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무심히 오가는 캠퍼스의 정돈된 풍경은 당연한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른 아침부터 묵묵히 움직이는 우리학교 조경반의 노고가 숨어있다. 비가 내리던 7월의 아침, 우리신문 신정빈, 오채원 기자가 서울캠퍼스 곳곳을 가꾸는 조경반의 작업에 동행하며 생생한 현장을 담았다.
▲ 조경반원들이 전정가위로 관목을 다듬고 있다. (사진=홍지우 기자)
빗속에서 시작되는 하루
지난 15일 오전 9시, 서울캠퍼스 국제교육원 앞. 가늘지 않은 빗줄기가 캠퍼스를 적시고 있었다. 방학을 맞은 캠퍼스는 평소보다 한산했다. 발걸음을 재촉하는 우산을 쓴 학생들 사이로 분주하게 작업 중인 우리학교 조경반의 모습이 보였다.
다섯 명의 작업반원은 전정가위로 관목을 다듬거나 빗자루로 잘려 나온 잎과 가지를 쓸어 모으는 데 열중이었다. 임용식 작업반장은 작업 현장을 살피며 필요한 곳마다 손을 보탰다. 빗자루가 젖은 잎과 가지를 쓸어내는 소리와 전정가위가 잎사귀를 스치는 소리가 빗소리 사이를 메웠다.
조경반은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교내 수목과 조경 시설을 관리하며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캠퍼스를 이용하도록 돕는다. 이외에도 잡초를 뽑거나 잔디를 깎는 일부터 여름철 배수로와 맨홀 점검, 겨울철 제설 작업까지 도맡는다. 매 계절, 캠퍼스 곳곳엔 조경반의 손길이 닿아 있다. 작업은 매일 오전 7시에 시작돼 오후 4시까지 이어진다.
하루 일과는 현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달라진다. 조경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 하던 작업을 멈추고 곧바로 현장으로 향한다. 장마철엔 배수로가 막히거나 운동장에 물이 고였다는 연락이 오기 일쑤다. 임 작업반장은 “종잡을 수 없다”며 “계획된 작업을 하다가도 급히 가봐야 할 곳이 생기면 멈추고 움직인다”고 말했다.

▲조경반 온실에 전정가위와 송풍기(브로워), 빗자루 등 작업 장비가 보관돼 있다. (사진=홍지우 기자)
손끝의 감각으로 지켜온 풍경
그는 전정가위와 예초기, 장대 톱, 송풍기 등 작업 장비를 하나씩 가리키며 각각의 용도를 설명했다. 전정가위는 종류가 조금씩 다르고, 높은 곳에 있는 가지는 장대 톱으로 자른다. 낙엽을 바람으로 모으는 송풍기에 대해서는 “우리는 그냥 ‘브로워’라고 불러요”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임 작업반장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손톱 사이에는 흙이 짙게 배어 있었다. 그는 손을 몇 번 쥐었다 펴 보이며 “장갑을 끼면 둔하다”며 습관 탓이라고 했다.
나무를 다듬는 특별한 기준은 없다. 임 작업반장은 “둥근 게 예쁘면 둥글게 만들고, 네모난 게 보기 좋으면 네모나게 다듬는다”며 “이발사들이 머리 다듬는 거랑 비슷해서 예술한다고 생각하면 더 예뻐져요”라고 말했다.
때로는 5~6m 높이의 사다리에 올라가 가지를 정리하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위험한 작업은 자제하도록 권하지만, 임 작업반장은 “학생들 위로 가지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간다”고 말했다.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언제냐’는 질문에 임 작업반장은 “벚꽃이 핀 캠퍼스를 찾은 이들의 칭찬을 들었을 때”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조경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이 보람 때문이었다. 그는 “예전에 집에 있던 소나무 한 그루를 다듬어 놓았는데, 보는 사람마다 예쁘다고 칭찬해 준 것이 시작이었다”며 웃었다.

▲ 조경반원이 허리를 굽혀 화단의 잡초를 뽑아내고 있다.(사진=홍지우 기자)
세대를 잇는 손길
임 작업반장이 관목을 살피는 동안, 빗줄기 속에서 잎사귀들은 제 모양을 찾아갔다. 지금은 울창한 푸른빛을 띠고 있지만, 70여 년 전 학교가 들어설 당시 이곳은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무지였다.
학교 설립자 조영식 학원장은 ‘자연을 사랑하자, 자연에서 배우자, 자연에서 살자’는 문구를 내걸고 캠퍼스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당시 조경 현장을 직접 지휘하며 캠퍼스의 뼈대를 만들었던 손길이 있었다면, 현재 조경반은 그 풍경을 묵묵히 지켜내는 중이다.
반세기도 전 나무의 상태를 살피고 훼손된 곳을 손봤다는 우리학교 산림 관리인의 이야기가 우리신문에 남아있다. (대학주보 307호 3면, 1967년 4월 12일 자) 당시 우리 신문은 그를 ‘숨은 일꾼’이라 불렀다. 사람 수도, 장비도, 시대도 달라졌지만 그들이 맡은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연락이 오면 가장 먼저 달려가고, 바뀌는 계절에 맞춰 캠퍼스를 가꾸는 사람들이 이곳을 지켜왔다는 것. 다만 임 작업반장은 “나무도 나이를 먹고, 저도 나이를 먹어가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런 일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빗줄기는 여전했다. 뒤돌아본 자리에서, 조경반은 다시 빗자루와 가위를 들고 다음 작업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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