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PBF 2026, 행성에서 우주까지… AI·기후위기 속 평화의 조건 묻다
# 제45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 Peace BAR Festival(PBF)이 지난 18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열린다. 우리신문은 이번 기사에서 콜로키엄과 스페셜 렉처가 진행된 19일, 20일 이틀간의 PBF 모습을 담아 전한다. 이후 기사에서는 UN 세계평화의 날인 21일 행사와 제2회 미원평화상 시상식 또한 전할 예정이다.
우리학교는 1982년 이래 매년 인류사회의 평화와 미래문명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PBF를 개최하고 있다. PBF에서 BAR은 ‘spiritually Beautiful, materially Affluent, humanly Rewarding’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올해 PBF는 ‘평화 혹은 붕괴: 지구행성사회의 문명 미학을 향해’를 주제로 기후위기와 AI, 외계 지성까지 평화의 범위를 확장해 논의를 이어갔다. 주요 프로그램은 ▲제45회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 ▲제2회 미원평화상 시상식 ▲라운드테이블 ▲평화음악회 ▲콜로키엄 ▲스페셜 렉처 ▲미래세대 및 동문과의 대화 ▲시민사회·학생 기념행사 등으로 구성됐다.
행성적 책임을 묻다
개인 실천 넘어 제도·구조의 변화로
19일 열린 ‘돌파 혹은 붕괴: 지구 행성 평화의 활로’를 주제로 기후위기와 평화의 관계, 행성적 책임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강금실 기후환경대사, 이우균 SDSN KOREA(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회장, 이성훈 외교부 인권평화민주주의 대사, 우리학교 이택광(문화학) 교수가 발표자로 참여했다.
이우균 회장은 기후위기를 토지 관리와 지역 격차의 문제로 바라보며 ‘행성적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2009년부터 연구를 위해 찾은 네팔의 사례를 토대로 홍수와 환경 피해가 “과연 네팔만의 책임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어 국내에서도 탄소중립을 달성한 지역이 인구감소·소멸위기 지역과 겹친다며 기후위기를 지역 격차와 분리해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택광 교수는 “인간과 자연은 서로 의존해 살아간다”며 돌봄의 대상을 모든 생명과 자연으로 확장하는 ‘행성 돌봄’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가 물 한 잔을 마시는 일조차 자연과 지구의 조건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돌봄을 단순한 복지가 아닌 ‘함께 살아가기 위한 관계’로 설명했다.
발표 이후에는 행성적 책임을 실제 삶과 제도의 변화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청중의 질문이 이어졌다. 김다린(무역학 2024) 씨는 “분리수거나 텀블러 사용 같은 개인의 실천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며 개인의 윤리적 실천과 구조적 문제가 충돌할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이 교수는 “개인의 행동에 변화를 줘야할지 여부에 머물기보다 이를 둘러싼 사회의 제도와 구조 자체를 질문해야 한다”고 답했다.

▲ 콜로키엄에 참여한 청중이 질의를 하는 모습이다. (사진=이서현 기자)
AI 시대의 평화를 논하다
“인간이 최종 판단과 통제권 가져야”
같은 날 오후 열린 청년평화포럼에서는 AI 거버넌스 논의가 이뤄졌다. UN 세계평화의 날 한국조직위원회와 UNSA(유엔한국학생협회), KUSA(한국유네스코학생협회), UNAI Aspire Korea 소속 학생을 비롯한 여러 대학 학생들이 ‘AI 시대의 글로벌 기술 거버넌스-책임 있는 혁신과 디지털 평화 구축’을 주제로 토론했다. 참가자들은 외교부팀과 국제기구팀으로 나뉘어 AI 개발과 규제, 디지털 격차, 인권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성훈 대사와 한충희 전 유엔대한민국대표부 차석대사의 강연도 이어졌다. 한 대사는 “AI가 국제 문제 분석과 재난 대응 등에 활용될 수 있는 동시에 국가 간 기술 격차와 알고리즘 편향, 허위정보 등의 위험을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시대 국제 평화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규칙 마련과 함께 인간이 최종적인 판단과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토론을 바탕으로 ‘AI 기술의 악용과 설계 편향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고, 누구나 차별 없이 기술의 혜택을 누리며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를 담은 선언문을 작성했다. 각 조의 의견을 종합한 최종합의문에는 기본이념을 비롯해 디지털 환경에서 보장돼야 할 권리와 의무에 관한 지침이 담겼다. 학생들은 최종 선언에서 “디지털 인권과 평화권은 기술 발전이나 특정 세대의 이해를 이유로 유예되거나 희생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지구를 위해 국경과 세대를 넘은 기술협력과 국제적 연대를 지속적으로 실천할 것을 다짐한다”고 선언했다.
청년평화포럼에 참석한 한동대 김응희(국제지역학 2024) 씨는 AI 개발과 원조, 규제 등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여러 입장을 검토하고 다른 참가자들과 근거를 찾아 합의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갈등도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평화 역시 사람이 만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한국외대 김도윤(남아프리카어학 2025) 씨는 국제기구가 AI를 단순히 긍정적·부정적으로 판단하기보다 기술 활용 방식과 기업의 참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데이터를 수집하는 주체도 기업인데 기업이 논의에서 빠지면 큰 틈이 생긴다고 생각한다”며 기업과 정부, 국제기구,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구에서 우주로 확장된 질문
외계 지성은 인류를 비추는 거울
20일 진행된 스페셜렉쳐에서는 평화를 바라보는 시야를 지구 밖으로 확장해 외계 지성 탐색을 통한 인류의 위치와 미래를 묻는 논의가 이어졌다.
하버드대학교 천문학과 아비 로브 교수는 ‘외계 지성 탐색과 인류의 미래’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로브 교수는 미국 정부 UAP(미확인 이상 현상) 과학자문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외계 문명이 남겼을 가능성이 있는 기술적 흔적을 탐색하는 ‘갈릴레오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 아비 교수가 ‘외계 지성 탐색과 인류의 미래’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정빈 기자)
로브 교수는 “인간이 우주에서 특별하거나 가장 발전한 지적 존재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며 “태양보다 먼저 형성된 별이 많은 만큼 인간보다 앞서 발전한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외계 지성의 발견이 인간 중심적 사고를 되돌아보고 인류의 발전 정도와 현재의 가치관을 성찰하게 하는 ‘거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연 이후에는 외계 지성 탐색 방법과 UAP에 대한 과학적 접근, 인문학 전공자의 참여 가능성 등에 대한 청중의 질문이 이어졌다. 송주은(국어국문학 2026) 씨는 “철학이나 문학 등 인문학적 배경을 가진 사람이 외계 지성 탐색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로브 교수는 “UAP 과학자문위원회에도 심리학자와 인류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며 AI와 UAP처럼 새로운 기술과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학문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BF 이틀간 이어진 논의는 기후위기 속 개인과 사회의 책임에서 출발해 AI 시대의 국제적 규칙과 인간의 통제권을 거쳐 우주 속 인류의 위치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됐다.
신정빈 기자 wjdqls2002@khu.ac.kr
이서현 기자 is4203850@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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