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다전공 이수 기준학점 하향, 전문성은 어쩌나
2026학년도 교육과정 개편으로 일부 학과에 대한 다전공 이수 기준 학점이 하향 조정됐다. 다전공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학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다전공 학생들의 학습 부담 완화라는 긍정적인 면과 함께 대학의 본래 목적인 교육 측면에서는 우려되는 점도 동시에 존재한다.
개편 전까지 다전공 이수 학생들은 본전공으로 이수하는 학생들에 비해 대체로 약 20학점 가량 낮은 이수 기준을 적용받아 왔다. 이번 조치로 다전공 학생들의 이수 기준은 학과별로 최소 2학점부터 최대 9학점까지 추가 하향된다.
9학점이 하향된 소프트웨어융합학과의 경우, 단일전공과정 이수 시 88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하지만, 다전공과정 이수 시에는 51학점만 이수해도 전공 과정 이수가 인정된다. 본전공생과 다전공생 사이 37학점의 격차는 자신의 분야를 이제 막 공부하려 하는 학생들에게 분명 적은 차이는 아닐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교수 대다수는 “본전공 학생들과 똑같은 인정을 받고 싶다면 똑같은 학점을 이수하는 것이 정상인데, 실제로 이수는 적게 하고 학위는 여러 개를 받고 있는데도 거기서 더 바랄 필요가 있냐”며 의문을 내비쳤다. 또 “사회에 나가서 본전공생들과 똑같은 졸업생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을 것이다”며 다전공을 이수하게 될 학생들을 향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새로운 정책 도입에는 소음이 있기 마련이지만,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우려들은 실제 예상되는 문제들이기에 마냥 덮어둘 수만은 없다.
당장 2026학년도 입학생부터 다전공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관련 세부 정책들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기계공학부 지능로봇공학전공과 산업경영공학과에서는 다전공생의 타전공 전공학점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해당 학점을 최대 9학점까지 인정하는 제도를 새로이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는 위 결정의 배경으로 또 한번 “학습 부담 완화”를 언급했다.
최근 많은 대학이 다전공 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분야의 지식을 함양하도록 해 사회가 원하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자 위함이다. 하지만 야심차게 도입한 다전공 정책이 그저 다른 전공을 ‘경험해 보는 것’에 그친다면, 학생들은 어느 분야에서도 충분한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대학을 떠나게 될 위험에 놓인다. 전공이 더 이상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대학 교육이 제공해야 할 핵심 가치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다전공 확대 정책이 ‘융합인재 양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따르기 위해서는 학습 부담 완화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학습의 질을 담보하는 제도를 설계하는 것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다전공 확대는 전공의 가치를 약화시키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전공의 의미를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하기 위한 시도다.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는 정책을 도입했다면, 그 선택이 교육적 의미를 가지도록 설계하는 책임도 학교에 있다. 전공 이수의 총량을 줄이는 방식이 학생들의 학습 경험을 개선하는 방향일지, 아니면 전공 교육의 밀도를 낮추는 방향일지는 학교에 달렸다. 해당 전공의 필수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 보다 실질적인 논의와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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