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1인 가구 ⑤ - 고립·은둔청년
# 앞선 회차에서 다룬 ‘보편적 외로움’이 혼자 사는 일상의 정서라면, 고립·은둔은 관계와 사회활동이 장기간 끊기며 삶의 기능 자체가 흔들리는 상태다. 청년 1인가구가 겪는 외로움이 누적될 때, 혼자 사는 일상은 ‘고립’이 되기도 한다. 이번 회차에선 고립·은둔청년을 지원하는 ‘사람을 세우는 사람들’에 직접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다.
▲전문가들은 고립·은둔 청년 지원이 지원이 아닌 발굴의 형태로 이뤄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립·은둔청년 특성상, 자발적으로 신청을 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러스트=양여진)
20대 초반인 A 씨는 장기간 집 안에서 생활했다. 외부 활동은 거의 없었고, 방문을 닫은 채 방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가족의 요청으로 전문가가 집을 찾았지만, 초기에는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는 방문을 두드리거나 말을 거는 대신, 일정 시간 문 앞에 머무는 방식을 택했다. 소외된 청년을 지원하는 ‘사람을 세우는 사람들’ 김재열 대표는 이러한 시간이 약 6개월간 반복됐다고 말한다. 그러자 A 씨에게 처음으로 질문이 돌아왔다.
“누구세요?”
김 대표는 이 순간을 “대화가 가능해진 상태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A 씨는 외부 활동을 시작했고, 현재는 정기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있다.
단순 ‘집에만 있는 청년’ 아냐
누적된 좌절로 사회와 접점 잃어가
고립·은둔청년은 흔히 ‘집에만 있는 청년’으로 단순화되지만, 실제로 확인되는 과정은 보다 복합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관계 단절, 진로 실패, 도움 요청의 좌절이 누적된 이후 사회와의 접점을 잃는다.
B 씨는 학교폭력 피해 이후 어머니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문제는 충분히 해결되지 않았다. 당시 아버지는 도박 중독 상태였고, 어머니는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학교에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까진 이뤄졌지만, 이후 절차를 이어갈 여력은 가족에게 없었다.
어머니는 “집안 사정을 알지 않느냐”며 더 이상의 대응을 포기하자고 말했다. 이 경험 이후 B 씨는 학교를 그만뒀고, 약 3년간 집 안에 머무는 생활을 이어갔다.
위 사례는 고립·은둔이 개인의 성향이나 단일 사건의 결과가 아닌, 사회적 관계망이 악화된 상태에서 여러 불안 요인이 겹친 결과임을 보여준다.
2년 새 두 배
1인가구 고립 위험 상대적으로 높아
고립·은둔청년은 더 이상 일부의 문제가 아니다. 국무조정실이 실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거의 집에만 있는’ 고립·은둔청년 비율은 5.2%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조사(2.4%)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고립·은둔을 생각하는 위기 청년 규모는 최대 약 54만 명에 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김 대표는 “고립·은둔청년 증가 추세는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며 “실패한 사람들이 나아갈 수 있는 동기를 받아야 하는데 사회에선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다 보니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 코로나도 한몫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북대 신형진(사회학) 교수는 “1인가구 청년이 곧바로 고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불안정한 고용 상태와 정신건강 문제를 동시에 경험하는 청년 1인가구의 경우 사회적 고립으로 전환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으로 지적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사회적 관계망 약화, 주거 불안정, 경제적 어려움 등 여러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신청’이 아닌 ‘접근’
지원의 출발은 발굴
전문가들은 고립·은둔 청년 지원이 지원이 아닌 발굴의 형태로 이뤄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립·은둔청년 특성상, 자발적으로 신청을 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세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발굴을 통해 고립·은둔청년을 돕는다. 실제 거주지에 방문해 그들이 작은 변화를 보일 때까지 기다린 후, 그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고립·은둔청년들은 만나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사람들이다”며 “최소 3개월 동안 찾아가며 라포를(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루어진 관계) 형성하고,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지만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단편적인 경제적 지원을 넘어 ‘사회적 연결의 회복’을 핵심으로 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 청년 아웃리치 프로그램 확대가 우선”이라고 꼽았다. 이어 “대면 접촉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먼저 온라인에서 관계를 형성한 후 점진적으로 오프라인 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원데이 프로그램이나 단기 활동만으로는 고립 상태에 있는 청년에게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관계를 맺는 시간이 먼저 확보되지 않으면 어떤 지원도 지속되긴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립·은둔청년 문제를 ‘나오지 않는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립은 선택이 아닌, 관계와 안전망이 무너진 이후에 남은 결과라는 것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먼저 찾아가고 기다릴 수 있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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