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교원도 직원도 아닌 이름 ‘한국어 강사’ 무기계약직 명문화 두고 평행선, 갈등 장기화 우려도
# 국제교육원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국내 대학 진학과 한국어 교육을 전담하는 한국어 강사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교원도 직원도 아닌 모호한 신분 탓에 고용 불안정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노사 갈등도 장기화 되고 있다. 이는 노사 간 의견 대립을 넘어 유학생의 초기교육 환경과 직결돼 있다. 우리신문은 한국어 강사들이 직면한 국제교육원의 행·재정 상태와 노사 갈등의 쟁점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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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본관 분수대 앞에서 한국어 강사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사진=서라수 기자)
교원도 직원도 아니다
모호한 한국어 강사 신분
한국어 강사는 국제교육원의 외국인 유학생에게 한국어를 교육하는 인력이다. 이들은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 기관에서 공식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국가 자격증인 한국어 강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지만 학교에서의 지위는 모호하다. 현행 고등교육법상 대학 교원이나 정규 직원으로 편입되지 않은 기간제 근로자이기 때문이다. 정규 직원이 월급제 형태로 호봉이나 연봉을 보장 받고, 교원은 월급을 받는 것과 달리 한국어 강사는 강의 시수에 비례해 임금을 받는다. 유학생 수 감소나 교육원 운영 방침에 따라 강사 1인당 배정되는 강의 시수가 줄어들 경우, 실수령 임금이 급격히 감소해 생계불안으로 이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국제교육원에서 15년째 근무 중인 한국어 강사 A씨는 “2020년 연간 실수령액은 22,880,200원이었으나 2024년은 15,044,770원으로 감소했다”며 “생계를 이어 가기 위해 투잡을 뛰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더욱이 이러한 계약 형태로 인한 문제는 임금 체계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봄·여름·가을·겨울 4학기로 운영되는 국제교육원 특성상 학기 사이 방학에는 수업이 없어 임금을 받지 못한다. 2020~2021년 노사 합의 당시 사측은 연간 임금을 12개월로 나눠 지급하는 안분제를 도입하고 주 10시간의 기본 시수와 이에 따른 급여를 보장하기로 약정했다. 하지만 한국어 강사가 속한 경희학원지부는 이러한 기본 시수 및 급여 보장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강사가 경조사나 본인 치료 등의 사유로 휴가를 사용할 경우, 대체 강사 투입 비용을 해당 강사 본인이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합의 내용대로라면, 강사는 주 10시간에 해당하는 급여를 무조건적으로 보장받아야 하지만, 휴가에 따른 대체 강사 비용이 휴가를 사용한 강사의 다음달 급여에서 공제된다. 수업 일정이 있던 날 조사로 휴가를 사용한 A씨는 “실제로 대체 강사가 진행한 수업 시수 60여만 원이 다음 달 급여에서 차감됐다”며 “최소한의 임금 보장이 이뤄지지 않는 사례”라고 말했다.
동시에 실제 강의 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이 지급되는 구조로 인해 강의 외 무급 노동 문제도 제기된다. 한국어 강사들은 강의 준비와 교재 제작, 학생 픽업 등 강의 이외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이에 해당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별도의 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직군 규정의 한계와 명문화 요구
합의 조건 두고 갈린 해석
노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월 7일부터 단체협약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 합의서 작성을 목표로 공식적인 노사협의를 시작했다. 인사처와 국제교육원 행정실 등이 참여한 이 협의체는 현재까지 189일째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그간 6차례의 인사운영위원회와 2차례의 실무 협의를 거치며 협의서 초안을 15차례 수정 및 보완했다.
이 과정과는 별개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두 차례의 조정 회의를 거쳐 지난 3월 2025-2026학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한국어 강사의 시급은 1,000원 인상됐으며, 인상분은 2025년 3월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경희대 노사, 2026년 임금 2.8% 인상 합의 - 국제교육원 강사 처우 개선 논의 테이블도 마련/2026.03.03.)
현재 갈등의 가장 큰 쟁점은 한국어 강사의 무기계약직 명문화와 고용 계약 주체다. 노측은 2020~2021년 노사 합의의 취지를 살려 합의서에 무기계약직 신분을 명시하고, 실제 급여를 지급하는 경희대학교를 계약 주체로 명문화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국제교육원 원장이 새로 부임한 후 합의서에서 무기계약직 문구 삭제와 강의평가 평균 평점 4.0 이상을 계약 갱신 조건으로 하는 조항을 추가하고자 했다. 현재 우리학교에 존재하는 직군은 사무직, 기능직, 계약직 등으로, 인사제도에 존재하지 않는 무기계약직이라는 직군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제교육원 관계자는 “모든 구성원의 급여는 경희대학교 재무처의 지급 시스템을 통해 지급하고 있다”며 “한국어 강사의 소속이 부속기관인 국제교육원이므로 소속 부서에서 운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의 평가 기준 조항에 대해서는 “강의 평가는 강사의 계속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의도로 제안했는데, 강사들의 반대로 즉각 철회했고 이후 어떤 방식으로든 재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멈춘 행정
흔들리는 유학생 교육 환경
코로나 이전 7~800명 수준이던 국제교육원 유학생 수는 2022년 이후 300 후반에서 400 초반 수준으로 감소하며 강사들에게 배정되는 강의 시수 또한 급감했다. 한국어 강사 측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주당 20시간의 강의를 담당했으나,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주 10시간 수준으로 감소해 한국어 강사들의 소득 감소로 직결됐다”고 호소했다.
또한 행정 인력 부족으로 담당 학생들의 출결 관리나 학생 정보 조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어 강사 B씨는 “지난 6월에 실시된 기말고사는 행정실 조교 1명이 퇴사하면서 인수인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그 결과 시험지 복사와 배포 등 시험 운영에 필요한 행정 업무에 어려움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타 대학과 달리 공식 교안이 제공되지 않는 탓에, 강사 개인이 교안을 직접 제작해야 하는 상황은 교육 과정의 편차를 높인다.
한편, 어학당 한국어 강사의 고용 지위와 관련해 연세대와 서울대는 단체협약으로 강사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고용불안정을 완화시켰지만, 강의시수 변동에 따른 임금보전, 강의 외 노동가치 인정이라는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국제교육원은 유학생 수 회복을 통한 자연스러운 시수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제교육원 관계자는 “올해 2월 우수 인증대학에 선정돼 유학생이 증가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이러한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여름 학기에 개설반과 강의 시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 관련 쟁점에 대한 질의에 대학과 국제교육원 관계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향후 추가 취재를 통해 대학과 국제교육원의 향후 방침을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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