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류 종말시계 자정 85초 전... “AI·기후위기·핵 문제 청년들 목소리 내야”
#제45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 Peace BAR Festival(PBF)이 지난 18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열린다. 우리신문은 UN 세계평화의 날인 21일 PBF 현장을 찾았다. 이날 열린 라운드테이블과 기자간담회에서의 내용을 통해 지구적 평화를 해치는 문제와 해결책의 실마리를 전한다.
“지구 종말 시계는 현재 자정 85초 전을 가리키고 있다. 시계가 만들어진 이후 자정에 가장 가까운 시간이다.”
지난 21일 청운관 B117에서 열린 제45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 2026’ 라운드테이블 현장에서 세계원자과학자협회 과학·안보위원회 다니엘 홀츠 의장은 이같이 말했다. 지구 종말시계는 지구 멸망을 자정으로 가정해 인류가 직면한 위협의 수준을 시각으로 나타내는 상징적 지표로, 제2회 미원평화상 수상기관인 The Bulletin(원자과학자협회)이 1947년부터 매년 발표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4초 앞당겨진 자정 85초 전을 가리키고 있다.
이날 진행된 라운드테이블은 ‘돌파 혹은 붕괴: 지구 행성 평화의 활로’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과학·국제정치·지속가능성 분야 전문가와 대학 관계자 등이 모였다. 홀츠 의장을 비롯해 폴 쉬리바스타바 로마클럽 공동회장, 프린스턴대학교 존 아이켄베리 석좌교수, 하버드대학교 아비 로브 석좌교수, 오카야마대학 요코이 아츠후미 부총장, 우리학교 송재룡(사회학) 특임교수 등이 참석해 핵무기와 기후변화, AI 등 인류가 직면한 위험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우리학교 김원수 미래문명원장, 다니엘 홀츠 세계원자과학자협회 과학·안보위원회 의장, 하버드대학교 아비 로브 석좌교수, 오카야마대학교 요코이 아츠후미 부총장, 우리학교 송재룡(사회학) 특임교수. (사진=오채원 기자)
“강대국 기다릴 수 없어”
대학·과학자·시민사회 역할 강조
홀츠 의장은 종말시계가 자정에 가까워진 원인으로 핵위험과 기후변화, 생물학적 위험, AI를 꼽았다. 이어 “군축조약은 만료되고 핵무기 보유량은 늘어나고 있으며 핵보유국들이 세계 곳곳의 군사적 충돌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실가스 농도는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최근 11년은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시기로 기록됐다”며 “여기에 AI의 발전 속도까지 매우 빠르지만 이를 관리하는 인간의 규제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성장 중심 시각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쉬리바스타바 공동회장은 GDP와 국가경쟁력 등 기존 경제지표가 환경에 미치는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며 “기후와 해양, 생물다양성, 숲과 강 등 공동의 행성 자원을 보호하는 것 역시 정치와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존 아이켄베리 교수는 현재 상황을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낸 현대성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위험 신호는 어디에나 있고 붉은불이 깜빡이고 있지만 우리는 충분히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19를 겪은 이후에도 다음 팬데믹에 대비한 국제적 협력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강대국 중심의 문제 해결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강대국이 우리를 구하러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견국과 글로벌 사우스, 대학과 과학자, 시민사회가 새로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을 “미래를 위한 비밀 무기”라고 표현하며 그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학생과 연구자, 과학자들이 권력에 진실을 말하고 새로운 지적 상상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학이 국제적 문제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참여한 최석호 캘리포니아주 상원위원은 “시계가 자정 85초 전에 가까워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자정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느냐”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실제 분쟁이 핵무기 사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물었다. 이에 홀츠 의장은 “시계는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일 수 있다”며 핵무기 수를 제한하는 국제적 합의를 복원하는 것을 한 가지 방안으로 제시했다. 더불어 핵무기 지휘·통제 과정에서 AI가 발사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의미 있는 인간의 통제”를 제도화하는 것 역시 종말시계를 되돌리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인간 대신 판단하게 해선 안 돼”
대학 교육도 변화 요구
같은 장소에서 The Bulletin 기자간담회가 연이어 진행됐다. 알렉산드라 벨 The Bulletin 회장 겸 CEO, 홀츠 의장, 데이비드 쿨만 이사회 의장, 아비 로브 미원평화상 선정위원 등이 참석해 앞선 라운드테이블에서 다하지 못한 담론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우리신문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 외에 청년들이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벨 회장은 “먼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배우고 친구와 동료, 가족, 지역사회에서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선출된 지도자와 지역사회 지도자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며 “종말시계가 과거 뒤로 움직였을 때마다 세계 시민들이 지도자들에게 변화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 아비 로브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오채원 기자)
대학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AI 활용에 대해서는 인간의 통제와 비판적 사고가 강조됐다. 우리신문이 대학에서 일상화된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묻자, 패널들은 인간의 통제와 비판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비 로브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쟁에서 AI가 사람의 생사를 결정하거나 사회 핵심 인프라에 대한 중요한 판단을 독자적으로 내리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학 교육의 목표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봤다. 아비 교수는 “교육의 목표가 학생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인지,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인지 물어야 한다”며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에서 AI 사용을 차단하는 방안으로 외부 전파를 차단하는 ‘패러데이 상자(Faraday Cage)’ 개념을 예로 들었다. 학생의 능력을 평가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전자기기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환경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비 교수는 “일주일 전 하버드대 학생들에게 실제로 교재를 사용하는 사람이 몇 명인지 물었더니 절반 정도만 손을 들었다”며 “교육은 학생들에게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카고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기도 한 홀츠 의장은 “AI는 인류가 이전에 할 수 없던 일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위험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카고대의 경우 일부 핵심 수업에서는 학생이 직접 읽고 쓰고 생각하는 과정을 익히도록 AI 사용을 금지하지만, 다른 수업에서는 AI 활용을 허용하거나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동시에 이러한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알아야 한다”며 “그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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