, 생필품 정기배송까지 일상 속 ‘생활형 구독’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이번 학기부터 자취를 시작했다는 허지은(미디어학 2026) 씨는 쓰레기 수거 서비스 ‘오늘수거’를 구독했다. 업체가 제공한 전용 봉투에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구분 없이 담아 문 앞에 두면, 정해진 요일에 방문한 수거 매니저가 처리해 주는 방식이다. 허 씨는 “자취하는 곳에 분리수거장이 없어 쓰레기 처리가 불편해 구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지은(국어국문학 2022) 씨는 자취방의 작은 세탁기로 부피가 큰 빨랫감을 처리하기 어려워 2년 전부터 런드리고를 이용하고 있다. 박 씨는 “두꺼운 겨울 이불 등은 집에서 세탁하기 어려워 주로 런드리고를 이용한다”며 “무거운 이불을 들고 빨래방을 오가지 않아도 되고 집 앞까지 배송해 줘 편하다”고 말했다. 런드리고는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뒤 이용 고객이 125만 가구를 넘었고, 이용자의 36%가 1인 가구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을 자주 마신다는 지예은(미디어학 2026) 씨는 5개월 넘게 생수 정기배송을 이용하고 있다. 매번 주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정기구독을 선택했다.
지 씨는 “정해진 날짜에 현관문 앞까지 배송돼 물이 떨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생필품 구독은 시간을 아끼는 것을 넘어 일상에서 계속 신경 써야 할 일을 하나 줄여준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크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증가
‘생활형 구독’ 시장 확대
대학생이 생활 구독을 이용하는 이유엔 1인가구의 증가와 시간빈곤이라는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이른바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 소비가 생활형 구독의 수요를 부르고 있다. 실제로 허 씨는 “번거로움을 줄여준다는 확실한 효용성이 있기 때문에 가격이 타당하다고 생각해 계속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박 씨 역시 “자취하는 입장에서 생활형 구독 서비스는 편의와 시간을 사는 느낌이 크다”며 번거로운 과정을 대신해 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023년 리서치 기업 트렌드모니터의 「시간 절약 서비스(웨이팅, 가사대행 앱 등) 관련 U&A 조사」에 따르면, 20대 응답자의 88%는 ‘현대사회에서 시간은 큰 자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시간이 곧 돈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82.4%, ‘시간을 아껴주는 서비스에 관심이 간다’고 답한 비율은 20대에서 64.8%로 전 문항에서 20~50대 가운데 20대가 가장 높았다.
경희사이버대 신봉섭(경영학) 교수는 “대학생 1인 가구는 학업과 아르바이트, 취업 준비 등을 병행하느라 가사에 투입할 시간과 노력이 제한적이고, 다인 가구보다 소비량이 적고 공간도 좁아 소량·정기배송의 효용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소비에 대한 인식 변화도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신 교수는 “과거에는 상품을 구매해 소유하는 것이 소비의 기본이었다면, 이제는 필요한 서비스를 일정 기간 이용하면서 그 과정에서 얻는 ‘편익’과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대학생과 청년층에서 월정액 방식은 초기 지출 부담을 낮추고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하나둘 쌓이는 구독료
편리함에도 관리가 필요하다
구독이 일상 곳곳으로 확대되면서 편리함의 대가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구독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이른바 ‘구독 피로(subscription fatigue)’도 중요한 소비자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월 단위로 결제되는 구독은 한 번에 지불하는 금액이 비교적 작아 부담을 체감하기 어렵지만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면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가 늘어난다. 구독 서비스가 지나치게 많아지고 복잡해지면 소비자는 서비스 자체뿐 아니라 여러 결제와 이용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느끼게 된다.
쿠팡와우와 티빙 등 6개 서비스를 이용하는 박 씨는 한 달에 약 8만 원을 구독료로 지출한다. 박 씨는 “이제는 구독료가 전기·가스비처럼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으로 느껴진다”며 “하나씩 결제할 때는 금액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개가 모이니 경제적인 부담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적 부담을 넘어 해지 과정 등의 구독 관리 과정이 번거롭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를 해지하고 전체 구독비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구독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무분별하거나 지나친 구독서비스는 자칫 대학생에게 더 큰 경제적 타격과 심리적 손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구독이 생활비의 일부로 자리 잡을수록 실제 사용량에 비해 지출이 적절한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숙명여대 서용구(경영학) 교수는 앞으로의 생활형 구독 시장이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비용을 지불할 만한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교수는 “콘텐츠와 달리 생활형 서비스는 방문 인력, 이동 거리, 지역별 수요 밀도가 수익성을 좌우한다”며 “배송·방문 인력의 비용과 서비스 품질까지 감안한 가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가 체감하는 편익뿐 아니라 약속한 품질과 시간을 안정적으로 지키는 운영 능력, 즉 고객이 매달 다시 지불할 이유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영 기자 myk5060@khu.ac.kr
신정빈 기자 wjdqls2002@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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