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다전공 의무화, 선언보다 준비가 먼저
2026학년도 신·편입생부터 다전공 의무이수제가 시행되며 학생들은 다전공·부전공·융합전공·마이크로디그리 중 하나를 반드시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학교는 이를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으로 설명한다. 취지에는 동감한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를 실제 적용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준비의 정도다.
한 학기가 거의 지나고 있는 시점이지만 이러한 준비가 충분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학교는 다전공 의무이수제의 큰 틀을 마련하고 규정 개정을 통해 제도 도입을 완료했지만, 실제 운영을 위한 세부 지침과 관리 체계는 부재하다.
다전공 의무이수제는 간단한 제도가 아니다. 졸업 요건을 바꾸는 사안이다. 이수하지 못하면 졸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럼에도 충분한 준비 없이 제도 선포부터 이뤄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 일부 학과에서는 선수강 과목을 이수해야만 다전공 신청 자격이 주어지고 있다. 이는 사실상 입학과 동시에 학과를 결정하고 준비를 시작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충분한 안내를 받지 못한 학생은 이미 선택의 기회를 제한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학과마다 상이한 선수과목 기준이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이를 아우르는 통합된 기준과 안내 체계는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학교는 이러한 지적에 “제도를 도입한 뒤 문제를 뒤늦게 수습하는 방식이 아닌, 예상되는 수요를 미리 점검하고 필요한 보완을 선제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신설될 ‘미래교육처’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이수 체계와 안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당초 지난 3월 출범할 계획이었던 미래교육처는 현재까지도 구성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제도를 총괄할 조직이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은 점은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체계가 충분하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지난해 자율·자유전공학부 전공선택에서 나타났던 특정학과 쏠림 현상(서울캠 경영대학, 국제캠 전자정보대학)이 다전공 선택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사전 수요 예측과 준비가 있어야 한다.
학교는 준비 미비에 대한 지적에 대해 2학기부터 본격적인 시행이 이루어지는 만큼 그 전까지 관련 준비를 마치고 신입생 대상 안내와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졸업 요건과 직결되는 제도의 특성상 이러한 준비는 제도 시행 이후가 아니라 선포 이전 단계에서 완료됐어야 할 사안이다.
제도는 실험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특히 졸업 요건과 직결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무를 먼저 부과하는 방식은 그 부담을 학생에게 전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학교는 이제라도 다전공 의무이수제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 미래교육처 신설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관련 논의를 지체 없이 본격화해야 한다.
논의는 선언적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다전공 신청·승인 통합 기준, 학과별 특성 반영 원칙, 다전공생 이수 및 평가 방식 등 세부적인 운영 기준까지 포괄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학생들에게 ‘의무’를 요구하는 제도라면, 그에 상응하는 준비 또한 대학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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