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공계열 타 학과로 옮겨도 봤지만, 그마저도 적성에 맞지 않아 진로가 확실한 의약학계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재원(응용수학 2025) 씨는 두 번의 입시를 겪고도 다시 한번 재수를 결심했다.
이 씨만의 상황은 아니다. 지난 3년간 우리학교를 자퇴한 전체 학생 중 45.8%가 이공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896명 중 412명이다. 2023년과 비교해 2024년 이공계 이탈 학생 수는 52명 증가해 14.3%p 상승했다.
이공계 학생 이탈 현상은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공계생의 중도이탈자 수는 1,337명이었다. 1,200명대를 유지하던 2022년과 2023년에 비해 오른 수치다. 한양대 공과대학은 지난 3년간 자퇴율이 매년 평균 16.5%p 씩 상승하고 있다.
이공계 인재 유출
의대 증원이 가속화
이러한 이공계 이탈 현상은 산업 구조 변화로 인해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공과대학 최진환 학장은 “산업 구조 변화와 진로 다양화로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조기에 재검토한다”며 “최근 융합 역량이 강조되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체감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학교 원자력공학과 졸업생 장은희(원자력공학 석사 3기) 씨는 “공학 분야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로 입학할 때와 졸업할 때의 차이를 체감한다”며 “학부생 때부터 실무능력을 쌓는 친구들이 더 현명해 보일 때도 있어 최근 불안하고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들의 선택은 미래가 보장된 의학계로의 진학이다. 지난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작년 전국 40개 의대의 모집 정원은 3,058명에서 4,610명으로 확대됐다. 이후 우리학교 이공계 자퇴율은 13.5%p 증가했다.
종로학원 임성호 원장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입시 판도를 크게 흔들며 상위권 대학 경쟁 구도까지 연쇄적으로 변화시키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위권 수험생들이 대거 의약학계로 이동하고, 그 영향으로 상위권 대학의 경쟁 구도까지 재편된 것이다.
임 원장은 “2년 뒤 교육과정이 바뀌며 수능의 난이도는 하락할 전망”이라며 “지금같이 취업 시장이 계속 얼어붙어 있다면 반수 열풍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공계 학생이 졸업 후 취업의 대안으로 선택하는 석·박사 학위도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단 분석이다. 한정된 일자리에 학위자만 증가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석·박사학위 취득자는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약 0.05%씩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박사학위 취득자 조사 자료에 따르면 작년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 중 구직하지 못한 인원의 비율은 30%에 육박했다.
미래인재센터 김준완 센터장은 “최근 인공지능 발전과 더불어 많은 인력이 AI로 대체되면서 기업들은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소위 ‘고급 인력’을 선호한다”며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시장에서 석·박사는 이전만큼 큰 차별점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 주요 대학, 계약학과 추진
우리학교 이공계열 경쟁력은?
국내 대학은 이공계 인재를 붙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계약학과 개설을 통한 인재 확보다. 계약학과는 학과와 기업이 협약을 맺어 맞춤 전공과정을 운영하고 졸업 후 바로 채용하는 ‘채용맞춤형 학과’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의 대기업 계약학과 인기는 상승세다. 작년 기준 서울대·고려대·한양대 등 주요 대학 11개 계약학과 평균 이탈률은 3.26%였다.
우리학교 공대에서 올해 계약학과인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로 편입한 정성수 씨는 “이공계열 취업시장이 좁아지고 대학생들의 스펙이 고도화되며 취업시장 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타대학 계약학과 편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공과대학 행정실은 “현재는 대학원 내 우수 인재 유출 방지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계약학과 신설은 논의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 GS 리테일, 삼양식품 등의 기업 채용에 이점을 주는 산학협력프로그램을 통해 차별화를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및 지원 제도 확대도 논의 중이다. 미래인재센터 최혜림 행정계장은 “이공계 내에서도 직무가 세분화하며 기업들은 직무역량 중심의 평가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반도체, 데이터 등 이공계 관련 직무 중심의 부트캠프 프로그램 또한 계획 중”이라 말했다.
도은오 기자 eunohdo@khu.ac.k
원희재 기자 whj6470@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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